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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52회 작성일 2013-07-18 17:04
[미래를 꿈꾸는 정치인]<6>바닥 다지기 나선 정몽준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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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면 기회는 또 온다… MJ만의 국가비전 모색중


기사입력 2013-07-16 03:00:00 기사수정 2013-07-16 14:18:50



[미래를 꿈꾸는 정치인]<6>바닥 다지기 나선 정몽준

   12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만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대나무에 둘러싸인 통유리창 밖을 가리키며 “나무가 참 좋죠? 여기만 오면 마음이 참 편해져요”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안보, 경제 전문가들과 토론하며 국가 운영 비전을 가다듬고 있다고 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몽준에게 기회는 남아있는 걸까, 있다면 자격은 있는 걸까.’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MJ·62·7선)에 대한 취재는 이런 세간의 인식에서 출발했다. 정몽준은 이미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 패배로 첫 번째 기회를 날렸고, 2009년 한나라당 당 대표 승계 이후 두 번째 기회가 왔지만 당을 장악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대망(大望)’은 매번 잡힐 듯 손아귀를 벗어났다. 그에게 대권은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지난한 숙제다.

2002년 대선 전 40%에 육박하기도 했던 지지율은 현재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여권 내 지지 세력도 미미하다. 원내에선 그의 옛 지역구(울산 동구)를 물려받은 안효대 의원(재선)과 20년 이상 친분을 유지해온 염동열 의원(초선) 정도가 MJ계로 분류된다. 친박(친박근혜) 그룹과의 관계도 소원한 편이다. 이런 상황이면 정몽준의 대망은 헛꿈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몽준은 큰 정치의 꿈을 접지 않았다. 부지런히 의원들을 만나며 물밑에서 정치적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12일 대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정몽준을 만나 “세 번째 기회가 올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그는 특유의 멋쩍은 웃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벌써 두 번이 지나갔나? 기회가 올까 걱정하기보다 기회가 왔을 때 감당할 수 있느냐를 걱정하는 게 순서다. 2002년에 대통령이 됐다면 그냥 운이 좋은 정치인으로 끝났을 거다. 성공적인 대통령이 됐을 거라고는 자신 있게 말 못하겠다. 정치를 혼자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은 많은 게 달라진 것 같다.”

―뭐가 달라졌나.

“예전에는 나 자신의 모습과 국민이 생각하는 지도자의 모습에 차이가 있었다. 나에 대한 편견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정치하는 모습을 통해 어느 정도 선입견은 해소된 것 아니냐. 인기는 좀 떨어졌지만 많은 경험과 공부를 했다.”

정몽준은 ‘포스트 이명박’을 꿈꾸며 2007년 입당해 지역구를 서울 동작을로 옮긴 뒤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후보를 꺾었다. 당내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도 총선 직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2위로 최고위원이 됐다가 2009년 9월 박희태 대표가 재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면서 대표직을 승계했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10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입당한 지 5년이 지났는데 지지 기반이 아직도 약하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혈연 지연 학연에 매여 있다. 대표 시절 한나라당은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으로 갈라져 죽자 살자 싸웠다. 오죽했으면 ‘이씨 집 하인’ ‘박씨 집 종’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나. 당이 정상적인 구도가 아닌 상황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졌고 난 그 결과에 책임을 졌다. 애초 당 대표 경험을 기반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당내 초·재선 의원들을 자주 만난다고 들었다.

“의원들과의 만남을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여야 가리지 않고 많은 의원과 소통했고, 그분들도 나를 알게 돼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의원 개개인이 민심 아니냐. ‘민심의 바다’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한 재선 의원이 정 의원과의 만남을 남녀 간 데이트에 비유해 평하더라. “10번을 만나고도 손을 잡지 않는 젠틀맨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정치적 동지’가 되려면 밥 먹고 술 마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하던데….

“그런가. 이제 껴안고 키스도 좀 해야겠다.(웃음) 그런 말이 나온다면 내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많이 생각했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 측근인 염동열 의원은 ‘달라진 정몽준’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적극성’을 꼽았다. 염 의원은 “정 의원이 현안과 관련한 세미나와 토론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자신의 비전을 밝히고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의원들의 소모임도 속속들이 파악해 참석하며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정 의원은 지금 뜻을 함께하는 정치적 동지를 찾는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은 정치인 중에 재산이 가장 많다. 그는 올해 3월 1조9249억 원을 신고했다. 그 역시 자신의 재산을 정치적 약점으로 보고 있었다.

“내가 돈이 많은 걸 부러워하지만 질투도 하는 것 같다. 돈 많은 사람이라 어려운 사람의 입장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지역구 홀몸노인을 찾고 있는데 돕고 싶어도 선거법 문제가 걸린다. 그래서 복지회관을 통해 익명으로 돕고 있다.”

―‘짠돌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더라.

“돈이 좀 있다고 ‘깨끗한 정치’라는 시대적 흐름을 훼손할 수는 없지 않나. 지난해에는 아산나눔재단을 만들어 청년 창업을 돕고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돕고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내년 5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인가.

“당 대표는 해봤는데 ‘꼭 나가야 되나’ 하는 생각이다.” 그의 측근은 “국회의장을 생각해 보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에 대해 평가해 달라.

“의욕은 앞서는데 민간 부문을 너무 옥죄는 것 같다. 등산 가서 불 피울 때 자꾸 들쑤셔서 불을 죽이는 일이 있지 않은가. 경제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여권에서 책임감을 느끼면서 절박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정몽준은 올 하반기에 ‘MJ표 국가 비전’을 내놓기 위해 외교안보 및 경제 전문가와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어떤 나라,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1시간 반가량 인터뷰를 진행하며 정몽준의 세 번째 도전은 새로운 비전 제시와 성공적인 변신에 달려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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