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대한민국_정몽준 교우
본문
며칠 전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 교수가 방한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졌다. 기 소르망 교수는 유럽 국가들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유럽이 이제는 성장의 중요성, 그리고 부채감소의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다는 점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기 소르망 교수의 말을 들으며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 봤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는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처럼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대외수요 약화로 경제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한국이 가계부채로 수년 전 주요 경제대국들이 겪었던 위기국면에 봉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있는 우리 경제가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수렁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갖게 된다.
대선 앞두고 선심성 공약 난무
외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역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문제다. 특히 총선, 대선이 이어지는 올해에는 각 후보들이 모든 것을 다 해 주겠다는 선심성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이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짜정책을 시리즈로 던지고 있다. 공짜정책과 함께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대통령 경선 무대에서 내려온 지금, 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고충이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나라를 이끌겠다는 후보들이라면 보다 책임감 있게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치인들이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세울 때면 생각나는 사진이 하나 있다. 오래 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G7정상회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일곱 명 중 단 한 개의 일자리라도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설명으로 꼬집었다. G7 최고 권력자들이 하는 약속의 공허함을 사진 한 장의 설명으로 압축한 것이 흥미로웠다.
누구도 성장과 부채 얘기 안해
정부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 얼마 전 내년 성장률을 4.3%로 전망한 정부 자료를 보고 정부 책임자에게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는 작년에 만든 5년 중기계획의 전망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올 상반기 성장률이 2.7%였고, 하반기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미 용도폐기되었을 보고서를 내놓는 정부의 무감각에 걱정이 앞섰다.
우리는 유럽 재정위기를 보며 세계 경제 침체가 언제 끝날 것인가 하며 불안해한다. 그러나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자신이다. 유럽은 이제 성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부채감소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재정안정을 위해 복지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긴축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면 희망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정반대의 길을 걸으려 하고 있다. 좋다는 것은 전부 다 해주겠다며 일자리도 말하고 복지도 말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앞뒤가 안 맞고 무책임한 선전구호에 불과하다. 늘어나는 부채는 당장 내 문제가 아니라는 무책임함이 정치적 선전구호 속에 묻히고 있다.
유럽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려면 우리 자신을 잘 보아야 한다. ‘정치는 늘 그렇지’ 하고 넘어가기엔 현실이 너무 엄중해 보인다. 이제는 우리도 성장의 중요성, 부채감소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형성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한강의 기적(miracle)’이 ‘한강의 요술(magic)’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다.
정몽준 < 국회의원 >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48)
기 소르망 교수의 말을 들으며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 봤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는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처럼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대외수요 약화로 경제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한국이 가계부채로 수년 전 주요 경제대국들이 겪었던 위기국면에 봉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방향을 잡지 못하고있는 우리 경제가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수렁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를 갖게 된다.
대선 앞두고 선심성 공약 난무
외국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역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이 문제다. 특히 총선, 대선이 이어지는 올해에는 각 후보들이 모든 것을 다 해 주겠다는 선심성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 그 돈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이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공짜정책을 시리즈로 던지고 있다. 공짜정책과 함께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대통령 경선 무대에서 내려온 지금, 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고충이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나라를 이끌겠다는 후보들이라면 보다 책임감 있게 고민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치인들이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세울 때면 생각나는 사진이 하나 있다. 오래 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G7정상회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일곱 명 중 단 한 개의 일자리라도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설명으로 꼬집었다. G7 최고 권력자들이 하는 약속의 공허함을 사진 한 장의 설명으로 압축한 것이 흥미로웠다.
누구도 성장과 부채 얘기 안해
정부도 중심을 잡아야 한다. 얼마 전 내년 성장률을 4.3%로 전망한 정부 자료를 보고 정부 책임자에게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는 작년에 만든 5년 중기계획의 전망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올 상반기 성장률이 2.7%였고, 하반기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미 용도폐기되었을 보고서를 내놓는 정부의 무감각에 걱정이 앞섰다.
우리는 유럽 재정위기를 보며 세계 경제 침체가 언제 끝날 것인가 하며 불안해한다. 그러나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 자신이다. 유럽은 이제 성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부채감소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재정안정을 위해 복지 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긴축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면 희망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정반대의 길을 걸으려 하고 있다. 좋다는 것은 전부 다 해주겠다며 일자리도 말하고 복지도 말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앞뒤가 안 맞고 무책임한 선전구호에 불과하다. 늘어나는 부채는 당장 내 문제가 아니라는 무책임함이 정치적 선전구호 속에 묻히고 있다.
유럽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려면 우리 자신을 잘 보아야 한다. ‘정치는 늘 그렇지’ 하고 넘어가기엔 현실이 너무 엄중해 보인다. 이제는 우리도 성장의 중요성, 부채감소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형성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한강의 기적(miracle)’이 ‘한강의 요술(magic)’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낼 수 있다.
정몽준 < 국회의원 >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