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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中)
댓글 0건 조회 884회 작성일 2009-06-15 11:56
서산대사의 임종게

본문

여보게 친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千計萬思量)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紅爐一點雪)

진흙소가 물 위를 가니 (泥牛水上行)

대지와 허공이 갈라지는구나. ( 大地虛空裂)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서산대사의 임종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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