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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2.27 03:02 | 수정 : 2012.02.27 08:51
국선 변호 전문 '프로보노'
國選에 우수 인력 몰려 - 前차장검사·부장판사 포진, 우수한 젊은 변호사도 몰려
급여 로펌의 절반, 그런데 왜? - 변호사 생존경쟁 치열하고 베테랑들은 '공익'에 눈돌려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프로보노 법률사무소. 윤석정(65·사시 14회) 대표 변호사는 "예전 같으면 상상이나 했겠습니까?"라며 웃었다.
라틴어로 '공익을 위하여(PRO BONO)'라는 뜻의 프로보노는 소속 변호사 39명이 모두 형사사건 국선(國選) 변호만 전담하는 법률사무소다. 무성의한 국선 변호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면서 대법원은 2004년 국선 전담 변호사제를 도입했다.
국선 전담 변호사 6명이 2006년 처음 만든 프로보노는 5년여 만에 지금의 덩치로 커졌다. 프로보노 사무실은 화려한 인테리어의 로펌들과는 거리가 멀다. 의뢰인 대기용 'ㄱ'자형 의자 하나에 사무장은 없고 비서도 변호사 3명당 한 명이다. 변호사 방은 책상 하나에 한 사람이 간신히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비좁다.
하지만 구성원 면면은 여느 로펌 못지않다. 국선 변호만 7년째인 프로보노의 터줏대감 심훈종(75·고시 사법과 10회) 변호사는 대한변협 부회장을 지냈다.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의 배석판사였다. 막내인 박현진 변호사(32·사시 47회)와는 43년 차이다.
검사 경력 22년에 차장검사까지 지낸 윤 대표는 중견 로펌의 대표와 대한변협 부회장도 했다. 한상대 검찰총장보다 9년 선배다. 프로보노에는 이들 외에도 이교림(59·사시 19회) 전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변진장(62·사시 20회)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등 판·검사 경력이 있는 변호사 10명이 포진해 있다. 총무인 이석준(51·전 기무사 법무실장) 변호사는 "변호사 경력이 있는 사람만 판사가 될 수 있는 '법조 일원화' 시대를 앞두고 우수한 젊은 변호사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보노 변호사들은 1인당 월 30여 건씩 사건을 처리한다. 최고참인 심 변호사부터 막내 박현진 변호사까지 가방 하나 들고 온종일 서울구치소부터 법정까지 '발바닥에 땀 나게' 뛴다. 심 변호사는 지난 7년간 무죄판결 60건을 받아냈다. 고등군사법원장 출신인 박종철(58) 변호사는 2008년 서울구치소에서 의뢰인(피고인) 37명을 하루에 접견하기도 했다. 1945년 서울구치소가 생긴 이래 최고기록이다.
국선 변호인을 보는 법조계나 피고인들의 평가는 과거와 달라졌다.
서울고법의 부장판사는 "사선(私選) 변호인들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요즘은 국선이 나을 때도 많다"고 했다. 전과(前科)가 여럿인 피고인들은 "요즘 국선 변호사들은 옛날보다 쓸 만해…"라며 변호사 품평도 한다. 국선 변호인 제도는 법원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에서도 운영 중이다. 전담은 아니지만 현재 62명이 사선 변호사가 없는 의뢰인들의 헌법소원 사건을 맡고 있다. 지난해 고엽제 후유증 환자의 처우와 관련해 위헌 결정을 이끌어 낸 변호사도 국선이었다.
프로보노 변호사들은 대법원에서 월 800만~900만원을 급여로 받는다. 사무실 임대료는 대법원이 대지만, 직원 월급과 우편물 송달비 등 제반 비용은 변호사들이 갹출해 내기 때문에 실제 급여는 그보다 적다. 유명 로펌의 급여 수준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그래도 최근 국선 전담 변호사 선발 경쟁률은 10대 1이 넘는다. 변호사 시장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공익 활동'에 눈을 돌리는 베테랑 변호사들의 뜻이 결합한 결과다.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