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중앙고교의 그 은행나무

이장희

발행일 2014.11.20. 16:42

수정일 2014.11.20. 16:43

조회 1,320

계동 은행나무

이장희의 사연있는 나무이야기 4 – 계동 은행나무

계동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조선시대 의료기관이었던 제생원(濟生院)이 있어 제생동이라 불리던 것이 시초다. 후에 제생동은 계생동으로 음이 변해 불리다가 그 발음이 왠지 '기생동'같이 들려 이상하다 하여 '생(生)'자를 빼고 계동이 되었다고 하니 지명의 변천이 재밌기만 하다. 계동의 중심에 있는 계동길은 여전히 옛 향취가 서려 있는 가게들이 남아있어 걷는 즐거움이 있다. 그길이 끝나는 삼거리에 있는 거대한 은행나무는 이 동네의 깊이를 더해주는 절정의 풍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나무는 중앙고등학교의 정문 안쪽에 있다. 중앙고등학교는 3・1운동을 비롯하여 6・10만세 운동을 주도하는 등 항일운동에 적극 참여한 유서 깊은 학교다. 교정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총장이었던 노백린 장군의 집터가 있는가 하면, 한국 보이스카우트의 모태였던 '조선소년군'이 결성된 곳이기도 하다. 1970년대, 명성있는 주위 고등학교들이 강남으로 이사를 가는 와중에도 꿋꿋이 버텨 역사를 이어온 모습이 마치 한 자리를 지키는 나무처럼 더없이 멋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 중 하나인 은행나무는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데, 특히 향교와 서원에서는 어김없이 커다란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 바로 중국의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기원 때문이다. 여기서 학문을 닦는 곳을 이르는 말인 행단(杏壇)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의 입구에 떡하니 자라고 있는 이 은행나무는 적당한 자리에 제대로 뿌리를 내린 게 아닐까 생각된다.

날마다 이런 큰 나무의 푸름을 보고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의 기분 또한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훗날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교는 물리적으로 멀어질지 몰라도 가을 은행나무 노란 빛깔은 추억 속 한편에 늘 남아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출처 : 사연있는 나무이야기 / 이장희
※<사연있는 나무이야기>는 서울시 E-BOOK
(http://ebook.seoul.g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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