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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67회) 교우 칼럼기사-한국인의 기마민족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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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67회) 교우 칼럼기사-한국인의 기마민족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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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9&aid=0004274684&sid1=001
올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 한다. 인류역사상 인구가 5000만명이 넘고 1인당 소득 3만달러를 넘긴 나라는 여섯 개만 존재했다. 우리가 이제 일곱 번째 나라가 된다.
"1960년 우리의 1인당 소득은 79달러였다. 무려 380배가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7.5배 성장하는 동안 한국의 GDP는 40배가 증가했다. 어떤 나라도 범접할 수 없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5대 제조업대국, 6대 수출대국, 9위의 외환보유국이며 최상위권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가이다."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김석동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가 '우수한 한민족 DNA론'을 가지고 얼마 전 금융투자협회 송년세미나에서 했던 강연 모두의 내용이다.
그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뤄낸 경제적 성취는 놀라움을 넘어 기적이라고 정의한다. 근면하고 우수한 우리 인력이 선진기술과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산업 기반을 건설한 후, 좁은 한반도를 벗어나 해외에서 승부하는 전략을 펴서 최빈국이었던 우리의 운명을 바꿔놨다는 것이다.
이런 기적의 주인공, 한민족의 DNA는 어디서 온 것일까?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끈질긴 생존본능,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승부사 기질, 리더십이 세워지면 몰입해 따르는 집단 의지, 그리고 세계를 무대로 나가 승부하는 개척자 근성, 이는 유라시아 대초원을 달리며 호령하던 북방 기마민족과의 친연(親緣) 관계로부터 왔다고 김 대표는 풀이한다.
여기에 하나의 의문이 생겨 질문했다. 북방 기마민족과 친연 관계가 더 깊을 것도 같은 북한은 그럼 왜 오늘 세계 최빈국으로 남아 있나?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풀어 놓은 것과 묶어 놓은 것의 차이'였다. 기마민족은 거칠 것이 없는 대평원에서 말을 달리던 민족이다. 다시 말하면 '얼마나 잘 풀어 놓았느냐'가 관건이었다는 얘기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체제가 같은 DNA, 같은 역사적 배경을 가진 두 민족의 현재를 갈라놨다고 하는 것에 반론이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우리의 전통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 가고, 대내외 경제환경에 힘겨워하는 대부분의 산업과 달리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는 산업이 있다. BTS(방탄소년단) 등을 필두로 한 K컬처 비즈니스이다. 이들의 성공에 여러 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으나, 가장 규제가 없고 따라서 자유분방하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이 주요인이 아닐까 한다.
금융에도 좋은 예가 있다. 바로 사모펀드(PEF)이다. 외환위기 당시 해외자본에 휘둘렸던 쓰라린 경험을 발판으로 2004년 사모펀드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몇 천억 원 수준에서 이제 70조원의 시장으로 놀랍게 성장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기존 금융기관의 틀을 깨고 1억원만 있으면 PEF 운용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풀어 놓은 결과, 수많은 국내외 금융 인재가 몰려들어, 평소 기존 금융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자본이 흘러 들어가게 하는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법 제정 당시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의 간접 수단으로의 악용이나 투자자 피해 가능성에 대한 일부 정치권의 우려는 시장 참가자들이 보란 듯 불식시켰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도 경제정책 목표를 경제활력 제고로 제시하며 "정부가 먼저 찾아 나서서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사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만들어 주려는 시도는 자칫 시장의 왜곡과 자유경쟁의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 정부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규제 공화국이라는 오명부터 지워 나가야 한다. 규제를 풀 때 입안자들은 부작용을 먼저 걱정한다. 하지만 다운사이드가 없으면 업사이드도 없다.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경쟁국가에 없는 규제는 우리도 '몽땅' 없애겠다는 정도의 획기적인 규제혁파로 경제 기적을 만든 한민족, 그들 핏속의 북방 기마전사 DNA가 다시 꿈틀거리게 했으면 한다.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