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60회) 교우_ <가요사회사14>_< 기생의 사랑과 죽음> > 교우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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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88회 작성일 2021-09-30 08:59
김영철(60회) 교우_ <가요사회사14>_< 기생의 사랑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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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의 사랑과 죽음>


기생들은 기구한 자기 삶을 포기하고 자살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다. 기생으로서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기생들의 비극적 생애가 고스란히 가요로 남아 한국 가요사를 장식하는 경우도 있다.

1923년 6월에 있었던 기생 강명화 자살사건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백만장자인 장길산의 아들 장병천과의 사랑이 사회의 냉대와 따가운 시선으로 실패하자 강명화가 끝내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했던 것이다. 

<동아일보> 등 당시 신문들이 이를 상세하게 보도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최고 갑부 아들과 기생과의 사랑은 출발부터 비극의 씨앗을 안고 있었다.

함께 미래를 약속하고 일본유학까지 갔으나 유학생들의 냉대로 귀국하고 만다. 머리도 자르고 손가락까지 자르며 삶의 의지를 보였지만 끝내 사회적 비난과 냉대를 견딜 수 없어 자살했던 것이다.

천한 기생의 신분이었지만 사랑의 진실과 순수성을 죽음으로 지키려 했던 강명화는 일약 사랑의 화신(化身)으로 떠 올랐다. 비록 사회적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죽었지만 그녀의 죽음은 사랑을 위한 고귀한 희생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죽어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이루고 신분적 계층을 초월하는 시대적 선각자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유교적 가치관의 희생물이 된 것이다. 

이 사건은 <강명화전>(1925) 등 소설로 여러 편이 씌어져 세간의 관심을 끌었고, <강명화 절명곡> 등 많은 노래로도 불려졌다. 당시 유행하던 노래극 음반으로도 출시되었다. 비극적 사건이 소설, 가요, 가극 등 다양한 예술로 승화된 것이다. 김우진과 윤심덕의 투신 자살 못지 않은 사회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황천이 감동하사 지도함인지

어여쁠손 장병천과 인연 맺으니

산서해맹(山誓海盟)에 깊고 깊이 변치 않고서

검은 머리 백발토록 살자 했더니


차라리 내가 일부 잔명 내가 끊어서

천사만사 걱정근심 잊으리로다

삼각산아 잘 있거라 나는 떠난다

한강수야 후생에나 다시 만나세"

-<강명화 절명곡>


<강명화 절명곡>이다.

17세에 기생이 되어 힘들게 살다가 하늘이 도왔는지 장병천과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 사랑을 나누게 되었으나 ‘가정불화 사회책망 빗발쳐’, ‘우리낭군 만리전정’ 그르칠까 두려워(생략 부분) 세상을 하직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진실한 사랑을 하였지만 신분상 한계와 사회적 냉대를 결코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한계를 벗어나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길은 오직 죽음 뿐이었다. 

강명화 사건이 있은지 10년 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의 애정비극의 주인공은 카페걸과 젊은 의사였다. 두 사람 역시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죽음으로 완성했다. 


이를 소재로 한 <봉자의 노래>(채규엽, 1933)가 나와 장안 화류계 여성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노래는 1933년에 있었던 종로 카페의 여종업원과 젊은 의사와의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 때문에 유서를 남긴 채 한강에 투신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사랑의 애달픔을 죽음에 두리

모든 것 잊고 잊고 나 홀로 가리

살아서 당신 아내 못될 것이면

죽어서 당신 아내 되어지리다

내 사랑 한강물에 두고 가오니

천만년 한강물에 흘러 살리다"

-채규엽, <봉자의 노래>


노래의 주인공 ‘김봉자’는 실제 인물이었고 종로 카페에서 일하던 여급이었다. 경성제대 의학부를 졸업한 인테리 의사 노병운을 알게 되어 사랑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신분을 초월하여 깊은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남편의 애정행각을 알게 된 노병운의 부인이 경찰서에 진정서를 내며 파국을 맞게 된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불행히도 유부남이었다. 또한 카페 여급은 ‘서양기생’으로 취급되던 당시였기에 두 사람의 사랑은 애초에 이루어지기 힘든 것이었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절망과 사회의 따거운 시선을 견디지 못한 채 그녀는 한강에 몸을 던지고 만다. 이 사실을 들은 노병운도 바로 같은 자리에서 투신하여 동반자살을 감행했다. 

1933년 9월에 일어난 이 사건은 한 달 동안 신문지상에 대서 특필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유부남과 호스티스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죽음으로 완성된 사랑이었기에 더 큰 화제가 된 것이다. 

이 사건이 노래로 불려짐으로서 다시 장안의 화제거리가 되었다. <봉자의 노래>가 나오자 한 달 뒤에 자매편인 <병운의 노래>가 발매되었다.


"그대를 위하여 피까지 주었거든

피 보다도 더 붉은 우리의 사랑

한강 깊은 물 속에 님 뒤를 따르니

천만년 영원히 그 품에 안아 주"

-채규엽, <병운의 노래>


이처럼 ‘피 보다 더 진한 사랑’을 애절하게 노래하고 있다. 이렇게 애절한 노래가 자매편으로 등장하여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두 노래의 소재가 비극적 동반자살로 마감된 애정실화였고, 유부남 의사와 여급이라는 신분적 차이 때문에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두 노래 속에서 계층과 신분을 초월한 진정한 사랑의 진면목을 보여 주어 더욱 공감의 폭이 컸던 것이다. 비극의 주인공은 어찌 봉자 한 사람으로 끝났을 것인가. 기생, 여급 등 사회적 천대를 받는 주인공들이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고민과 절망은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두 노래는 1930년대 윤리적 가치관과 사회적 단면을 잘 보여주는 곡이라 할 수 있다.


<강명화 절명곡>과 <봉자의 노래>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노래다. 하지만 이처럼 기생이나 카페걸 등 사회적 냉대를 받고 있는 직업여성과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비극은 영화나 유행가의 주된 소재가 되곤 하였다. 유행가에는 신파조에 가까운 기생들의 죽음을 다룬 노래들이 많다. 대부분 의사, 화가 등 지식계층이거나 돈 많은 사람들과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루고 있다. 비극적 사연으로 울음을 자아내는 신파극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기생 절명곡은 <이수일과 심순애>의 또 다른 버전(version)이라 할 수 있다. 1929년에 출시된 <낙화유수>는 5만여 장이나 팔린 흥행곡이었다.

그것은 영화의 주제가였을 뿐 아니라 최초의 창작가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낙화유수>는 진주 출신의 젊은 화가와 기생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신파 멜로드라마로 장안의 화제가 된 영화다. 명문집안의 젊은 화가가 기방에서 만난 기생을 사랑하였으나 집안의 반대로 결혼에 실패하고 여주인공이 강에 투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낙화유수>를 작사, 작곡한 김영환은 김영환은 진주 출신으로 어머니가 권번 출신의 기생이었기에 기생에 대한 연민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진주 출신이란 점도 노래의 주인공인 화가와 일치한다. 기생을 모델로 했기에 장안의 기방에서 인기절정이었다. 1930년대 신카나리아에 의해 리메이크 되어 절정의 인기를 누린 일제 강점기 최고의 명곡이다. 후에 <강남달>로 개제(改題)되었는데 유성기 시대의 최고의 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기생의 비극을 소재로 한 노래는 낭독극에서도 발견된다. 그것이 1935년에 나온 <항구의 일야>다. 신파극은 낭독극으로 변신하기도 하였다. 낭독극은 말 그대로 낭독과 노래로 신파극을 모방한 것이다. 신파극은 무대에 올려지는 공연이지만 낭독극은 실제 공연이 아니라 레코드로 취입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항구의 일야>다. 왕평 작으로 된 이 낭독극은 전옥과 왕평이 남녀역을 맡았고 노래는 김용환이 불렀다. 해방 후에 대표적인 가극단인 <백조가극단>의 고정 레파토리로 최고의 인기를 이어갔다. 

그 여파로 1957년 전옥, 최무룡을 주인공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낭독극에서 악극(樂劇)으로, 다시 영화로 계속 리메이크되었던 것이다.


"세상이 덧 없으니 믿을 곳 없어

마음 속 감춘 정을 그 누가 아랴

그 누가 아랴


잔 들어 이 설움을 잊어나 보랴

떠나는 그를 잡고 울어나 볼까

울어나 볼까"

-김용환, <항구의 일야>


내용은 이처럼 전형적인 신파조로 되어 있다. 두 남녀가 사랑의 도피행으로 홍콩으로 떠난 후 여주인공 탄심이가 이철을 의과대학 공부를 시키기 위해 홍등가에서 일을 한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 이철은 배신하여 양가집 규수와 결혼하고 절망에 빠진 탄심이는 마약중독 끝에 절간에 의지하여 살아간다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다. 신파극의 공식은 불우한 직업여성이 헌신적 고생으로 남자를 출세시켰으나 끝내 배신당하고 만다는 스토리를 다룬다.

<항구의 일야>도 이 공식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1930년대 대표적인 기생 한탄가 <홍도야 울지 마라>(김영춘, 1939)도 기생의 비극을 그린 노래다. 사랑을 팔고 사는 기생의 신분이지만 순정을 지키며 굿굿이 살아간다. 사랑하던 남자가 배신하여 부잣집으로 장가 가고, 기생이 되어 끝내 병으로 숨진다는 신파조 내용을 담고 있다. 이노래의 연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가 공연 되는 날이면 장안이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다는 전설적인 작품이다. 조선 연극사상 최고의 장기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남긴 작품이다.

해방 후에도 영화, 연극, 뮤지칼 등으로 확산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다. 

기생들의 죽음은 불우한 여성들의 개인사가 아니라 당대 현실이 안고 있던 사회적 문제라는 점에서 사회사라는 의미를 갖는다. 강명화, 봉자, 홍도는 그런 점에서 당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증언하는 대표적 개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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