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55회) 교우 칼럼기사 - 너와 나 우리 모두 살맛나게, 은악양선(隱惡揚善) > 교우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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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807회 작성일 2018-12-27 17:15
김병일(55회) 교우 칼럼기사 - 너와 나 우리 모두 살맛나게, 은악양선(隱惡揚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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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55회) 교우 칼럼기사 - 너와 나 우리 모두 살맛나게, 은악양선(隱惡揚善)

기사 원본 링크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8122101033711000001

김병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前 기획예산처 장관

사람은 누구나 크든 작든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다. 위인도 단점이 전혀 없지 않고, 천하 없는 악인이라도 찾아보면 얼마간의 장점은 있다. 이처럼 세상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관점에 따라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사람이나 세상사의 단점을 주로 들추어내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가급적 장점을 찾아내 칭찬하는 것이 좋은가? 빤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주는 우리 역사상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얼마 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에 있는 포은 정몽주(1337∼1392) 선생의 묘소를 답사할 때였다. 묘 앞에 세워진 우암 송시열(1607∼1689) 선생이 쓴 신도비문 가운데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이 언급한 다음 구절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포은 선생을 두고) 퇴계 이 선생에게 묻자 대답하기를, ‘허물이 있는 가운데서도 마땅히 허물이 없는 것을 찾아야 하지, 허물이 없는 데서 허물이 있는 것을 찾아서는 안 된다(當於有過中求無過, 不當於無過中求有過·당어유과중구무과 부당어무과중구유과)’라고 했으니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다.

포은에 대한 퇴계의 평가를 소개하면서 우암 자신은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퇴계와 우암은 포은에 대해 그가 나라를 위해 보인 충성심과 성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無過·무과)를 높이 받들 뿐이지, 고려말 우왕과 창왕을 섬긴 그의 처신(有過·유과)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데 전적으로 견해를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두 분의 이러한 견해는 요순(堯舜)시대 이래의 오래된 지혜를 잘 대변하는 것이다. 순임금은 허물은 덮어주고 착한 것은 드러냈기에(隱惡而揚善·은악이양선) 요임금으로부터 천자 자리를 물려받았다(‘중용’ 6장). ‘은악양선’, 즉 허물은 덮어주고 착함을 드러내는 일은 천자 자리까지 물려줄 정도의 덕목이니 우리가 일상 속에서 실천한다면 무슨 일인들 못 이루겠는가? 

그러면 무엇부터 실천해야 할까? 먼저, 착한 것을 드러내는 ‘양선(揚善)’부터 실천해 보자. 어떻게 할 것인가? 개개인의 선행을 찾아내 되도록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이다. 칭찬을 누구에게나 언제나 비슷하게 하거나 건성으로 하면 차라리 아니 하느니만 못할 수 있다. 칭찬은 육하원칙에 따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영철이가(누가) 어제저녁 7시경 퇴근 시간에(언제) 집 현관으로 들어오다(어디서) 방에서 동생의 신음이 들리자(무엇을) 재빨리 업고 나와서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어떻게). 그들은 형제간 우애가 남달랐기 때문이다(왜)”처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칭찬하면 여러 가지로 이롭게 된다. 첫째, 여러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고 인간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 앞의 예를 가지고 말한다면, 우선 칭찬을 들은 영철이가 매우 기분 좋을 것이고, 영철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칭찬하는 본인도 즐거워지고, 옆에서 듣는 가족이나 이웃도 흐뭇해 할 것이다. 둘째,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경제적 어려움도 점차 해소될 수 있다. 가정이 화목해지고 회사에서 일이 잘되고 마을에서도 다툼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되니 우리가 겪는 사회적 갈등도 줄어들고 사회적 자본, 즉 구성원 간의 신뢰도 되살아나 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셋째, 개개인에게 미치는 가장 큰 효과로, 건강하게 오래 살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예전보다 스트레스를 훨씬 더 많이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상대의 단점을 지적하지 않고 장점을 칭찬한다면 다툼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상대의 장점을 찾으며 칭찬하려 할 때 내 몸에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 가득하게 될 것이니, 이처럼 좋은 건강 비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세로토닌문화연구소 이시형 소장은 선비정신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필자도 옛 선비들이 훌륭한 사람(聖人·성인)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실천했던, 상대와 내가 하나라는 물아일체(物我一體) 정신을 되살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상대와 내가 하나이니, 이러면 자연스레 남의 좋은 일은 내가 한 것처럼 여기고(見善如己出·견선여기출), 남의 안된 일은 내가 병 걸린 것처럼 여기게(見惡如己病·견악여기병) 될 것이다. 바로 퇴계 선생이 즐겨 옆에 두었던 송나라 유학자 장사숙의 좌우명 가운데 한 구절이다. 

이와 반대로 남의 단점과 흉허물을 들춰낸다면(揚惡·양악) 어떻게 될까? 지적받은 사람은 당연히 상대를 싫어하며 미워할 것이고, 제3자도 곱지 않게 바라볼 것이다. 그리되면 인간관계도 틀어지고 협조도 잘 되질 않으니 점차 일의 성과도 얻기 어렵고 건강도 스트레스로 인해 악화할 것이 틀림없다. 

오늘날 먹고사는 생활수준이 나아졌음에도 우리들 삶이 이전보다 점점 외롭고 쓸쓸해지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할 것인가? 세상 탓, 남 험담만 할 것인가? 상대를 늘 나무라고 지적만 할 것인가? 

길은 하나뿐이다. 나에게서 사람의 향기가 물씬 풍기도록 하는 길밖에 없다. 먼저 자신을 성찰하고 비운 다음, 그 속에 감사한 마음을 채우자. 그리고 말할 때마다 남의 허물은 덮어주며 착한 것은 앞장서서 칭찬하는 은악양선을 실천하자. 이렇게 사는 것이 나와 내 가족, 우리 사회 모두를 살맛 나게 하는 가장 훌륭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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