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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앙고 등 6개 고교 학생들이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펼친 3·1운동 재현 행사. 일본군들이 총을 겨눈 가운데 민족 대표들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신원건 기자 |
인사동 거리서 89년전 기미독립운동 재현
“대한독립 만세! 대한독립 만세!” “탕 탕 탕.”
두루마기를 휘감은 민족대표 33인, 검은색 학생복과 학생모 차림의 학생 200여 명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자, 일본군 50여 명의 총구에서 압제의 탄환이 쏟아져 나왔다. 화약 냄새와 연기가 가득 퍼졌다. 사람들은 얼굴을 가렸고 여학생의 가느다란 비명도 들렸다.
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89년 전 기미독립운동이 재현됐다. 서울 중앙고가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마련한 이 ‘태극기 물결 행진’에는 2500여 명이 참가했다. 중앙고를 비롯해 인천여고, 수피아여고(광주) 등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은 6개 고교 학생 대표들이 앞장섰다.
행렬은 중앙고를 출발해 독립운동가 노백린 선생의 집 터, 만해 한용운 선생이 천도교 기독교 측과 만세 운동을 거행하기로 약속했던 유심사 터, 3·1운동을 막전막후에서 지원한 인촌 김성수 선생의 고택 등이 있는 계동과 안국동 일대를 돌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길 가던 시민들은 처음에는 놀란 듯 바라보다 곧 “만세”를 함께 외치며 박수로 화답했다. 안국동 일대에서 사진을 찍으러 나온 대학생 김원석(21) 씨는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 카메라만 들고 있을 수 없었다”며 태극기를 들고 행렬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편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경기 화성시, 강원 춘천시, 제주시 등 전국 곳곳에서 3·1절을 맞아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고 대한독립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행사가 열렸다. 독립기념관이 개최한 ‘3·1운동 문화행사’에는 1만여 명이 3·1운동 연극에 동참해 만세운동을 재현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