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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175회 작성일 2021-07-01 11:31
김영철(60회) 교우_ <가요사회사7>_<통기타 세대와 포크송, 70-80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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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세대와 포크송, 70-80의 신화>



7. 민중가요의 산실 ‘노찾사’와 안치환, 양희은



한국에서 또 한명의 여성 반전가수, 죤바에즈를 자처했던 양희은 역시 김민기의 정신적 에피고넨(epigone)이었다. 그녀의 대부분의 노래는 김민기가 작곡한 것이다. <아침이슬>, <상록수>가 대표적이다. 양희은이 쓴 자전적 수필인『이루어질 수 있는 사랑』(1993)을 보면 김민기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양희은은 이 책에서 김민기를 정신적 숭배자로 간주하고 있다. 김민기도 가수였으나 작곡에 치중하고 노래는 주로 양희은에게 맡겼던 것이다.


이러한 민중가요의 계보는 한대수, 김민기, 양희은에 이어 1980년대 김정호, 이정선, 조동진, 김광석, 정태춘, 안치환으로 이어진다. 

1980년대는 민주화의 열기가 고조되던 시대였다. 문학, 음악, 연극, 미술 등 문화 전반에 걸쳐 '민중'의 개념이 시대적 아이콘으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바로 그 민중의 시대, 민주화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대중들의 중심에 바로 안치환이 있었다.


 그는 1986년 ‘민족문화운동연합 노래반’에 가입하여 민중가수로서의 길을 열었다. 1970년대 민주화 투쟁에 김민기가 있었다면 그 계보가 1980년대에 안치환으로 이어진 셈이다.

안치환은 1989년 '노찾사'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노동자의 길>, <광야에서>, <철의 노동자>, <타는 목마름으로> 등 민중가요의 창작과 보급에 선봉에 섰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1999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였다. 

‘노찾사’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약어로 1980년대 중반부터 대학가에서 시작된 노래패 모임이다. 당시에는 민주화 열기에 부응하여 대학가에서 민중가요 노래패가 성행했다. ‘메아리’(서울대), ‘노래얼’(고대), ‘한소리’(이대), ‘소리사랑’(성대) 같은 것이 그 예다. 이들은 단순한 취미 차원의 노래 동아리가 아니라 사회변혁을 꿈꾸는 선구자로서의 사명의식을 갖고 모인 노래패였다. 노래를 통한 의식의 각성, 민중의식의 개안(開眼)을 목표로 노래패 운동을 전개했던 것이다.


1984년 대학을 졸업한 노래패들이 모여 노래 이야기 <가지꽃>이 공연되는 것을 계기로 12월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이 출반되면서 결집력을 보이고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1987년 10월 마침내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첫 번째 노래공연을 성황리에 가지면서 ‘노찾사’는 민중운동의 중심에 서게 된다.

 초기 멤버는 안치환, 김광석, 고명수, 문혜준 등이었다. 노래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1989), <광야에서>(1989), <임을 향한 행진곡>(1991) 등이 대표적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공식 추모가로 불리고 있을 정도로 상징적인 노래다.

1991년까지 8번의 정기공연을 갖고, 초청, 합동공연 등 다양한 공연에 참여한다. 그들의 인기는 날로 상승해 드디어 ‘노찾사’ 3집은 음반 판매기록 1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노찾사’의 노래는 대중가요가 갖고 있는 진부하고 멜로 드라마적인 애정표출, 상업적이고 퇴폐적인 음영(陰影), 세속인 가치와 소비성향을 탈피하여 사회, 역사에 대한 현실인식을 고취하며 새로운 감각의 리듬을 구사하여 일반 대중들에게도 사랑을 받았다. 

단순히 투쟁의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정적인 색채를 덧입혀 대중들에게 쉽고 편하게 어필하는 멜로디를 전파했던 것이다.말하자면 민중성과 서정성의 조화가 ‘노찾사’의 음악전략이자 특징이었다.


‘노찾사’의 중심에 안치환이 있다. 그런데 그의 노래는 김민기의 음악세계에 정신적 물꼬가 닿아 있다. 제목만 보더라도 1970년대 김민기의 그것과 비슷하다

 물론 노래 가사나 내용, 리듬도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안치환은 1970년대 김민기의 에피고넨이었던 것이다. 70년대 민중가수 김민기가 80년대  민중가수 안치환으로 부활한 것이다.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를 작곡했던 것도 김지하의 정신적 동지였던 김민기와 상통한다. 말하자면 안치환 뒤에는 김민기가 있고, 김민기 뒤에는 김지하가 있었던 것이다. 90년대는 문민시대로 접어들면서 민중운동의 동력이 약화되었다. 투쟁 대상이 소멸되면서 투쟁의 동력도 소멸된 것이다.

그리하여 안치환도 민중가요에서 대중가요, 서정가요로 눈을 돌린다. <내가 만일>, <사랑하게 되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이 그것이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사랑"


-안치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1997)다.


 ‘지독한 외로움’을 이겨낸 사람은 진정한 인간이고 진정한 삶이기에 그는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하고 있다. 물론 그 외로움을 이겨낸 매체는 음악이었다. 음악을 사랑하기에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 향기를 품을 수 있다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노래는 민중, 사회적 메시지보다 외로움, 그리움의 정서를 꽃향기에 담아냄으로써 서정적 아우라를 진하게 풍기고 있다. 그리하여 이 노래는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가요로 승화됐던 것이다.  민중가수에서 국민가수로 변신하는 모멘트가 된 노래가 바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였다.


 영국의 시인 T.S Eliot는 '사상을 한 다발 장미로 표현하라'고 했다.  이념이나 관념, 정치적 사상을  그대로 표현하지 말고 예술성을 살려 시로 표현하라는 말이다. 사상을 사상으로 표현하면 그것은 철학이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은 깊은 사상에 우아한 예술의 옷을 입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안치환의 노래는 분명 사상을 한 다발 장미로 그린 예술이다.


그의 음악은 분명 한대수, 김민기로 이어지는 저항가요로서의 민중성, 말하자면 앙가쥬망 정신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한 송이 장미처럼 은은하고 향긋한 향훈을 뿜어내고 있다.  그점이 우울한 음조와 저항의 눈빛이 강렬했던 한대수와 김민기를 넘어서는 경지다. 

안치환의 서정적인 포크송은 대중가요와 경계선을 허물고 크로스 오버(cross-over)의 신경지를 개척했으며 포크의 대중화, 대중가요화에 크게 기여했다.

다시 말해 안치환은 한대수, 김민기의 앙가쥬망의 계보를 이으면서 변증법적 수용으로 한 단계 승화시킨 미학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거기에 안치환 음악의 미학적 우수성이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한국의 음유시인’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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