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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근대문화유산의 파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으로 등록만 하려고 하면 건물이 헐리고 또 등록을 하고 난 다음에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앵커: 김경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기자.
우리 문화재에 대해서 인식들이 좀 높아졌나 싶기는 한데 여전히 문화유산이 파괴가 많이 되고 있나 보죠.
기자: 지금도 곳곳의 근대문화유산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이후에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 화가의 가옥이 대표적입니다.
고희동 화가의 가옥은 등록문화재 84호로 등록돼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문짝이 떨어져나가고 곳곳이 허물어져 있습니다.
지붕 한쪽이 내려앉은 모습도 보이죠.
천장이 썩어들어가고 있어서 마치 폐가처럼 보입니다.
마당에는 온갖 폐기물들이 쌓여 있어서 동네 쓰레기장을 보는 듯하기도 합니다.
이 집의 소유기업은 5년 전에 주자장을 만들기 위해 집을 사들였는데요.
시민단체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이후에 여론에 밀려서 집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했지만 현재는 서울시의 건물 보수비 지원제안도 거부한 채 이렇게 집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재산권 행사가 제한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앵커: 등록문화재로 등록돼도 저 정도라않은 근대문화유산들은 상황이 좀더 심각하겠어요.
기자: 아직 등록이 되지 않은 근대문화유산들은 사실 어떻게 사라져가고 있는지 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시흥의 소금창고들이 기습적으로 거됐습니다.
시흥 소래염전의 소금창고는 7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요.
문화재청의 근대문화재 심의를 단 사흘 앞두고 38채가 철거돼버렸습니다.
지금 보시는 곳은 서울 구의정수장인데요.
1936년에 지어진 이 정수장은 일제강점기 공장 건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근대문화재로 등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철거될 예정입니다.
앵커: 이렇게 철거작업이 왜 이렇게 많이 있는 걸까요.
기자: 아직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별로 활용가치가 없다, 또는 짐만 될 뿐이다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덕산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규행 씨의 사례를 보면 문화산도 잘만 활용하면 큰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충북 진천에서 3대째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규행 씨는 지난 2003년에 직접 나서서 이 양조장을 등록문화재로 등록했습니다.
1920년대에 지어진 이 양조장 건물은 당시 양조시설이 지금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당시의 술제조 방식 역시 그대로 살아 있는데요.
이 업체의 전통주는 등록문화재인 양조장에서 제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모았고 3년 만에 매출액이 3배 이상 껑충 뛰었습니다.
인터뷰: 등록문화재가 되고 나서 소비자들이 더 신뢰감을 갖고 우리 전통주에 대한 믿음이 좀더 깊어지고 그런 부분에서 아주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기자: 일본에서는 근대문화유산이 다양한 방법으로 잘 활용되고 있는데요.
오타루시의 경우 100년 된 은행 건물이 고풍스러운 기념품가게로, 또 공장은 세련미 넘치는 현대식 레스토랑으로, 쌀창고는 화려하고 멋있게 꾸며진 장난감가게로 변신하면서 지역 전체가 유명한 관광지가 됐습니다.
지금도 우리 근대문화유산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는데요.
이제 다양한 활용방법을 찾아서 서로 근대문화유산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그런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앵커: 전세계적으로 요즘 세계문화유산이니 해서 보존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데 우리의 모습은 참 안타깝습니다.
앵커: 김경호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