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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26회 작성일 2008-12-18 09:25
[위클리조선] SK네트웍스 정만원(61회)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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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SK네트웍스 정만원(61회) 사장
직원 부인 생일 챙겨주고 휴가 때 슬리퍼 사주고…
“서로 마음 움직이니 회사가 저절로”
‘워크아웃기업에서 4년 만에 국내 6대 기업으로!’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의 눈부신 변신이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공적 자금을 받지 않고 자체 회생노력으로 예상보다 빠른 시점인 지난해 4월 워크아웃을 졸업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작은 회사면 그럴 수도 있지만 국내 매출액 6위의 대기업이 이런 혁신을 이루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이다.

이런 성과의 바탕에는 임직원의 뼈를 깎는 자성과 분발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어디든 수훈갑은 있게 마련이다. ‘SK글로벌사태’를 종식시킨 일등공신이 정만원(鄭萬源) 사장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드물다. 익명을 요구한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정 사장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조기에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감원·감봉 말고 일을 더 하면 되지”


재계의 특급 소방수인 정 사장은 관료 출신이다.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관료 출신 중 그만큼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이도 드물다. 그는 ‘SK글로벌사태’가 터진 해인 2003년 6월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장을 맡아 SK네트웍스와 첫 인연을 맺었고 2003년 9월에 SK네트웍스 사장에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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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조영회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당시 외부의 시각은 SK네트웍스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였다. 해외법인의 부실 외에도 주력사업의 시장 포화로 인한 성장 한계 직면, 다양한 사업조직 통합에 따른 이질적인 조직문화, 실추된 기업이미지 제고 등 난제가 산적해 있었다. 정 사장은 위기의 원인에 대한 분석작업부터 시작했다. 워크아웃을 야기한 주된 원인이 해외법인의 부실이라고 판단, 과감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당시 40여개의 해외지사·법인을 17개로 절반 이상 줄이고 부실사업을 정리하는 등 각고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직원을 대상으로 감원이나 감봉은 하지 않았다. 그는 “소극적인 방안보다는 일을 더 많이 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부실기업 회생과정에서 CEO(최고경영자)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다. 물론 잘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경영자로서의 정 사장이 돋보이는 대목은 따로 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던 것이다. 굳이 이름 붙이면 정만원 스타일의 ‘워크아웃기업 감성경영’ 정도가 될 것이다.


취임 첫 약속 “매일 아침 기(氣)체조 하겠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물리적인 구조조정보다 구성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당시 SK네트웍스는 구성원들 사이에 패배주의가 만연해 있던 상태였다. 그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당시 500명 수준이던 본사 직원을 50명 단위로 한데 모아 약속을 했다. “1년에 책을 100권 읽겠습니다. 아침마다 나와서 기체조를 하겠습니다.” 직원들의 초기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는 사람(사장)마다 약속을 했지만 약속을 지킨 사람이 있냐”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그는 “잘해봅시다” 하는 상투적인 말 대신 묵묵히 약속을 지켜나갔다. 매달 자신이 읽은 책의 목록을 직원들에게 공시했고 직원들 사이에 “새로 온 사장이 아침마다 기체조를 한다더라” 하는 입소문이 퍼졌다.

꽁꽁 얼어붙은 직원들의 마음은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그는 일신상의 약속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 복지가 사실상 불가능한 워크아웃 상태에서도 최대한 직원들의 후생을 챙겨주려고 안간힘을 썼다. 워크아웃 진입 이듬해인 2004년의 일이다. 당시 SK네트웍스는 회사 보유 콘도가 없었다. 채권단이 당연히 기존 콘도 보유분을 팔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채권단을 설득해서 한적하고 깨끗한 해수욕장에 위치한 펜션을 빌렸다. 해수욕장에는 ‘환영’ 애드벌룬을 띄웠고 펜션에는 날마다 수박을 넣어줬다. 텐트 친 직원들에게는 정 사장이 아이디어를 내서 슬리퍼를 제공했다. “여름에 뜨거운 모래밭을 맨발로 걸어다니려면 얼마나 뜨겁겠냐고 생각해서 담당 직원한테 지시를 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회사가 워크아웃 상태여서 여름휴가도 제대로 못갈 것이라고 지레짐작으로 체념하고 있었던 직원들은 가족들에게 낯이 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대한 직원을 챙겨주려는 정 사장의 마음을 직원들은 온 몸으로 느꼈고 이후 회사 분위기가 어떠했을지는 말이 필요없다.

그의 감성경영 스타일은 장문의 ‘친필 편지 경영’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SK네트웍스 사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임원 부인들에게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때 매번 편지를 보내고 있다. 손문국 상무의 부인 이지현(52)씨는 남편이 임원으로 승진한 2004년부터 해마다 ‘사장님 편지’를 받고 있다. 편지 내용은 의례적인 것을 탈피해서 아이들 얘기 등 주부들이 공감하는 사안이 대부분이다. 친필이고 분량도 꽤 긴 편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장님 편지를 받고 감격한 부인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집안 분위기도 좋아지고 애사심이 강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금도 한 달에 편지를 몇 통 쓴다. 그러나 정작 정 사장 부인은 편지를 못 받아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신규사업이 시너지 효과 낳아

마인드가 부정적인 사람이 생각을 바꾸면 그 파괴력이 엄청난 법이다. 자신과 회사에 대한 원망과 울분 등으로 가득차 있었던 SK네트웍스 직원들은 정 사장의 마음을 느끼고 회사에 대한 신뢰를 다시 갖기 시작했다. 이후 회사 정상화는 급속도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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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중국 선양(瀋陽)의 복합버스터미널 공사현장을 찾은 정만원 사장.
SK네트웍스는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불황에 강한 체질임을 과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사업 영역이 다양하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낳고 있고 정 사장이 총지휘한 신규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요즘 정 사장은 6개월 전부터 이 회사 전무 몇 명과 함께 색소폰을 맹연습 중이다. 내년 4월의 회사 창립 기념 파티에서 직접 공연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 11월24일 정 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지난 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색소폰으로 비목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경력이 화려하다. 중앙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고 1976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1977년 행정고시에 수석합격했다. 그러나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그가 소싯적부터 일을 잘 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1980년부터 13년간 동력자원부에서 잔뼈가 굵은 에너지통이었다. 사무관 시절 부지기수로 잠을 안 자고 업무에 매진하는 그의 열정은 관가(官街) 안팎에서 유명했다. 그는 SK그룹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1994년 그룹 SOC추진본부 이사로 말을 갈아탔다. 이후 그는 SK그룹에서 승승장구하면서 SK㈜와 SK텔레콤의 주요 보직을 거쳐 2003년부터 현직에 재직 중이다.

정 사장은 SK네트웍스가 종합상사로 불리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는 “종합상사는 무역에 국한된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SK네트웍스의 다양한 사업 영역을 모두 담을 수 없다”라며 “대신 ‘종합사업회사’라는 표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사업 부문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러한 우리 회사의 장점을 살려 세계 최고의 종합사업회사를 지향한다”며 “궁극적인 비전으로 ‘영원히 성장하는 회사’를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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