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서정(秋日抒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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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오후 잠깐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정말 완연한 가을이네요.
어쩜 벌써 만추의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금요일 미사연 지리산 인원 금계의 제3둘레길을 걷고
일요일 아침 운길산산정과 수종사 산행을 하고
일주일을 가을맞이로
어느 가을날 한나절을 TV와 씨름하자니 갑갑증이 도진다.
새벽 비가 그친 오후
스러져 가는 가을을 맛보려
집 뒤의 가까운 용화산에 오르다.
1930년대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김광균 시인의 '추일서정'을 떠올리며......
추일서정
김광균
낙엽은 북한과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함북 청진과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아직도 빈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가을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러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園)을 긋고 잠기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