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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건 조회 1,977회 작성일 2011-09-08 14:20
야구선수 출신 SBS 김환(90회)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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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야구선수 출신 SBS 김환 아나운서

 "선수 심리까지 읽어주는 중계 하고파"


 
선배님 전상서

화창하지 않은 어느 날이었어요. 

정경대학 건물 귀퉁이에 마련된 컴퓨터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이 밝아졌죠. 

누가 간이조명이라도 가져왔나 싶어 옆을 봤더니 말로만 듣던 김환 선배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사실 그 당시 정경대의 인기인이었잖아요. 

선배가 컴퓨터 사용을 마칠 때까지 저는 떨리는 마음에 애꿎은 스페이스바만 누르고 있었답니다.

 기억나시나요? 

학우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캠퍼스의 지난날이.

 (기자는 김환 아나운서의 대학교 후배이나, 학연에 얽히지 않고 사심 없이 취재하였음을 밝힙니다.) 

<편집자말>
 

 

  
▲ SBS 공채 11기 최기환 아나운서(왼쪽)와 공채 15기 김환 아나운서
ⓒ 김환 트위터
태그: 김환
'경희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캠퍼스에서 발견한 마음에 드는 이성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무슨 수업에 키 크고 잘 생긴 남자를 아시나요?"라는 물음 가운데 팔 할은 "언론정보학부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체육학과 김환을 말씀하시는군요"라는 답글로 마무리되곤 했다. 

당시 그와 친분이 있었던 기자의 친구는 "그 선배와 이야기라도 나누면 '저 미물은 뭐냐'는 식으로 흘겨보던 여학우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고 증언했다.

 

나름 캠퍼스의 전설이었던 선배를 1일 목동 SBS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15기 공채 아나운서 김환이다.

 2007년에 입사한 그는 현재 <진짜 한국의 맛><생방송 투데이><한밤의 TV연예><생방송 브라보 나눔로또><베이스볼S> 등에서 진행자와 리포터로 출연하고 있다.

 

"나 때문에 SBS에 '김환 숙직' 생겼다"

 

아나운서 인터뷰인데 야구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듯하다. 

30년 조금 넘은 김환 아나운서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보다 야구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서울 중앙고 시절에도 투수로 전국대회를 나갔던 선수 출신이다. 

하지만 스스로 그만 뒀다. 

순전히 "내가 잘 못해서 헤어졌다"고 이별한 애인에 대해 회상하듯, 야구는 그에게 애증의 산물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던 그를 아나운서로 만들어 준 것도 야구였다.

 

  
▲ SBS <프로야구 중계석>을 진행하는 김환·이윤아 아나운서. 김환은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서울 중앙고등학교 시절에도 투수로 활약했던 야구선수 출신 아나운서다.
ⓒ SBS ESPN
태그: 베이스볼S

 

 

"대학교 1학년 중간고사 기간이었나. 매점에서 야구 중계를 듣는데 경기의 맥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심리도 짚어주지 못 하는 게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저럴 땐 이렇게 말해야지' 몇 마디 보태니까 친구들이 '그럼 네가 한 번 해보라'고 하더군요. 

당시 아나운서 준비를 하고 있던 박지윤 누나(현 KBS 아나운서)가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를 해보라'고 조언한 것도 있고 해서 언론정보학부를 복수전공하게 됐죠.

 '운동선수 출신이 아나운서를 어떻게 하냐'는 말이 듣기 싫어서 억척스럽게 공부했어요."

 

처음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해 정책방송 KTV와 YTN, 전주 MBC를 거쳐 SBS로 오기까지 4년이 걸렸다. 

공중파에서 지역 케이블까지 한 달에 이력서 100개를 채워 썼다. 

한번은 MBC에서 허일후 아나운서와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져 충격에 휩싸였다. 

신기하게도 SBS와는 유난히 연이 없었다. 

두 번이나 1차에서 떨어진 아픔 때문에 15기 공채 공고가 났을 때도 지원하지 않으려 했지만 전종환 아나운서의 권유로 원서를 넣었고 최종합격했다.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유지해오고 있는 김환 아나운서지만 실수담만큼은 본의 아니게 '19금'이 됐다.

 '야생 동식물 관련 법안'에 대한 뉴스를 리포팅하면서 '야동 식물'이라고 잘못 말한 것. 

게다가, 같은 시기에 '뽀로로'를 어른들이 보는 영상을 일컫는 말과 비슷하게 발음하고 말았다. 

비슷한 실수가 겹치자 아나운서국에서 "도대체 사생활이 왜 그러냐"는 억울한 핀잔도 들었다.

 

"제 실수 중 가장 큰 건은 '김환 숙직'이 생긴 거예요. SBS 아나운서국은 조근과 야근 시스템이 정착돼 있어서 숙직이 없어진 지 7~8년 됐어요. 근데 제가 <SBS 5시뉴스>를 진행하던 어느 일요일, 자다가 펑크를 낸 거예요. 그 다음부터 토요일 야간 근무자는 회사에서 자고 그 다음날 아침 뉴스까지 하게 됐어요. 그게 '김환 숙직'으로 불리게 된 거죠. <나눔로또> 진행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토요일 야근자와 마주치게 되는데 되게 미안해요.(웃음)" 

 

"연예인도, 스포츠 선수도 멘탈은 지켜줘야"

 

  
▲ 2007년 SBS 공채 15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김환은 현재 <진짜 한국의 맛><생방송 투데이><한밤의 TV연예><베이스볼S> 등에서 진행자와 리포터로 출연하고 있다.
ⓒ SBS ESPN
태그: 김환

 

스스로도 "보도국 성향은 아니"라고 하는 김환 아나운서는 사람들과 편하게 어우러질 수 있는 교양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전국을 누비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해주는 음식을 먹는 <진짜 한국의 맛>이 그렇다. 

어르신들과 웃고 떠들다가 울기도 하면서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단다. 

늘 배가 부른 상태에서 맛있게 먹어야 하니 체중도 7~8kg 늘어났다. 

함께 출연하는 김나영과 정시아도 3~5kg씩 살이 쪘다고. 

 

<한밤의 TV 연예>에서는 연예기자와 비슷한 역할도 한다. 작가가 써 준 멘트만 읽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 나가기도 한다. 그는 가까이 보고 느낀 연예인을 '외로운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결혼 전 악성 루머에 시달리던 한 연예인의 뉴스를 소개하면서 작가가 쓴 문구를 수정한 적이 있어요. 

팩트로 상처받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만든 말로 상처 주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여배우와 스캔들이 있었잖아요. 

열애설에 이어 결혼설까지 났을 때는 정말 가관이었어요. 

확실히 아니라고 했는데도 다음날 스포츠신문 1면에 났더라고요. 

기사 마지막에 '한편 김환 아나운서는 아니라고 했다' 이렇게요. 

그런 일을 겪어서인지, 연예뉴스 하면서 더 많이 신경 쓰게 되요. "

 

야구 매거진 프로그램 SBS ESPN의 <베이스볼S>를 진행하고 있는 김환에게 스포츠도 연예계와 비슷하다. 

자신의 트위터(@altong88)에 주로 야구 이야기를 올리는 그는 타 방송사의 야구 중계를 보며 아쉬웠던 부분을 언급하곤 한다. 

이를 테면, 실책한 선수를 따라 다니며 덕아웃에 앉아 있는 것까지 오래 담는 카메라를 두고 "야구를 멘탈싸움이라면서 왜 중계는 선수들의 멘탈을 지켜주지 못 하냐"고 지적했다. 

이를 본 MBC 스포츠 프로그램의 PD가 전화가 와 의미심장한 어조로 "참고하겠다"고 전한 적도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그만두고 나서 너무나 미웠던 야구는 아나운서가 된 그에게 다른 방식으로 목표가 되어주고 있다. 

그는 스포츠 쪽에서 전문 아나운서를 꿈꾸고 있다.

 

"2002년 월드컵 4강전 때 스페인과 연장전에 들어가면서 차범근 해설위원이 '지금 선수들은 발뒤꿈치만 들어도 쥐가 올 거예요'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 한마디로 나도 그들과 함께 뛰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 게 중계죠. '2루수 땅볼 아웃' 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중계 말고 심리까지 읽어줄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오마이프렌드

서울 중앙고등학교 야구부 시절 김석기 코치

 

서울 중앙고등학교 야구부 시절, 고교야구 전국대회 8강전에서 김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4강에 올라가면 3학년 선배들도 모두 대학에 갈 수 있는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김환은 던지는 족족 '얻어맞으며' 한 회에만 4~5점을 내줬다.

 "김 코치! 마운드 올라가봐, 저 자식 빼버려"라는 감독의 불벼락이 들렸다.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이제 끝이구나" 싶었던 김환을 바라보며 코치가 말했다. 

"환아, 한 마디만 할게. 내려올 때 뒷짐 지고 팔자걸음으로 내려와. 

절대 뛰지 말고 자랑스럽게 내려와라."

 

"너무 울컥하더라고요. 

나 때문에 그날 경기는 끝났어요. 

마운드를 내려오는 동안 감독님은 욕하고 선수들은 무섭게 쳐다보는데 

코치님이 앞에까지 나오면서 박수를 쳐줬어요. 

평소에도 실책할 때 코치님은 마운드에 올라와서 훈계하기 보다 

"저녁 때 삼겹살 먹을래, 한우 먹을래?" 이런 식이에요.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 가르쳐주시죠.

 

얼마 전에 제가 야구 중계하는 걸 들으시고 5년 만에 연락이 왔어요.

 '팬들만 좋아하는 중계가 아니라 선수들도 좋아하는 중계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야구보다도 인성을 가르쳐주셨던 김석기 코치님, 

저의 오마이프렌드입니다."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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