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60회) 교우_ <가요사회사12>_< 민족의 노래, 아리랑의 유래와 변용> > 교우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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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67회 작성일 2021-08-23 09:55
김영철(60회) 교우_ <가요사회사12>_< 민족의 노래, 아리랑의 유래와 변용>

본문

< 민족의 노래, 아리랑의 유래와 변용>


< 아리랑의 기원>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이자 한(恨)의 민족이라 일컫는다. 우리 민족은 유난히도 흰옷을 좋아하고 한맺힌 노래를 불러 왔다. 

흰색의 색채심상은 순수와 순결이자, 신성함, 고귀함의 표상이다. 불교의 성산(聖山)인 수미산(須彌山)도 흰색이며, 기독교에서도 흰색은 신성한 성령(聖靈)을 의미한다. 그 만큼 백의민족인 우리는 순수와 신성을 표상하는 민족이다.

하지만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 대륙에 붙어 있는 반도땅이어서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봉건군주제의 폐해와 반상제도에 의한 계층 불평등, 지배계층의 사색당파와 분란에 휩쓸려 혼란과 궁핍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야말로 한국사는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역사였다.

무엇보다 하층민들의 생활란은 극심했고, 이에 따른 불만과 소외감이 한으로 분출되기에 이른다. 결국 한민족을 대표하는 민족정서, 민족감정이 한으로 응결됐다. 그리고 이러한 한을 풀어내는 방법이 노래였다.

수심가, 시집살이요 등 각종 민요가락, 규수들의 내방가사, 잡가에 이르기까지 한은 우리 노래의 보편적인 정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그러한 한맺힌 노래를 대표하는 노래가 바로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단순한 민요가락이 아니라 한민족을 대표하는 민족의 노래로 자리잡고 있다.

국가인 <애국가>보다 아리랑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국가로 인식되고 있을 정도다. 각종 국내외 행사나 축제 때 불려지는 곡이 바로 아리랑인 것이다. 심지어 2019년에 발생한 항가리 다뉴브강 참사에서도 아리랑이 애도의 노래로 불려졌다.

아리랑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다양한 내용과 곡을 지닌 아리랑으로 발전했다.  ‘아리랑 백설(百說)’ 이라 할 정도로 아리랑의 기원과 노래들이 다양하게 퍼져 있다. 하지만 공통점은 아리랑이 한의 노래답게 민족의 애환과 서민들의 비애를 대변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아리랑은 한의 민족으로서의 민족 정체성을 보여주는 노래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청천 하늘엔 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엔 수심도 많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 간다"


아리랑의 다양한 버전(version)이 있지만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이 노래는 1926년 나운규의 항일 영화 <아리랑>의 삽입가요로 쓰인 후 1930년대 와서 기본형으로 굳어졌다. 1949년에 나온 민요집 『조선의 민요』에서 이 노래를 ‘본조(本調) 아리랑’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밖의 아리랑은 별조(別調)인 셈이다. 아리랑은 지역마다, 시대별로 다양한 형태로 분화(分化)되었다. 그리하여 아리랑은  3600여 곡이나 되는 다양한 변형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 <정선 아리랑>,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을 3대 아리랑으로 손꼽는다.


그 밖에 지역에 따라서 <경기 아리랑>, <서울 아리랑>, <해주 아리랑>, <춘천 아리랑>과 <연변 아리랑>(중국), <치르치크 아리랑>(러시아) 등 해외 아리랑도 많다. 그 만큼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노래라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 민족이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아리랑이 불려졌다. 

처음에는 아리랑이 민족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노동요로 불려지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별요, 그리고 독립투쟁을 위한 항일요로 확산된다. 그리고 대중성, 상업성이 덧입혀지면서 대중가요로까지 변신한다. 

심지어는 천연두 예방 접종을 위한 <종두 아리랑>, 문맹퇴치 운동을 위한 <한글 아리랑>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아리랑의 다양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아리랑은 시대, 지역,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양한 변신을 거듭했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격과 특성은 한민족을 대표하는 한민족의 노래라는 점이다. 특히 아리랑은 일제 강점기에 항일요로 많이 불려졌는데 이는 아리랑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의병들의 <춘천의병 아리랑>, 독립군의 아리랑인 <광복군 아리랑>, <독립군 아리랑>이 대표적인 항일요이다. 해외에서도 항일의 아리랑이 많이 불려졌는데, 만주지역의 <만주 아리랑>, 러시아 한인들의 노래인 <치르치크 아리랑>이 대표적이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사는 시인 김세일이 쓴 시 <치르치크의 아리랑>에 곡을 부쳐, 국악인 남은혜가 노래했다. 치르치크는 우즈벡 북서부의 자그마한 강변도시다.


그런데 아리랑에 나오는 ‘아리랑 고개’는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이 역시 다양한 견해로 나뉘어져 있다. 실제 고개가 아닌 상상의 고개라는 설에서 여러 고개가 실존했다는 설까지 있다. 대표적인 몇몇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전설적인 내용으로 ‘아리랑(我離娘)’ 설이 있다. 대원군의 경복궁 복원에 동원된 남편과 아내의 이별을 노래한 것에서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부역자로 떠나는 남편(我)이 이별(離)한 고향의 아내(娘)를 그리워 하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부역자로서의 고통보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이별이 더 한맺혔는지 모른다. 남편을 떠나 보내는 아내도 슬픔에 잠겨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이 난다’ 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나랏일을 위해서 부역의 길을 가는 줄은 알지만 집안 일을 버리고 떠나는 임이 밉고, 나랏님도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이러한 전설 속의 고갯길과는 달리 실제로 ‘아리랑’ 고개가 존재했다는 설도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한 것이 일제 강점기에 나온 민족영화 <아리랑>의 소재가 된 정릉길이다. 서울 돈암동에서 정릉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바로 아리랑 고개라는 것이다. 전부터 그렇게 불러 오다가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이 나오면서 정설로 굳어졌다.

님웨일즈가 쓴 조선혁명가 김산의 일대기 『아리랑』(1941) 서두에 <아리랑>이 게재되어 있다. 이 <아리랑>은 만주 땅을 떠도는 유이민의 한맺힌 설움을 절절히 노래하고 있다.


"이천만 동포야 어데 있느냐

삼천리 강산만 살아 있네


지금은 압록강 건너는 유랑객이요

삼천리 강산도 잃었구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이렇게 이 노래는 일제 강점기에 먹고 살기 힘들어 북간도, 러시아 땅으로 떠났던 유랑민들이 넘어야 했던 한맺힌 고개를 한탄하고 있다. 여기서 아리랑 고개는 실제 존재하는 고개라기보다는 나라 잃고 이국 땅으로 이주해야 했던 유이민(nomad)들이 넘어야 하는 고난과 고통의 언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님웨일즈의 『아리랑』의 <아리랑>은 일제 강점기 민족한(民族恨)이 서린 일종의 노마드 송(nomad song)인 것이다.


"괴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아버지 어머니 어서오소

북간도 벌판이 좋다더라


쓰라린 가슴을 움켜쥐고

백두산 고개로 넘어간다


감발을 하고 백두산 넘어

북간도 벌판을 헤매인다"


만주 유이민들이 부르던 <신아리랑>의 일부다. 이 노래에서 유이민들의 참상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북간도가 좋다고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백두산 고개를 넘었건만 기다리는건 가난과 굶주림 뿐이다. 노래에서 북간도 벌판을 헤매도는 유랑민들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아리랑 고개, 백두산 고개를 넘었으나 고통스런 삶의 질곡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 노래의 아리랑 고개는 일제 강점기 조선땅을 등지고 넘어야 했던 유이민들의 유랑고개를 상징한다.

이처럼 ‘아리랑 고개’는 서민들의 넘어야 하는 고단한 삶의 고개, 나라의 부역길을 떠나는 고통의 고개, 나라잃은 설움을 딛고 넘어야 했던 유랑의 고개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결국 아리랑 고개는 우리 민족과 백성들이 걸어야 했던 고난과 역경의 고갯길을 표상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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