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인사이드 칼럼]
베이비 붐 세대 은퇴와 주택가격 논쟁
수요와 따로 노는 주택 공급은 개인ㆍ사회적인 자원낭비
집값 등락 논쟁 하기보다 정확한 시장정보 제공이 우선
인구구조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므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급격한 인구 고령화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고 그로 인한 경제ㆍ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그동안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었다.
장기 주택가격에 미칠 파급효과는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2011년은 주택 구입 세대인 35~5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첫해다.
이를 바탕으로 통계청은 앞으로 우리나라도 주택 수요가 감소해 일본이나 미국처럼 주택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08년 9월에 닥친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집값이 하락한 후 2009년 봄에 회복되었다가 다시 약세를 보이자 주택가격 폭락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일었고 인구 변수는 집값 대세 하락을 초래할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이 논쟁은 앞으로도 반복되겠지만 인구와 가구 속성 변화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에서 몇 가지 짚을 것이 있다.
이러한 분석에서는 먼저 현재 각 연령대에 속하는 사람들의 주택소비 패턴을 분석한 그 패턴이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가정 아래 각 연령대별 인구 구성이 변하면 전체 주택 수요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한다.
예컨대 현재 45세인 사람이 20년 후에 65세가 되면 현재 65세인 사람이 사용하는 면적과 동일한 주거 면적을 사용한다고 가정한다.
현재 45세 장년층이 65세 고령층보다 더 넓은 면적을 사용하므로 20년 후에 45세 인구 비중이 하락하고 65세 인구 비중이 상승하면 필요한 주거 면적은 전체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소득과 가격 등 주택 수요를 결정하는 다른 변수들 영향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국내 연구들에 따르면 인구 변화보다 소득 변화가 주택 수요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현재 45세인 사람의 생활방식이나 취향이 현재 65세인 사람의 25년 전과 같지 않다면 20년 후 이 사람 주거소비 패턴은 지금 65세와 다를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주택 공급이다. 인구 속성 변화로 인한 주택 수요 감소로 주택가격이 얼마나 하락할지는 주택 공급 반응에 달려 있다.
2000년대 우리나라 중대형 아파트 가격 변동 추세는 좋은 예다. 참여정부 시절에 중대형 아파트 값이 유난히 많이 오르자 중대형 공급이 대폭 늘었고 그 결과 가격 상승률이 소형 평형과 역전되었다.
요즘 일고 있는 소형 생활주택 건설 붐의 효과도 시차를 두고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장 여건에 대한 판단착오나 군중심리에 의한 일시적 쏠림 현상은 배제할 수 없지만 길게 보면 민간부문 공급은 수요 변화에 분명히 반응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주택 유형, 물리적 속성, 위치 등 질적 측면이다. 총량적 주택 공급이 해소된 상황에서 수요와 부합하지 않는 공급은 개인과 사회적 자원 낭비를 초래한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 변화를 겪은 외국 사례라고 해서 반드시 우리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일본 35~5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지가하락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지가 하락의 근본 원인은 지가 거품 형성과 급격한 붕괴를 초래한 정부 정책의 여파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미국 주택 수요는 55세에서 정점에 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60대까지도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택이 가계자산에서 80%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장기 주택가격 향방은 개인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가 지대하다.
그러나 집값 폭락 가능성 논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수요자들과 공급자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는 일이다.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각종 공급제도와 세제를 정비하는 한편 시장참여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 필요한 정확한 시장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경환 객원논설위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