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고위공무원단(3급 이상 고위공무원 중 일부 상위직을 별도로 관리하는 제도) 출신고교가 현재 경기고, 경북고 등 평준화 전 명문고에서 20년 후 특목고와 자율형 공·사립고로 바뀔 거란 분석이 나왔다.
고위공무원단(고공단) 출신 대학 중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대)가 여전히 거의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2011년도 서울대 합격자 상위 20개 고교를 모두 특목고와 자사고가 차지한 반면 기존 명문고 등 일반고는 한 곳도 없었다.
특히 전국 특목고와 자사고 가운데 70% 가량이 수도권과 영남 지역에 집중돼 있어 미래 고위공직자 역시 특정 지역 출신 편중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대한민국 출신고교 권력지도의 대전환이 이뤄질 거란 의미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최근 3년간 고공단 상위 20개 출신 고교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9년 6월 30일부터 2011년 6월30일까지 고위공직자를 배출한 상위 20개 고교 중 전통 명문고로 불리는 경기고, 경북고, 광주제일고, 전주고, 경복고, 서울고 등의 고위공무원 비중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 경기고는 21명, 경복고 13명, 서울고 10명, 광주제일고 9명, 경북고 7명, 전주고 6명, 부산고 6명 등이 줄었다. 이 기간 중 고위공무원 수가 늘어난 고교는 청주고와 중앙고 2개에 불과했다.
반면 고위공무원 현황 분석 결과 SKY대 대학 출신이 46%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2011년 기준으로 전체 1485명 중 427명(28%)이 서울대 출신이고, 연세대 133명, 고려대 125명 등이었다. 평준화 전 명문고 출신들의 고위공무원 진출 비중은 점차 줄고 있는데 반해 SKY대 출신 비중은 평준화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눈에 뛰는 점은 2010년부터 공개된 대학별 출신고교 현황이다. 2011년 서울대 합격자 중 20명 이상을 배출한 상위 20개 고교를 특목고와 자사고가 독식했다. 서울예술고 대원외고 세종과학고 등 특목고가 15개, 민족사관고 안산동산고 등 자사고가 5개를 차지했다. 일반고는 한 곳도 없었다.
특히 현재 고위공무원단 상위 20개 출신고 중 2011년 서울대 합격자 상위 20개 고교 안에 포함된 곳이 한 곳도 없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고위공무원단이 되는데 통상 20년가량 걸린다고 본다면 이 때 고위공무원 출신 고교 비중이 과거 명문고에서 특목고와 자사고로 크게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전국 특목고와 자사고 249개 중 서울 경기 영남 지역 비중이 무려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 출신이 앞으로도 고위공무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다만 현재 전국의 특목고와 자사고 지역별 현황을 볼 때 미래 특정고와 특정지역 출신 고위공무원 인사 편중이 계속될 개연성은 존재한다.
이 의원은 "자율고 정책은 제도 도입부터 일반고에 비해 2~3배 비싼 학비로 특권층을 겨냥한 상위권 대학 진로의 통로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도 드러났다"며 "특목고와 자사고가 높은 상위권 대학 입학률을 보임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이 고등학교 입시부터 경쟁에 휩싸이고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지역의 특목고와 자율형 고교가 다른 지역의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향후 20~30년 후 대한민국은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켜 결국 서울·수도권·영남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지역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교육정책의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