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로에게 길을 묻는다] <3> <font color=blue>김종인</font> 前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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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원로에게 길을 묻는다] <3> 김종인 前 경제수석
"부자들 세금 깎아준다고 소비 안 살아나… 감세 발상부터 문제"
"주택가격 하락은 세계적 현상… 투기 조장해선 안돼
MB, 경제를 너무 쉽게 생각해 비현실적 목표 제시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인내를 요구할 필요도"
"주택가격 하락은 세계적 현상… 투기 조장해선 안돼
MB, 경제를 너무 쉽게 생각해 비현실적 목표 제시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인내를 요구할 필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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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이하며, 부동산 경기 부양이나 감세정책을 통한 위기해법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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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솔직함입니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했다가 달성 못하면 결국 신뢰만 상실돼요."
역시 그다웠다. 김종인 전 의원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1990년대초 대통령 경제수석시절 부동산 투기광풍에 맞서 무서운 칼날을 휘둘렀던 그답게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에 대해선 투기를 조장해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외환위기 10년만에 다시 위기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얼마나 우리경제가 달라졌다고 보십니까.
"기업 부채비율이 낮다는 게 달라진 점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특히 은행 관련 불확실성이 커요. 금융회사 유동성에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감독당국이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일반 국민들의 금융에 대한 불신이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돈 풀어라, 서민대출 만기 연장해라, 계속 압박만 하면 뭐합니까. 은행도 기업인데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 그럼 은행부문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금융기관의 유동성 문제를 확실히 점검해서 선제적으로 공적기금을 조성하고 유동성을 더 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7,000억달러 구제금융 투입하는데 독일은 경제규모가 그보다 훨씬 작은데도 6,000억달러를 들여 금융시장안정기금을 조성하고 은행들한테 자본확충을 강요하고 있어요. 물론 은행들이 실제로 필요하지 않으면 기금을 안 쓸 수도 있죠. 그렇더라도 예방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시 그다웠다. 김종인 전 의원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1990년대초 대통령 경제수석시절 부동산 투기광풍에 맞서 무서운 칼날을 휘둘렀던 그답게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에 대해선 투기를 조장해 손쉽게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외환위기 10년만에 다시 위기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얼마나 우리경제가 달라졌다고 보십니까.
"기업 부채비율이 낮다는 게 달라진 점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특히 은행 관련 불확실성이 커요. 금융회사 유동성에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감독당국이 솔직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일반 국민들의 금융에 대한 불신이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돈 풀어라, 서민대출 만기 연장해라, 계속 압박만 하면 뭐합니까. 은행도 기업인데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 그럼 은행부문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금융기관의 유동성 문제를 확실히 점검해서 선제적으로 공적기금을 조성하고 유동성을 더 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7,000억달러 구제금융 투입하는데 독일은 경제규모가 그보다 훨씬 작은데도 6,000억달러를 들여 금융시장안정기금을 조성하고 은행들한테 자본확충을 강요하고 있어요. 물론 은행들이 실제로 필요하지 않으면 기금을 안 쓸 수도 있죠. 그렇더라도 예방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 현 경제팀을 어떻게 보십니까.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적지 않은데요.
"정부가 현 경제상황을 제대로 인식 못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우선 국제 금융위기는 지난해 여름부터 징후가 나타났고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는데 전혀 몰랐던 것처럼 말하고 있잖아요. 국내 경제에 대한 진단도 잘못됐습니다.
지난 두 정권을 계속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1990년대 이후 2007년까지 세계 GDP 총액이 23조달러에서 58조달러로 증가하는 와중에 우리는 1인당 GDP가 5,000달러에서 2만달러로 4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 교체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그건 아니예요. 다만 훌륭한 경제정책을 펴려면 단순 행정가가 아니라 창의력과 확신을 가지고 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인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강만수 장관 등을 대신해 거론되는 인사들 중에도 그러한 역량을 지닌 인재가 안 보인다는 얘깁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경제를 매우 잘 아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장관은 단순히 집행을 하는 사람인 상황에서 누가 장관을 맡든 소용이 없지 않겠습니까."
- 경제부총리제를 도입하면 달라질까요.
"천만에. (경제부총리제 도입은) 의미없는 얘기예요."
- 결국은 대통령의 인식이 문제라는 말씀인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3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임금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이 와중에 부시 정권 하에서 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거품이 붕괴되자 결국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 동안 성장만 해 와서 가만히 있어도 경제가 굴러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참여정부 때 양극화가 심해지니까 처음으로 자칭 경제대통령을 뽑은 것이지요. 아마 5년 후에는 진짜 경제대통령을 뽑을 겁니다."
-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잘 아는 것은 사실 아닌가요.
"(이 대통령은) 경제를 너무 쉽게 아는 것 같습니다. 당선만 되면 성장률이 1~2% 오를 것이고, 코스피가 3,000을 간다느니 했잖아요. 게다가 아직까지도 747에 집착을 하고 있어요. 경제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정직하고 솔직해야 하는데 이런 비현실적 목표를 제시하면 안 됩니다."
- 정부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목표를 4%로 제시했습니다. 이것도 비현실적으로 보시나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제침체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대공황 때에 비해 국제공조 체제가 활발하게 작동하고 미국의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인 것을 보면 금방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선진국 전체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는데 우리 경제성장률 목표는 비현실적이라고 봅니다."
- 얼마나 떨어질까요. 혹시 우리나라도 마이너스 성장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지요. 국내총생산(GDP) 구성요소를 보면 소비, 투자, 수출 등을 들 수 있는데 (극단적으로 본다면) 소비는 이미 침체되기 시작했으니 마이너스, 투자는 세계 경기가 침체하는데 기업이 투자를 늘릴 리 없으니 역시 마이너스, 수출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자원부국도 유가 하락으로 수입 여력이 없어졌으니 역시 마이너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자꾸 가능성 없는 목표를 내세워 보았자 신뢰만 상실됩니다."
- 정부는 '감세+재정지출확대' 패키지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감세 부분을 놓고 워낙 논란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잘못됐지요. 우리나라에서 감세로 경기 부양한다는 발상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우리나라에서 주로 세금을 내는 계층은 고소득층입니다. 그런데 고소득층은 세금 내려준다고 해서 소비를 늘리는 계층이 아니에요. 감세를 해봤자 민간소비가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깁니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을 통해 공공지출을 늘리는 것은 물론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SOC 투자할 데가 남아 있어요. 하지만 일본처럼 하면 안 됩니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무너지자 1조2,000억달러를 공공부문에 쏟아 부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도 내놓았습니다. 일부에선 부동산투기 조장책이라고 폄하하기도 하는데요.
"현재 주택가격이 너무 높아서 실수요자들은 구입능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주택가격은 더 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GDP 중 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보니 DJ 정부도 그렇고 역대 정권이 모두 경기가 안 좋아지면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습니다. 이번에도 재건축 규제 완화하는 것을 보면 투기를 조장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살리자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경기침체와 주택가격하락은 우리만 겪는 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중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매우 높은데 위험을 더 부풀리는 것입니다."
- 감세도 안된다, 부동산부양도 안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죠? 어쨌든 경기는 살려야 하지 않습니까.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게 제일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인내를 요구할 필요도 있습니다. 정부가 툭하면 외신이 우리나라 위험을 과장한다고 불평하고 언론도 이에 동조하는데, 일리있는 것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외환위기 때를 기억하기 때문에 정부나 언론의 외신 공격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 생존이 불가능한 계층을 살리기 위한 사회지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기회에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을 꺾는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욕망을 잠재울 필요도 있습니다."
- 다른 얘기를 좀 해보죠. 미국에서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번에 미국 국민들뿐 아니라 전세계가 오바마의 당선을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졌고 이번의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나타나게 됐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는 민영화, 자유화, 규제완화를 외치는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면 결국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토지나 주택 문제는 수요ㆍ공급 논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지요. 결국 오바마의 당선과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과 경제구조 차제가 바뀔 겁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의 경제구조가 대한민국 발전에 좋은 것인가 고민해 봐야 할 때입니다."
◆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경제학 교수로 시작,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후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경제수석 시절 반(反)재벌적 경제력집중 억제정책과 부동산투기 규제정책을 추진, 재계로부터 '기피'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개혁성향이 강하고, 어디서든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스타일이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선생의 손자.
◇ 약력
▲1940년 서울 생 ▲중앙고ㆍ한국외대 독일어과 졸 ▲독일 뮌스턴대 경제학 석ㆍ박사 ▲1973~1985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제 11ㆍ12ㆍ14ㆍ17대 국회의원 ▲1989년 보건사회부 장관 ▲1990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2003~2004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건국대 석좌교수 ▲1992년~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2008년 9월~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
"정부가 현 경제상황을 제대로 인식 못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습니다. 우선 국제 금융위기는 지난해 여름부터 징후가 나타났고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는데 전혀 몰랐던 것처럼 말하고 있잖아요. 국내 경제에 대한 진단도 잘못됐습니다.
지난 두 정권을 계속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데, 1990년대 이후 2007년까지 세계 GDP 총액이 23조달러에서 58조달러로 증가하는 와중에 우리는 1인당 GDP가 5,000달러에서 2만달러로 4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 교체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그건 아니예요. 다만 훌륭한 경제정책을 펴려면 단순 행정가가 아니라 창의력과 확신을 가지고 정책을 펴나갈 수 있는 인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강만수 장관 등을 대신해 거론되는 인사들 중에도 그러한 역량을 지닌 인재가 안 보인다는 얘깁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경제를 매우 잘 아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장관은 단순히 집행을 하는 사람인 상황에서 누가 장관을 맡든 소용이 없지 않겠습니까."
- 경제부총리제를 도입하면 달라질까요.
"천만에. (경제부총리제 도입은) 의미없는 얘기예요."
- 결국은 대통령의 인식이 문제라는 말씀인 것 같은데…
"미국에서는 3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임금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이 와중에 부시 정권 하에서 양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거품이 붕괴되자 결국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 동안 성장만 해 와서 가만히 있어도 경제가 굴러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참여정부 때 양극화가 심해지니까 처음으로 자칭 경제대통령을 뽑은 것이지요. 아마 5년 후에는 진짜 경제대통령을 뽑을 겁니다."
- 어쨌든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잘 아는 것은 사실 아닌가요.
"(이 대통령은) 경제를 너무 쉽게 아는 것 같습니다. 당선만 되면 성장률이 1~2% 오를 것이고, 코스피가 3,000을 간다느니 했잖아요. 게다가 아직까지도 747에 집착을 하고 있어요. 경제정책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정직하고 솔직해야 하는데 이런 비현실적 목표를 제시하면 안 됩니다."
- 정부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목표를 4%로 제시했습니다. 이것도 비현실적으로 보시나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제침체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대공황 때에 비해 국제공조 체제가 활발하게 작동하고 미국의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는데도 이 정도인 것을 보면 금방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선진국 전체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는데 우리 경제성장률 목표는 비현실적이라고 봅니다."
- 얼마나 떨어질까요. 혹시 우리나라도 마이너스 성장이…
"아니라는 보장은 없지요. 국내총생산(GDP) 구성요소를 보면 소비, 투자, 수출 등을 들 수 있는데 (극단적으로 본다면) 소비는 이미 침체되기 시작했으니 마이너스, 투자는 세계 경기가 침체하는데 기업이 투자를 늘릴 리 없으니 역시 마이너스, 수출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자원부국도 유가 하락으로 수입 여력이 없어졌으니 역시 마이너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자꾸 가능성 없는 목표를 내세워 보았자 신뢰만 상실됩니다."
- 정부는 '감세+재정지출확대' 패키지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감세 부분을 놓고 워낙 논란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잘못됐지요. 우리나라에서 감세로 경기 부양한다는 발상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우리나라에서 주로 세금을 내는 계층은 고소득층입니다. 그런데 고소득층은 세금 내려준다고 해서 소비를 늘리는 계층이 아니에요. 감세를 해봤자 민간소비가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깁니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을 통해 공공지출을 늘리는 것은 물론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SOC 투자할 데가 남아 있어요. 하지만 일본처럼 하면 안 됩니다.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무너지자 1조2,000억달러를 공공부문에 쏟아 부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도 내놓았습니다. 일부에선 부동산투기 조장책이라고 폄하하기도 하는데요.
"현재 주택가격이 너무 높아서 실수요자들은 구입능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주택가격은 더 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GDP 중 건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보니 DJ 정부도 그렇고 역대 정권이 모두 경기가 안 좋아지면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습니다. 이번에도 재건축 규제 완화하는 것을 보면 투기를 조장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살리자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경기침체와 주택가격하락은 우리만 겪는 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중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금융회사들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매우 높은데 위험을 더 부풀리는 것입니다."
- 감세도 안된다, 부동산부양도 안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죠? 어쨌든 경기는 살려야 하지 않습니까.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게 제일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인내를 요구할 필요도 있습니다. 정부가 툭하면 외신이 우리나라 위험을 과장한다고 불평하고 언론도 이에 동조하는데, 일리있는 것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외환위기 때를 기억하기 때문에 정부나 언론의 외신 공격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 생존이 불가능한 계층을 살리기 위한 사회지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기회에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을 꺾는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욕망을 잠재울 필요도 있습니다."
- 다른 얘기를 좀 해보죠. 미국에서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이번에 미국 국민들뿐 아니라 전세계가 오바마의 당선을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졌고 이번의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나타나게 됐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는 민영화, 자유화, 규제완화를 외치는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전적으로 시장에 맡기면 결국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토지나 주택 문제는 수요ㆍ공급 논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지요. 결국 오바마의 당선과 글로벌 경제위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과 경제구조 차제가 바뀔 겁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의 경제구조가 대한민국 발전에 좋은 것인가 고민해 봐야 할 때입니다."
◆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경제학 교수로 시작, 노태우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과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후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경제수석 시절 반(反)재벌적 경제력집중 억제정책과 부동산투기 규제정책을 추진, 재계로부터 '기피'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개혁성향이 강하고, 어디서든 '쓴소리'를 마다치 않는 스타일이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선생의 손자.
◇ 약력
▲1940년 서울 생 ▲중앙고ㆍ한국외대 독일어과 졸 ▲독일 뮌스턴대 경제학 석ㆍ박사 ▲1973~1985년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제 11ㆍ12ㆍ14ㆍ17대 국회의원 ▲1989년 보건사회부 장관 ▲1990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2003~2004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건국대 석좌교수 ▲1992년~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2008년 9월~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