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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 미래를 말한다] 한균태 경희대 총장
“교양은 ‘지적 장식품’이 아닙니다. 앞으로의 인재는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과 함께 사유와 성찰이라는 인간성(性)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으로 키워내야 합니다.”
경희대 한균태(67)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미래 사회와 조직이 요구하는 소통, 협력, 문제 설정·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는 수준 높은 ‘복합 교양 교육’으로 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대학이 취업과 스펙을 강조하던 2011년 경희대는 교양 교육을 전담하는 후마니타스칼리지를 만들어 주목받았다. 2019년에는 전교생 필수 교양 과목인 ‘시민교육’을 ‘세계시민교육’으로 확대 개편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맞닥뜨릴 문제는 기후변화와 공중 보건, 자원과 식량 등 전 지구적 난제라는 판단에서다. 세계시민교육은 한 학기 동안 사회와 지구의 문제를 탐색하고 강의실 밖에서 직접 해결책을 찾는다. 한 총장은 이를 ‘PBL(Problem-Based Learning·문제 기반형 교육) 수업’이라고 했다. 재작년 지리학과 팀은 이 수업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건 의료 지도’를 제작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외국어 가능 병원·약국 정보와 지리정보시스템의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유학생이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의료 기관을 찾도록 온라인 지도를 만든 것. 한 총장은 “대학 교육이 상아탑 안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며 “교양과 전공이 조화를 이룬 융합 교육으로 사회 문제를 풀어내는 인재를 길러내는 게 대학의 역할”이라고 했다.
한 총장은 “수업에서 얻은 사회 혁신의 경험은 창업으로도 이어진다”고 했다. 실제 경희대는 2020년 기준 학생 창업 매출액이 13억6800만원이나 된다. 국내 대학 중 1위다. 교육부 산학 협력 선도 대학(LINC)과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 선정을 계기로 개소한 창업센터의 결실이다. 17학번 학생이 만든 한국딥러닝㈜이 대표적이다. 딥러닝 기반 물류 OCR(광학문자판독장치) 시스템을 개발해 창업 한 달 만에 우체국과 계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정부의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 총장은 교양 교육과 산학 협력이 동떨어진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첨단 기술과 인간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 높은 복합 교양 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 총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에서 AI 대신 EI(Extended Intelligence·확장 지능) 개념을 쓰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다고 한다. 한 총장은 “기술이 인간과 이질적이거나 적대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성과 능력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달하려면 사유와 성찰, 공감 등 인간성이 통합돼야 한다”고 했다.
인문학적 소양이 교양 교육의 몫이라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현장의 수요를 뒷받침하는 건 전공 교육이다. 경희대는 올해 경영대 빅데이터응용학과, 생명과학대 스마트팜과학과, 소프트웨어융합대 인공지능학과 등 첨단 학과 3곳의 첫 신입생을 뽑았다. 스마트팜과학과는 전용 스마트 온실에서 작물 재배·육종과 ICT(정보 통신 기술)를 결합한 실습 위주의 수업이 이뤄진다.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미래 농법을 연구해 농촌 고령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문제 해결을 이끄는 게 목표다.
전자공학·신소재공학·정보디스플레이 등 학과 7곳이 참여해 반도체 응용 지식을 두루 갖춘 인력을 길러내는 교육과정도 설계 중이다. 여기엔 문과 출신 학생들도 참여하도록 맞춤형 기초 자연과학·공학 강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 총장은 “교수들의 연구·개발도 산업과 긴밀하게 연계해 경제적 가치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이 대학의 원천 기술을 활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기술 이전 수익’ 부문에서 경희대는 2020년 기준 국내 사립대 중 가장 높은 4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해외 기술 이전을 확대해 이를 60억원 수준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한 총장은 “대학의 기술 사업화는 대학 재정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기여할 수 있다. 대학에 주어진 새로운 책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