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채욱(63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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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新G2시대, 경제 마찰 가능성 있지만 'C2체제' 유지할 것
대담=김영기 경제·금융부장 young@sed.co.kr
정리=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 입력시간 : 2012.11.12
한·중 FTA 체결 필요하지만 낮은 수준은 받을 이유 없어… 위생검역분야 양보해선 안돼
환율 1050원 하락 쉽지않아 회복속도 빠르지는 않겠지만 내년 상반기 경기 살아날 것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내부 문제가 많아 패권적 정책을 펴기가 어렵습니다. 중국이 핵심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영토와 주권 문제가 아닌 이상 미국과 협조하는 'C2(Cooperation2)' 체제를 유지할 것입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현 대통령이 4년 임기의 차기 대통령에 다시 뽑혔다. 중국은 오는 14일까지 제18차 당대회를 열어 신지도부를 구성한다. 유럽 재정위기와 주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국제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주요2개국(G2)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국내 최고 대외정책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채욱(58ㆍ사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11일 서울경제와 단독으로 만나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협력 속 긴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빈부와 지역격차에 따른 갈등으로 내부 수습에 정신이 없을 중국이 미국과는 각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까지 오바마의 외교 방향이 그래왔던 것처럼 미국도 중국에 강공책만을 쓰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채 원장은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안방살림에 정신이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시진핑을 비롯한 차세대 지도부가 해외유학 경험이 없어 어느 개인이 대외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결국 현재까지 유지돼온 틀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내적으로 중국은 시진핑 시대에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시기를 맞아 지역ㆍ계층 간 격차해소를 통한 국민통합과 반부패, 민주적 요소의 점진적 도입 등 온갖 난제를 다뤄야 합니다."
밖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미국이 중동에서 동아시아로 정책의 중심을 옮기고 있고 일본 같은 국가들과 중국 간 영토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신흥국 가운데서는 중국의 부상에 반감을 갖고 있는 나라도 많다.
채 원장은 "내부 요소가 쉽게 해결되지 않으면서 중국의 패권적 발흥은 시진핑 시대에 추진되기 어렵다"며 "중국은 미국과 협조하는 C2 체제를 유지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미국도 중국을 함부로 다루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중국이 자국 국채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중국이 자국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의 극단적인 경제적 조치를 취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치외교적으로는 두 나라가 파국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채 원장의 의견이다.
"두 나라가 파국으로 가기는 어려울 겁니다. 협력 속에서의 긴장이 될 텐데, 미국이 좀 더 리드해갈 것입니다. 오바마는 재임이고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이죠. 중국도 정치외교적으로는 일부러 자세를 낮추면서 협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채 원장은 경제적 마찰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양보를 하지 않는데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도 수출을 늘리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마찰에 있어서는 중국이 양보를 잘 안 해왔어요. 단호하게 미국에 대응했는데 앞으로도 경제적 마찰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무역 공세에 세계무역기구(WTO) 맞제소 등 대응해왔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서 자국의 투표권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채 원장은 "미국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오바마가 대화와 타협을 통한 대외정책을 해왔기 때문에 그 기조는 유지하되 오바마도 선거 기간 내내 중국의 환율조작이나 통상을 거론했으므로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며 "수출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려면 위안화 환율절상 압력을 줄 수밖에 없고 불공정한 관행에 대해서는 경고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미국이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간접적인 방법을 쓸 것이라고 채 원장은 봤다.
"중국 입장에서 환율 문제는 굽히기 힘든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위안화를 유럽을 도와주는 데 쓴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대외적으로 활용해서 환율절상을 자연스럽게 이행하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면 중국의 체면도 살려줄 수 있는 것이죠."
시진핑 시대의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중국은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고 있다.
채 원장은 중국에 한국은 일본보다 가까운 동아시아의 우방으로 이는 두 나라의 이익에 모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시진핑 시대에도 이 같은 틀이 깨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중 FTA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낮은 수준의 FTA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채 원장은 "낮은 수준의 한중 FTA는 받을 필요가 없다"고 분명이 밝혔다. 물론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한중 FTA가 필수라는 게 채 원장의 기본생각이다. 하지만 네 차례에 걸친 한중 FTA 협상 결과를 보면 중국은 상당히 낮은 수준의 FTA를 원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적 실리보다는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위해 한중 FTA를 원하고 있어요. 체결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면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한중 FTA에서의 위생검역(SPS) 분야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은 3차 협상에서 우리 측에 농축산물의 SPS에 대해 논의하자고 요구해왔다. FTA로 관세를 낮춰도 검역이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산 농산물은 못 들어온다.
"SPS는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제일 우려하는 게 농산물 수입인데 국민의 건강과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양보도 있을 수 없습니다."
한중 FTA 얘기는 자연스레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넘어갔다. 두 협상은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FTA의 일종이다. RCEP는 한중일 3국과 아세안이 중심이고 TPP는 태평양 연안국가들이 대상이다.
채 원장은 RCEP는 아세안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우리도 나서야 한다고 봤다. TPP는 한미 FTA를 맺고 있기 때문에 실익은 크지 않다고 했다.
"아세안에서는 RCEP를 2년 뒤에 타결시키려고 해요. 아시아 경제통합을 이루겠다는 거죠. 하지만 RCEP가 되려면 한중일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한중일 없이는 RCEP는 어렵다고 봅니다. TPP는 언제라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TPP는 지식재산권, 국영기업 민영화 같은 주제를 다룰 예정이어서 중국은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TPP가 굉장히 선진적인데 우리가 볼 때는 욕심이 너무 크죠."
채 원장은 TPP의 경우 경제적 이유보다는 미국과의 동맹을 감안해 정치외교적 판단에 따라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진정한 의미의 다자협상 체제에도 다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WTO 내의 서비스협정 타결을 둘러싼 주요 국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호주 같은 나라들은 도하개발어젠다(DDA) 타결이 어려운 만큼 서비스 분야라도 먼저 떼어내 개방 수준을 확대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채 원장은 "WTO의 서비스협정이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먼저 시작하는 '얼리 하비스트(Early Harvest)'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DDA도 기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타결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만큼 WTO 같은 다자협상 타결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까이 와 있다는 얘기다.
채 원장은 다자협상이 우리 같은 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WTO는 세계 무역규범을 만드는 중요한 일을 합니다. 무역자유화는 FTA를 통해서 할 수 있지만 규범은 못 만들어요. 강대국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려면 WTO 같은 다자협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의제(어젠다)가 돼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는 다자 체제의 중요성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수출확대로 경기를 살리겠다는 미국의 관심은 중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환율에도 관심이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속도를 조절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정도를 정부가 할 수 있을 것으로 봐요. 제가 볼 때는 유럽에서 일이 터지면 환율은 올라가요. 미국의 재정절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마냥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추세적으로 내려가는 건데, 지금 사람들이 걱정하는 1,050원(1년 평균)으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채 원장은 정부의 외환관리도 적절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제한, 외국인 자본투자 비과세 폐지, 은행세 도입)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본다"며 "규제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율 추세를 조금 더 본 다음에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년 경기는 어떠할까. 채 원장은 낙관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비관적으로 보지도 않았다. 내년 상반기부터 회복될 것이지만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4~5%의 경제성장률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의 재정절벽이 부분적으로는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재정지출이 감소하면 미국의 성장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올해보다 낮아질 수 있어요. 우리가 미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보면 내년에 비슷하다고 할 때 환율이 절상되면 어렵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중국의 내수활성화가 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도 올해보다는 훨씬 나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채 원장은 내년도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로 3가지를 들었다.
"내년도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는 미국의 재정절벽과 유럽 재정위기의 완화 여부, 중국의 경기회복이에요.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화당이 지출감축 폭을 줄여야 하는데 하원에서 쉽게 통과되기가 어려울 겁니다. 유럽은 스페인의 금융부실 처리처럼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는 남아 있지만 올해보다는 충격이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내년에는 다소 성장률이 나을 것인데 새 지도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좀 더 봐야 합니다."
북한과의 관계는 어떻게 김영필 기자 susopa@sed.co.kr 차기 정부, 北과 적극 경제협력… 中 성장률 둔화 대비해야 대외정책 전문가인 채욱 원장은 차기 정부는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유도하고 북한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군사적 충돌과 북한의 식량위기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정세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서도 마이너스다. 채 원장은 북한과의 경협을 보다 적극적인 개념으로 바라볼 것을 주장했다. 그는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와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전략으로 남북한의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비교우위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남북한 모두 성장동력의 창출이라는 전략적 접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채 원장은 남포와 해주에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산업 인프라와 정치ㆍ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 전지역에 대한 산발적인 투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효율성도 낮아요. 따라서 개성공단을 확대하고 노동력과 기반시설이 유리한 남포와 해주에 추가적인 경제특구를 개발해 남북한 산업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는 우방인 미국도 북한에 손을 내밀 것으로 점쳤다. 채 원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북미대화를 하려고 할 것 같은데 우리 입장에서도 반대할 수는 없다"며 "오바마가 북한과 대화도 하고 6자회담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다만 대북 지원에 있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핵 문제 해결 같은 전제조건이 해결되는 것과 맞물려 북한에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채 원장은 "차기 정부는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문제의 해결이나 이를 전제로 한 대북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력 ▦1953년 전북 익산 ▦1972년 중앙고 ▦1977년 고려대 독문과 ▦1983년 웨스턴미시간대 경제학석사 ▦1990년 미시간대 경제학박사 ▦1990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연구위원 ▦1993년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집행위원 ▦1998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2000년 산업자원부 무역정책자문위원 ▦2002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200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미FTA연구단단장 ▦2008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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