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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건 조회 1,870회 작성일 2011-03-04 08:47
조청원(63회) 과학기술공제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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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과학기술자 위한 '연구토피아' 만들고 싶다”


조청원 과학기술공제회 이사장

대학교원 수준 연금 마련, 안전한 연구 환경 구축, 평생연구센터 설립 등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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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제회에서 구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연구토피아’입니다. 리서치(research)와 유토피아(utopia)를 합친 말로 평생연구센터의 개념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교통이 좋은 지역에 연구시설을 만들어놓고, 은퇴하는 날 과기인들에게 자기 연구실 열쇠를 주는 거죠. 그간의 지식과 경험을 사장시키지 않으니 과기인들에게도 좋고, 또 다양한 분야의 경험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 지식과 자료를 갖고 모이기 때문에 연구토피아는 새로운 브레인시티로서 융복합 연구결과를 쏟아낼 수도 있습니다."

조청원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공제회) 이사장은 요즘 과학기술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새로운 복지제도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그 중에는 당장 2011년부터 구체화되는 사업들도 있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제도와 인프라를 만들어가야 하는 모델들도 있다. 조청원 이사장은 공학박사이자 30년간 과학기술계 행정가로 일한 테크노크라트(technocrat:기술관료)답게 과학계의 이상(理想)을 현실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안에 유독 관심이 많다.

공제회는 2002년 공포된 과학기술인공제회법에따라 2003년 설립됐다. 정부출연금 200억원을 자본금으로 받아 2006년부터 과학기술인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제로 가입이 활성화되고 운영이 안정화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라고 한다. 2008년 정부출연금과 정부연구개발사업 기술료를 통한 총 2,000억 원의 자금 조성 계획이 확정되면서 재정적 규모를 키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고, 적극적인 협약으로 다수의 회원기관을 유치해 양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제회는 지난해 연말 기준 회원 수 약 2만5000명, 자산 7,300억 원, 운용수익 369억 원을 기록했으며, 첫 과학기술인연금 수혜자가 탄생하는 등 실제 과기인들을 위한 노후 보장 장치로서 순조로운 활동을 보이고 있다.

올해 공제회는 회원 규모를 3만2400명으로 늘리고 운용수익 516억 원, 자산 1조원의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연금과 복지체제의 기반을 어느 정도 형성한 만큼 과기인들을 위한 다양한 선진복지제도에 대한 정책 연구를 추진해 우리나라 국가과학기술정책 수행의 인프라로서 기능하겠다는 것이 역점 추진 목표다.

조청원 이사장은 "공제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두 가지"라며 "과학기술인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국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과 우리사회가 직면한 우수인재의 이공계 진출 기피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2033년이면 공제회 설립 한 세대를 채우게 된다"며 "2033년 30만 회원에 자산 30조, 연금 월 330만원(현재 물가기준)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비전 2033, 3330 플랜'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 "출연연 연구자들이 대학교수만큼 연금 받고, 평생 연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국가가 되겠다는 것은 40년 이상 추진해온 목표입니다. 연구시설과 우수한 인력, 자금 등은 그간의 노력을 통해 상당 부분 이루었는데 정작 과학기술인의 행복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습니다. 행복한 과학기술인이 과학기술 강국을 만드는 시대를 앞당기자는 것이 공제회의 바람입니다."

조청원 이사장은 올해부터 공제회의 연구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자금 운용과 연금제도 등 금융·복지 분야의 전문가 전담체제를 확충하고, 과기인들의 '행복'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그가 구상하고 있는 정책연구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연구원의 연금을 대학교수 수준으로 높이는 것. 조청원 이사장은 "우수한 인재가 과학계로 안 오고, 왔다가도 다시 대학으로 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장 큰 원인은 처우 수준의 격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이사장은 "대학과 연구소 간의 원활한 인력교류가 일어나는 것이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며 "정년 문제 등 다른 것은 공제회에서 할 수 없지만, 과학기술인연금과 복지제도를 대학교원 수준으로 높이는 일이야말로 공제회에서 꼭 해야 하므로 이를 위한 정책적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올해 반드시 정책 마련까지 끝내고 싶은 분야는 대형 위험성이 수반되는 특수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자는 것.

"극지연구소에 가봤는데, 연구자들이 잠수복만 입고 남극 바다에 풍덩풍덩 들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들어가고 있을 거예요. 또 항공우주공학에서는 발사체 등 위험한 연구를 하고 있고, 원자력이나 핵융합, 가속기도 굉장히 위험한 연구입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국가와 인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만약에 어떠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뚜렷한 보상장치가 없습니다."

조 이사장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마련한 연구실안전법을 통해 1차적 안전망은 만들어졌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며 "공제회에서는 여기서 빠져있는 부분들을 찾아 위험한 연구를 진행하는 과기인들을 위한 연구안전망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이사장이 꼭 추진하고 싶은 것이 과학기술인들의 평생 연구를 위한 '연구토피아' 설립이다. 그는 이에 대해 꽤 오랫동안 고민해 온 듯 구체적 그림까지 그려보였다.

"연구자들이 은퇴 후의 연구실을 적금으로 부어놓는 거죠. 40대부터 얼마 정도 축적하면 60세 은퇴한 다음날 바로 연구실 열쇠를 받습니다. 기본적으로 희망하는 사람들이 자기의 은퇴 후를 위해 투자하고, 공제회가 관리를 맡는 형태입니다. 80세까지 20년은 더 연구할 수 있는데, 각자 고독하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30~40년간 노하우를 쌓은 숙련된 연구자들이 한 데 모여서 함께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이러한 평생연구센터가 만들어지면 새로운 브레인시티가 나올뿐더러 따로 강조하지 않아도 다양한 융복합 연구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일단 교통이 좋은 곳, 수도권과 대덕 등에서 시작해 전국화하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과학자들 근심이 없어야 행복. 자긍심이 충만 될 수 있는 디테일에 신경 써야"

공제회는 지난해까지 1단계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해 공공연구기관을 회원기관으로 확보했다. 1단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2단계로 과학기술인 집적지역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다. 서울의 구로디지털단지와 부산의 기장지역, 광주의 첨단과학연구단지, 대구의 테크노폴리스, 인천 송도 등이 대상지로 지역특성에 맞는 과학기술인 복지를 통해 지역에 우수한 과학기술인재를 모을 수 있도록 도와 지역의 산업적 성장 기반을 탄탄히 해주는 것이 목표다. 3단계에서 민간기관 종사자들을 포함한 과학기술인 전체로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2단계의 실현은 매우 중요하다.

올해부터 추진하는 ‘과학기술인 복지 Complex 네트워크'도 이와 연계된 사업으로서 충청·호남·영남 등 세 곳을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에 과학기술인들을 위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담당할 거점 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복지콤플렉스에 가장 먼저 마련할 것이 육아시설입니다. 퇴직과학자 못지않게 공제회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이 여성과학자들인데, 육아가 가장 큰 걱정이죠. 육아는 가족 전체의 과제인데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더 많은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과기인들의 생활패턴을 반영해 운영 시간대를 유연하게 잡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여성과학자들의 과제를 덜어주고 싶습니다. 그밖에 건강센터와 커뮤니티센터, 예식장, 연회장 등 과기인들의 요구를 반영할 예정이지요."

조청원 이사장은 "과학기술인 복지 콤플렉스에서는 일반적인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과기인들에게 맞춤형으로 만들 예정"이라며 "요즘의 과기인들은 소프트파워(soft power)가 가미된 디테일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덕에서 국립중앙과학관 관장으로 재직 당시 조 이사장의 인사법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손 전체가 맞닿도록 깊게, 힘주어 악수를 하고, 상대와 시선을 마주한 후 크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방식이었다. 여전히 그 인사법을 고수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과학기술인들이 행복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하고 있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본인은 실제로 행복한 과학기술인인지 물었다.

"서울대 공대 예전 캠퍼스에 천(川)이 하나 흐르고 있었는데, 이름이 무수천(無愁川)이었습니다. 보통물이 아니라 근심이 없는 천이라는 의미였죠. 교수님 말씀이 사람이 근심이 없으면 행복하다고하셨는데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월급을 올리는 것보다 세세하게 하나하나 과학자들의 근심을 없애고 자긍심이 충만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죠. 과학자들의 근심 없애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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