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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명함'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내정자,
새 업무 적응은?
[스포츠서울닷컴│황진희 기자]
‘외환은행’으로 향해가다 ‘하나금융지주’로 불시착한 윤용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지연으로 일손을 놓고 있었던 윤 부회장이 지난달 초 하나금융의 ‘글로벌 전략 총괄’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기존의 ‘3본부 10실 15팀’의 조직을 ‘3본부 1단 11실 16팀’으로 개편하면서 글로벌 전략, 통합 시너지, 스마트 컨버전스 등 3개 조직을 신설했다.
이 중 신설된 글로벌 전략부문 총괄에 윤 부회장이 임명됐다.
윤 부회장은 이에 따라 당초 외환은행 인수를 염두에 두고 진행해오던 통합 시너지 분야와 글로벌 전략부문을 함께 맡게 됐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윤 부회장에게 글로벌 전략부문 총괄 업무를 맡긴 것은 외환은행 인수에 제동이 걸리자 일단 윤 부회장에게 또다른 공식 업무를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외환은행장으로 하나금융의 등기임원에 선임됐지만 현재 외환은행장 내정자 신분이 소멸되면서 ‘역할 없이 급여만 받는다’는 세간의 의혹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가 맡게 될 차기 외환은행장 취임은 물거품이 됐고, 2014년까지 하나금융의 등기임원직이 유지되는 만큼 윤 부회장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맡긴 것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신설된 글로벌 전략 업무는 그동안 하나금융이 전혀 해오지 않았던 업무가 아니다.
그동안은 전략기획실에서 담당해오던 글로벌부문 업무를 조직개편을 통해 글로벌 전략실로 업무가 조정된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이 ‘차기 외환은행장 자리를 놓친 윤 부회장에게 새로운 업무를 맡기기 위한 개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를 두고 하는 소리다.
사실 외환은행 인수 무산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윤 부회장의 거취를 걱정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외환은행 인수가 실패하더라도 윤 부회장은 임기 3년의 상임이사로, 2014년 3월까지는 하나금융을 떠날 수 없어서다.
이미 김승유 회장을 정점으로 휘하에
김종열 지주 사장(코퍼레이트센터장),
김정태 하나은행장(개인영업본부장),
임창섭 지주 부회장(기업영업부문장),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자산관리부문장) 등
조직별 부문장이 건재하기 때문에 은행장급인 윤 부회장의 체급에 걸맞는
자리를 찾아 주기가 어렵다는 말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전략부문 신설을 통해 윤 부회장에게는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는 동시에 외환은행 인수가 성사될 때까지 역할을 맡길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하게 됐다.
또 하나금융 안팎에선 글로벌 네트워크에 강점이 있는 외환은행의 인수를 내다본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신설된 글로벌 전략 총괄부문에서 윤 부회장이 맡는 핵심 업무는 현지법인 관리와 글로벌 전략 수립 등 크게 두 가지다.
윤 부회장은 조직개편과 동시에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의 현지법인을 돌아보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또 향후 진출하게 될 현지법인을 검토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다만 새로운 역할이 주어진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부족하다는 게 하나금융측의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초 조직개편을 하면서 윤 부회장이 글로벌 총괄 부문장이 되셨다”면서 “업무개시는 지난달 초부터 했지만 조직개편과 함께 부서원들의 인사발령도 났기 때문에 업무조정 등으로 인해 실제로 많은 일을 하기에는 시간상으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마켓in][4th 피플]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
열린 리더가 성공 이끈다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누구나 열려 있는 사람이고 싶다. 말처럼 쉽진 않다.
나이를 먹고 삶의 주름이 하나 둘 잡히면 열리기 보다 닫히는 게 사람이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든다. 닫히고 싶어 닫히는 게 아니다.
살며 조여진 조리개 탓에 눈과 귀와 머리가 편해지려 드는 거다.
윤용로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공직에 있을 때나 금융계 최고경영자(CEO) 시절 때나 열린 이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사는 게 고단해져 눈과 귀를 막고 살아가는 세상에 그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윤 부회장은 지난 7월부터 하나금융의 글로벌 전략업무를 총괄하는 부회장을 맡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를 앞둔 하나금융이 지난 3월 그를 신임 외환은행장에 내정했지만 인수작업이 지연되면서 행장 취임은 늦어지고 있다.
하나금융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은행 산업은 나라 밖으로 나가야 산다`는 그의 소신은 더 굳건해진 것 같다.
“국내 은행의 해외진출은 그간 계속 강조돼 온 화두죠.
그러나 구호에 그치기 일쑤였고 알맹이도 허약했죠. 그런데 이제는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해외 진출을 바라봐야 합니다. 국내 금융산업은 포화상태고 밖으로 나가는 것 외엔 성장의 길이 없어요. 하나금융도 이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고 저도 그 고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금융자산 규모는 2000조원을 웃돈다. 경제규모(GDP)의 2배를 넘어서려 한다.
실물경제의 성장속도와 경제주체별 상황을 보면 은행 산업은 말 그대로 포화상태다.
현금 유보율이 높은 대기업은 은행 돈 쓰기를 멈췄다.
가계와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도 턱밑까지 찼다.
우물안만 맴돌다 보니 은행간 고객 뺏기만 반복될 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떨어지고 있다. NIM이 줄다보니 충분히 자본을 쌓을 기반도 약해졌다.
“해외진출 절박한 심정으로”
“1970년대 국내 기업이 앞다퉈 중동으로 나간 것은 나라 안에 먹고 살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금융산업이 처한 상황이 당시와 똑 같아요. 나라 밖에서 먹을 거리를 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글로벌 전략을 구상해야 합니다.”
그는 그래도 하나은행은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중국 현지법인과 인도네시아 PT뱅크하나 등 주요 거점망의 현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중국과 베트남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고 인도네시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미주지역 진출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10~20년을 내다보는 긴 안목의 투자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선진국 시장은 교포 고객을 중심으로 한 틈새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신흥시장은 좀 더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죠. 미얀마나 라오스 캄보디아 등 리스크가 큰 신흥시장으로 진출할 경우 국내 은행들이 공동 출자해 현지 은행을 설립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초기 위험을 줄이면서 사업 기회를 엿볼 수 있으니까요.”
큰 딜(Deal)이나 주요 프로젝트 마다 해외 유명 투자은행(IB)만 찾는 대기업에 대해선 서운함도 적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 때 은행들이 팔을 걷고 기업들을 살리지 않았나요? 그런데 지금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우리 은행을 이용하나요? 아닙니다. 은행들의 해외시장 확대에 대기업들이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는데 말이죠.”
윤 부회장은 정통 재무부 관료다.
21회(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진출, 재경부 외화자금과장과 은행제도과장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7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는 기업은행 수장을 맡아 미국발 금융위기로 휘청였던 중소기업 구하기에 앞장섰다.
입장 바뀌면 알게 된다 했던가.
긴 세월 금융정책당국에서 일하다 정책의 수요자가 되어 본 윤 부회장 역시 소회가 적지 않다.
“은행에 와 보니 더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감독당국 재직 시절 과연 고객의 입장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돌아보게 됐어요. 한다고 했는데 충분히 했는지, 친절한 공무원이 되려고 했는데 정말로 절실하게 수요자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는지…. 어떤 정책을 펴더라도 수요자에게 충분히 납득이 가지 않으면 결국은 빠져나갈 구멍이 생겨요. 정책 수요자가 마음으로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네? 지금 금융감독 수장들요? 아이쿠, 다들 유능하신 분들이죠. 저축은행 사태 등 어려운 시기를 만나 고생이 많을 거에요. 감독당국자의 운명이죠. 가계부채 문제는 2000년대 들어 은행들의 대출처가 제한되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가계대출로만 쏠린 결과에요. 위험수준에 와 있습니다. 지금 감독당국의 정책 방향이 옳다고 봐요.”
닫힌 조직 vs 열린 조직
관직에 있을 때는 가장 시장친화적인 공무원이라는 평을 얻었던 그다.
기업은행장 시절에는 열린 행장으로 은행 안팎의 신망을 샀다.
비결이 무엇일까.
윤 부회장은 살면서 체득한 철학 하나가 있다고 했다
- `답은 현장에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조직 구성원들이 가장 잘 안다.`
“다만 외부환경 탓에 구성원들이 이야기를 안할 뿐이죠.
(스스로) 말하게 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되니 어려운 문제도 절로 풀렸던 것 같아요. 공직에 있을 때도 저는 실무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가장 좋은 안을
택했던 거에요.
기업은행장 시절 때도 마찬가지고. 모든 신사업이 다 우리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겁니다.
사실 저는 그들을 말할 수 있도록 한 것 밖엔 없어요.”
윤 부회장은 윗사람이 하나부터 열까지 고집을 부리고 개입하려 들면 아래 사람은 받아쓰기 기계로 전락하고 만다고 조언했다.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듣고 모아진 중지, 대중의 지혜가 집약돼 도출된 결과가 늘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에 다른 이가 정면으로 반박하면 솔직히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죠. 그렇다고 이를 즉자적으로 드러내거나 자신의 의견을 고압적으로 밀어붙이면 직원들이 기가 죽어요.” 닫힌 조직이냐 열린 조직이냐, 닫힌 사람이냐 열린 사람이냐를 가르는 작은 실천이다.
“프랑스의 문호 생텍쥐베리가 이런 말을 했답니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거나 일감을 주지 마라.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먼저 키워 줘라.`
참 와 닿는 말이에요.
강제하기 보다 스스로 움직일 동인을 주는 것, 그런 게 CEO의 역할이 아닌가 싶어요.
혼자 일하려 들지 않고 조직원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리더가 조직을 성공하게 만들어요.”
공직생활 31년, 은행장 3년의 세월이 만들어준 CEO론(論)이다.
그런 그에게도 외환은행은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다.
론스타의 주가조작 문제로 인수작업이 지연되면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조직간 앙금의 골도 깊어진 상태다.
당장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 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이지만, 인수 후 윤 부회장이 외환은행 직원에게 어떤 꿈과 동경을 품게 할지 눈여겨 볼 대목이다.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