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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11회 작성일 2011-06-28 13:35
'선덕여왕 덕만'의 '착한 동생' 박지만(68회)의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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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덕만'의 '착한 동생' 박지만의 시련



[신인물열뎐④] 박근혜 의원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

 

"딱딱한 군인 이미지와는 달리 아버지는 가족에게 더할 수 없이 다정한 분이셨다. 아버지는 특별히 내색하지 않으셨지만 지만이를 무척 사랑하셨다. 막내 지만이는 가족의 보물이었다. 나와 근영이 또한 어릴 때부터 지만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서로 동생을 돌보겠다며 은근히 경쟁하기도 했다. 지만이는 어릴 때부터 착하고 영리했다. 웃음이 많아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막내 지만이는 자칫 딱딱하고 무거울 수 있는 청와대 생활에 커다란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는 존재였다."

 

박근혜(59) 의원은 2007년 펴낸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아버지 박정희의 가족 사랑을 이렇게 묘사했다. 

2인자를 두지 않고 정적을 제거하는 철권통치로 일관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도 국정을 떠나서는 틈틈이 시를 써서 아내 육영수에게 선물하고 자식들을 모델로 스케치를 즐기는 다정다감한 가장이었다.

 

2004년 3월부터 2006년 6월까지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을 지낸 박근혜는 '천막당사' 시절을 포함, 2년 3개월 동안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딱 한 번 회의 도중 나간 적이 있다. 

동생 지만씨로부터 조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였다. 

박근혜는 조카 세현군을 얻은 순간을 자서전에 이렇게 기록했다.

 

"2005년 9월 12일 출근길, 동생 지만이가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이었다. 순간 너무 큰 기쁨에 말문이 막혔다. 어떤 말로도 당시의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벅찬 감동을 느꼈다. (중략)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조카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을까 호기심을 누를 수 없었다. 동생 지만이가 태어났을 무렵 나는 여섯 살이었다. 그날 온가족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아버지는 지만이를 끌어안고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라도 된 것처럼 자랑스런 표정으로 웃고 계셨다."

 

'영식'에서 '독재자 아들', 퍼스트레이디에서 '처녀가장'으로

 

박지만(53) EG 회장은 16살(중앙고 1학년)에 어머니 육영수를 잃고, 그로부터 5년 뒤인 21살(육사 3학년)에 아버지 박정희를 잃었다. 

1979년 10·26 사태로 새로운 권력이 들어서자 사람들은 등을 돌렸다. 

지만과 근령(뒤에 '서영'으로 개명)은 '대통령의 영식·영애'에서 '독재자의 아들·딸'로 전락했다.

 

27살 퍼스트레이디 박근혜는 하루아침에 동생들을 건사해야 하는 '처녀가장'이 되었다. 

박 의원은 그때의 심경을 "당시 아버지의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가는 현실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면서 "세상의 외면 속에 동생들과 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고 자서전에 썼다.

 

지만은 아버지 주검을 맞이했을 때, 2층 자기 방으로 올라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혼자 울었다.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기에 양친을 총탄에 잃은 지만은 육사(37기) 졸업 후 방공포병 소위로 임관해 군 생활에 적응하는 듯했다. 그

러나 그것도 잠시, 교통사고로 뼈가 부러지고 얼굴이 찢긴 큰 부상을 당해 현역 부적격 판정을 받아 대위로 예편했다. 

심신이 망가진 그의 방황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교통사고 통증을 잊기 위해 시작한 술과 마약은, 친구가 없고 말 수가 적었던 그에게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취직도 결혼도 할 수 없었다.

 

박정희를 흠모하는 기업인들이 보다 못해 나섰다. 

김우중 대우 회장이 자금을 대주고 박태준 포철 회장은 제철 관련 사업을 알선해 주었다. 

그는 1991년 정보통신기기 부품 원료인 산화철을 제조·판매하는 중소기업인 ㈜삼양산업을 인수했다. 

이후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주식 대박을 터뜨린 이 회사가 현재 시가총액 2000억 원이 넘는 ㈜EG다.

 

박지만은 자신이 받은 아버지 후원자들의 호의를 되갚을 줄 아는 '사회적 기업인'이었다. 

박 회장은 1995년부터 해마다 회사 본사가 자리잡고 있는 충남 금산군의 불우 청소년들에게 남몰래 장학금을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름다운재단에 농어촌 청소년들의 온라인 교육 지원을 위한 기금 5000만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선행의 이면에는 어두운 사생활도 있었다. 

그는 1989년부터 2002년까지 6번이나 마약투약으로 적발되어 구치소와 치료시설을 들락날락했다. 

특히 2002년에는 윤락녀 등과 함께 10회 이상 상습적으로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로 5번째로 구속되어 충격을 주었다. 

공교롭게도 그때 박씨를 구속한 서울지검 마약수사부장이 최근 부산저축은행 로비 의혹을 받은 정선태 법제처장이다.

 

"본인 부인으로 끝난 것"이란 박근혜의 '종결 멘트' 안 통해

 

 

그런 동생이 2004년 서향희 변호사와 결혼해 이듬해 48살의 늦은 나이에, 비명에 간 아버지의 대를 잇는 첫손자를 얻었으니 왜 아니 기쁘고, 가슴 벅차지 않겠는가. 

또 박 의원으로서는 '뽕쟁이' 동생을 마약으로부터 '구원' 해준 16살 연하의 올케가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그런데 동생과 올케가 최근 삼화저축은행 로비 연루 의혹으로 정치권과 언론의 도마에 오른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3일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과 박지만씨,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아주 가까운 사이"라며 "신 회장이 연행되기 두 시간 전에도 박씨와 함께 있었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홍 의원은 또 "박씨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는 삼화저축은행 고문으로 일하다가 신 회장이 구속되는 등 사건이 터진 뒤 고문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가 대표를 맡았던 법무법인 주원은 2009년 4월 20일부터 지난 4월 19일까지 자문계약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신 회장이 지난 4월 2일 구속된 이후 고문에서 사임했다는 것이다. 

박지만씨 연루 의혹을 더 확산시킨 것은 신삼길 명예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보도된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의 여동생 공아무개씨와의 통화내용을 전한 6일자 <조선일보> 기사였다.

 

공씨는 이 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신 명예회장에게 지만씨를 소개해 줬다"면서 "그 후 셋이서 자주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신 명예회장과 지만씨는 '58년 개띠' 동갑이라 그런지 '아삼륙'(단짝)이라고 할 정도로 절친해졌다"고 전했다. 

그 '아삼륙' 모임에는 국회의원 낙선 후 삼화저축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정진석 전 정무수석과 이웅렬 코오롱 회장도 어울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자 6일 한 친박계 의원은 박지만 회장이 누나(박근혜)와의 전화통화에서 '신 회장과는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로비 의혹을 일축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도 다음날 국회 본회의 참석 직전에 기자들이 동생의 로비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본인이 (아니라고) 확실히 말했으니 그것으로 끝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본인 부인으로 끝난 것'이라는 박근혜의 '종결 멘트'는 이번엔 안 통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반 국민도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끝이냐. 아니면 박지만씨에게 적용되는 특별한 법이 있느냐"고 특권의식을 꼬집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도 "'여의도 선덕여왕'은 동생이 말했으니 그것으로 끝이라고 하면 그만이냐. 박 전 대표의 말이 수사지침이냐"고 따졌다

 

로비 의혹의 당사자인 신삼길 회장도 나섰다. 

수감 중인 신 회장은 14일 변호인을 통해 "박 회장과는 순수한 친구 관계이며 저의 파산을 마음으로 위로해준 사실은 있어도 구명 로비를 부탁한 적도, 로비를 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3월 말 박 회장과 평소 가던 압구정동 보리밥집에서 안부를 묻는 정도의 말을 나누고 6천 원 하는 점심을 먹고 바로 헤어졌다가 체포됐다"고 연행 직전에 박씨와 만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구명 로비를 했다면 그런 식으로 체포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는 어머니 닮았지만 큰누나는 아버지 닮아 정치할 사람"

 

이런 반박은 논리적으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신 회장은 구속 기소되었지만, 삼화저축은행은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삼화저축은행은 영업정지를 당했지만 지난 2월 우리금융지주사에 합병돼 살아남았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로비'였다는 얘기고, 이는 누군가가 우리금융지주사에 부실한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라고 압력을 넣은 결과가 아니냐는 의혹으로 연결된다.

 

물론, 신 회장과는 '순수한 친구 관계'라는 박씨나, 동생의 성품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박 의원으로서는 이런 의혹이 억울할 법하다. 실제로 박씨를 직접 겪어본 사람들은 그를 '내성적이고 착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를 잘 아는 한 변호사는 "박 회장이 평소에 '나는 어머니를 닮았지만 큰누나는 아버지를 닮아 정치할 사람이다'고 말했다"면서 "자신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성적인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회장이 사람을 만날 때도 조심스럽게 가려서 사귀는 착한 사람이지만, 외로운 사람이어서 자기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한테는 마음을 쉽게 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박지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인) 김홍업과 비슷한 과(科)다"고 말했다. 

이는 박 회장이 김홍업 전 의원처럼 선량한 사람일지라도 친구 관리를 못해서 비리에 연루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더욱이 박지만 서향희 부부가 다니는 소망교회에는 신삼길 회장 말고도 '미래권력 박근혜'에 줄을 대려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향희 변호사는 노동법 전문으로 알려졌다. 

삼화저축은행이 노동법 전문 변호사에게 고문을 맡긴 것은 사실상 '노동 아닌 다른 일'을 해달라는 요청이거나, 최소한 미래권력에 대한 '보험'의 성격을 띤 것으로 봐야 한다. 

고문변호사인 서씨가 정작 삼화저축은행 사건이 터지자 고문변호사직을 사임한 것도 이런 의혹을 키웠다.

 

신라 진평왕의 장녀인 선덕여왕의 이름은 '덕만'이다. 

덕만에게는 남동생이 없지만, '현대판 덕만의 착한 동생' 지만은 10·26 이후 또 한 번 인생의 시련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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