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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신용등급 강등]
“日 쇼크는 없다…
美 더블딥 가능성 희박”
“일본 신용등급 강등이 일본 경제는 물론 다른 나라에 미치는 여파는 적을 것입니다.” 전 세계 증시가 가까스로 패닉 상태를 벗어나고 있는 시점에 전해진 일본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대해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채 원장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경제 면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약했고 일본 경제 문제는 익히 다 알려진 것이기 때문에 시장도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이 느리긴 하지만 회복 단계에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고 유럽의 ‘9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국에 이어 일본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심리적 영향이 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일본은 그동안 경제 면에서 존재감이 약했기 때문에 신용등급 강등이 일본 경제에 충격을 줄 리 없고 다른 나라에 대한 여파도 적을 것 같다.
더구나 대지진 충격에서 벗어나는 상황이라 더 나빠진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일본도 그렇고, 신용평가사들이 정치 상황을 예전보다 더 많이 고려하는 것 같다
-유럽재정 위기 대처 과정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이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립에서 나타난 것처럼 정치 요소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내년이면 미국, 우리나라, 러시아 등에서 대선이 있고 중국도 차기 공산당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좀 더 고조시킬 수 있다. 반대로 정치가 잘되면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신용평가사들도 깊이 생각하고 많이 반영하는 것 같다.
→미국이 앞으로 일본과 같이 ‘잃어버린 10년’이 될 가능성은.
-일본처럼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실물경제가 살아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주택 시장과 실업률은 개선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재정이 실물경제를 충분히 이끌지 못했지만 일본과 달리 미국은 잘할 것으로 믿는다.
물론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예측보다 훨씬 낮았다.
많은 부품 공급을 일본에 의지하는데 대지진으로 차질을 빚은 영향이 굉장히 컸다. 여기에 유럽 재정 불안,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충격까지 왔다.
그래서 침체에 푹 빠진 것처럼 보이는데 지표를 보면 등락은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
더블딥으로 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회복 자체는 지난해 말, 올 초보다는 훨씬 더디게 갈 것이다.
→유럽의 9월 위기설은 실체가 있나.
-9월에 그리스 채무 재조정 협상이 윤곽을 드러내고 이탈리아의 90억 유로 국채 만기가 도래한다.
실체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가능성으로 보면 위기라고 부를 수 없다.
그리스 채무 조정 부분은 이미 시장에 다 반영돼 있다.
이탈리아는 경제 펀더멘털이 좋다. 관광·서비스업도 좋지만 제조업도 튼튼하다.
무역 수지는 적자지만 다른 남유럽보다는 폭이 현저하게 적다.
저축률도 높고 국채 75%를 내국인이 보유하고 있다.
위기설은 경고를 주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갈 가능성은 적다.
→26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어떤 카드를 꺼낼 수 있을까.
-시장은 3차 양적완화를 기대하는 것 같은데 당장 심리적인 효과는 줄 수 있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 달러 가치 하락 등 결국 부정적인 효과가 크다.
2차 양적완화 때도 실물경제에 영향은 크게 못 주고 인플레이션만 가져왔다.
그래서 버냉키 의장도 부담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당장 경제적 자신감, 시장 신뢰 회복이 꼭 필요하다면 미래 부담을 감수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필요했다면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발표했을 것이다.
단기 채권을 장기 국채로 전환시키는 것과 같은, 간접적으로 유동성을 푸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양적완화에 비해 심리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27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연설을 한다.
-유럽 위기는 폭발하지 않더라도 계속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할 것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재정 통합이다.
이는 유럽연합(EU)과 유로 체제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럼에도 해결책은 유로 채권이라고 본다.
그래서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 입장에서는 유럽 재정 위기 완화를 중점 사안으로 보면 EU 재정 통합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자세한 이야기는 못 해도 언급은 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경제가 외부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자본 유입 규제 장치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수 시장을 확대하고 외국인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내수 비중이 낮은 것은 서비스 시장 생산성이 6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출 비중이 높다고 수출을 줄일 수는 없다. 서비스 산업 생산성을 높여 국내총생산(GDP) 파이를 키우는 게 방법이다.
규제를 풀고 대외적으로도 개방해야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채욱 원장은]
▲1953년 전북 익산
▲중앙고,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웨스턴미시간대 경제학 석사,
미시간대 국제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책임연구원 ▲KIEP 무역정책실장
▲KIEP 국제경제(제도)실장 ▲KIEP 부원장(2000~2005년)
▲KIEP 한·미 FTA 연구단장(2006~2007년)
▲KIEP 원장(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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