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사이드] 부동산 규제 완화 원칙 지켜라, <font color=blue>김경환(67회)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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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사이드] 부동산 규제 완화 원칙 지켜라 | |||||||||
얼마 전까지 대규모 미분양으로 인한 건설경기 후퇴를 걱정하면서도 건설업계 지원이 도덕적 해이를 수용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데 부담을 느껴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정부도 이제 부동산 부문이 금융과 실물경기 위험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발표한 일곱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종합하면 10년 전 외환위기 수습을 위해 동원되었던 정책에 비견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아직 별 반응이 없다. 앞으로 경제가 더 나빠지고 집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당장 효과도 없고 나중에 경기가 회복되면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할 위험한 대책을 쏟아내는 이명박 정부의 의도가 참여정부의 정책들을 허무는 데 있다는 비판까지 들린다. 위기에 위험과 기회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면 작금의 위기는 왜곡된 규제와 제도를 바로잡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론과 단기적 시장 동향에 좌우되는 부동산과 국토 정책은 더욱 그러하다. 이 분야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특이한 제도가 많다. 분양가 규제, 재건축 규제, 전매 및 거래 제한,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 중과세, 종합부동산세, 수도권 입지규제 등이 그 예다. 우리나라 부동산의 특수성 때문에 이러한 정책들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비슷한 반면 같은 사람도 제도와 인센티브 체계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우리가 유난히 부동산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각종 제도가 부동산을 선호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수도권 규제는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과 기업환경 제고를 통한 대도시권 경쟁력 강화에 역행할 뿐 아니라 일부 지역의 반사적 이익을 제외하면 비수도권 지방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선 지방 발전, 후 수도권 규제 완화' 원칙은 나라 밖에 있는 치열한 경쟁 상대를 외면한 대내적 발상이다. 기업이 국경을 넘나들며 사업하기 좋은 지역을 선택하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공급자 시각에서 모든 지역에 선도산업을 몇 개씩 지정하는 것보다는 '수도권에는 자유를, 지방에는 기회를' 부여하고 지방의 노력을 지원하는 게 현실적인 지역정책 대안이다. 11ㆍ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이 완결편이 될지 추가 대책이 나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특히 1가구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세 완화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미 5가구 이상 주택을 임대하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중과세가 배제되고 내년부터 비수도권에서 집을 한 채라도 매입해 임대하면 중과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1가구 다주택 보유를 투기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차제에 선진국들처럼 집을 몇 채 소유하든 양도소득세는 동일하게 부과하되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주택 월세만 과세하고 전세보증금은 과세하지 않지만 상가처럼 보증금에 정기금리를 곱한 금액에 대해 과세하고 보증금의 운용 수익에 대해 낸 세금을 빼 주면 될 것이다. 호경기보다는 지금 같은 위기상황이 규제 완화와 세제 개혁을 추진하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경기회복이 개혁의 명분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가 회복되면 원래 제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년 넘게 시행되다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규제 완화 차원에서 1999년에 철폐되었던 분양가 규제가 2007년에 원가공개 의무화와 함께 더 강한 규제로 부활했다. 지속 가능한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가 그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확신해야 하고 국민들을 설득할 의지와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