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좋은 대통령감 있으면 봉사할 용의 있다"-2
본문
김종인: 88올림픽 이후 1989년부터 부동산이 꿈틀대면서 1년 내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증권 시장도 폭등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이 90년대 들어와서 더 심해지니까 부동산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도 많았다. 말 그대로 불이 난 거다. 그렇게 한국의 부동산에 불이 붙었는데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을 하시는 분들이 불 끌 생각은 하지 않고 불을 끄는 방법론을 굉장히 오랫동안 이야기하더라. 그러면 다 타버리는 수밖엔 없지 않느냐. 그런데 왜 그렇게 불 끄는 방법론을 오랫동안 이야기하게 되냐면 이 부동산 가격이라는 것이 대기업의 부동산 투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규모 큰 부동산을 사는 사람이 없어야 부동산 가격이 안정이 되는데, 대기업들이 땅을 몇 십만평, 몇 백만평씩 사들이는거다.
한국이 1986년서부터 1989년까지 국제수지 흑자가 330억불 정도가 되었다. 그 중에서 130억불 이상이 부동산 투기로 들어갔는데, 이 정도 규모는 일반 개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기업들의 투기로 오르니 소위 말하는 개미들도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하게 된다. 이것이 사회문제화가 되어 부동산 문제가 연일 신문에 오르내리니까 경제관료들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모였는데, 문제는 불끄는 방법론을 이야기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는 거다. 첫째로는 어떻게 문제를 풀지 방법을 모르는데다가, 부동산 대책을 하는 나라는 한국 밖엔 없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은 금리가 싸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선진국 경제에서는 정평이 나있다. 선진국에서는 금리로 부동산을 조절하려했는데 금리만으로 조절이 안 되니까 결국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하게 된다. 한 예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은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아일랜드 같은 국가들 경우다. 이 국가들은 다 부동산 투기에 열중하다가 최근 재정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 당시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서 스스로 만든 개념이 하나 있는데, 토지공개념이 그것이다. 그런데 토지공개념이라는 말을 만든다고 부동산 가격이 잡히나,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토지공개념이 무엇을 뜻하냐고 당시 해당부처 장관에게 물어봤더니, 토지공개념이라는 것이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재화의 종류에는 사유재와 공공재가 있고, 그리고 공개념적인 재화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토지는 그 공개념적인 재화에 들어간다는 이야기인데, 공개념적인 재화라는 것은 사실 경제학 용어에 없다. 그런데 토지공개념이란 것을 만들어놓고서, 뭐가 토지공개념이냐고 물어보니까,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세금으로 잡을 것인지 물었더니, 당시 종합토지세, 택지상한지세, 택지초과이윤세 이 세 종류의 세금을 만들어서 부동산 값을 잡겠다고 했다. 나는 당시에 세금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절대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렇다면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부동산을 아무리 많이 사도 문제가 안 되는 것이냐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고 또 세금을 부과할 시기에는 약간의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세금을 전가시켜 버리면 사실상 정책적으로 아무런 효과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샀는데 아파트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면, 그만큼 값을 더 받으면 된다. 원래 세금이라는 논리가 그렇다.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당시 상황에서도 기업이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일으키니까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인데,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기업주가 세금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세금은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주는 세금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역사적 사례가 있는데, 1920년대 영국의 부동산 가격이 올라 당시 영국 정부가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조절하려 했다. 지주들의 부담이 커지니 지주들은 망하게 되고, 금융 산업 자본이 결국 부동산을 다 소유하게 된다. 그래서 영국은 부동산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결국 재벌들이 구입한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해 부동산 가격을 조절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조절될 수가 없다. 여기에는 한국 경제관료들의 문제 또한 투영되는데, 그들의 문제는 재벌들에게 불이익이 가는 조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 관료들이 공직을 그만두게 되면, 이후에 신세지고 사는 것이 재벌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1990년 3월 19일에 경제수석에 임명되었는데, 해야 할 정책들을 사전에 준비해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대통령에게 건의를 해서,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의 5대 재벌 총수를 불러 저녁을 함께하시라고 건의드렸다. 그 때 5대 재벌 총수에게 전달할 내용을 대통령께 드렸는데, 핵심 요지는 한국에서 재벌들이 많이 성장했으니 한국 사회의 안정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으며, 재벌들로 인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앞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즉, 앞으로 부동산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얘기를 했는데, 총수들이 돌아가고 난 뒤에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또 다시 상기를 시켜줬으면 좋겠다싶어 총리에게 재벌들을 한 번 만나주시라 다시 부탁을 했다. 이후에 총리에게 전화가 왔는데 자기는 힘이 없는 것 같더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총리가 부르니 재벌들이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안 온다는 것이다. 그것은 경제세력이 벌써 정치세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그때가 노태우 정권 3년차였다.
그래서 10대 그룹 기조실장들을 내가 직접 불러 대통령이 당신네 총수들을 불러 얘기한 내용 전달받았냐고 물었더니 기조실장들이 총수한테 들은 바가 없다고 얘기했다. 대통령이 얘기한 것들이 싹 무시된 것인데, 그래서 기조실장들에게 피차 나중에 얼굴을 붉히지 않는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고 돌려보냈다. 각자 돌아가 총수들에게 물어봤을 것이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 같으니 총수들도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던지,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협의를 요청해왔다. 그래서 나를 보좌하던 경제수석실의 비서관이 10대 재벌 기조실장들과 모여서 재벌 부동산 자진매각을 추진하는 작업을 하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10대 재벌 부동산 1800만평 자진 매각이었다. 그러니까 투기dm 원천을 봉쇄해야 문제가 해결이 되는데, 그 원천이 재벌의 부동산 과다 보유였다.
10대 그룹이 솔선하여 보유 부동산을 자진 매각한다고 하니까 30대 재벌들도 동참하겠다고 해서 자진 매각규모가 크게 된 것이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팔려고 해도 사는 사람이 없으면 못하는 거지 이런 식의 배짱으로 재벌들이 자진 매각을 하겠다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국가가 그 동안 토지를 너무 많이 팔았으니 국가가 사들이겠다고 해서, 현금으로는 줄 수 없고, 5년짜리 채권으로 지불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토지 일부는 국가가 사들이고, 일부는 재벌들이 기분이 나빴는지 대학들에 기증도 했다. 그렇게 기업들의 토지 수요는 없고 공급이 늘어나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 그 당시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간접적 방법으로 해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직접적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경제정책의 하나 수단이다. 나에게 초법적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진해서 했는데 무엇이 초법적인가.(웃음)
정치경영연구소: 정치인, 정책가에 대해서
김종인: 무슨 자리든 간에 자리를 욕심만 낼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를 해야 된다. 공직을 하는 사람들이 내가 저 자리에 들어가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지 않고 공직을 수행 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정책을 하려면 사전에 심사숙고해서, 여러 가지 사례를 검토해야하고, 정책에 대해서 자기 확신이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 그렇게 자기 확신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면 겁날 것이 없다.
그리고 내가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의 실험 대상은 인간이다. 인간과 사회가 실험의 대상이기 때문에 굉장히 용의주도하고 조심스럽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정책 하나를 잘못해서 대한민국의 수천만명이 고통을 받으면 그 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 아무런 책임의식이 없다. 그 예로 정책실패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형벌로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은 무능은 형벌로 다스릴 수 없다는 말과 똑같은데, 그럼 그 사람들이 무능한 것을 시인하느냐, 그것을 시인도 안한다. 자기가 잘했다고 오히려 주장하고 있다. IMF사태 이후가 그런 것 아니냐. IMF 이후 법원이 정책은 형사로 다스릴 수 없다라고 해서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그래도 그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책임은 느껴야 할 것 아닌가. IMF 사태 이후로 수많은 국민이 고통을 받았는데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정치를 해서도 안 되고, 최종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해서도 안 된다.
정치경영연구소: 정책을 펴는데 있어서 정책가라 함은 어떠한 자질이 요구되나?
김종인: 그 분야에 전문지식, 예컨대 정책가가 경제학 지식을 가진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경제이론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정책가는 가치판단을 잘 할 수 있어야하고 또 집행능력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경제지식이나 행정능력만을 가지고서는 경제정책가가 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행정능력만을 가지고 경제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통례인데, 상황이 변함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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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1986년서부터 1989년까지 국제수지 흑자가 330억불 정도가 되었다. 그 중에서 130억불 이상이 부동산 투기로 들어갔는데, 이 정도 규모는 일반 개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기업들의 투기로 오르니 소위 말하는 개미들도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하게 된다. 이것이 사회문제화가 되어 부동산 문제가 연일 신문에 오르내리니까 경제관료들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모였는데, 문제는 불끄는 방법론을 이야기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는 거다. 첫째로는 어떻게 문제를 풀지 방법을 모르는데다가, 부동산 대책을 하는 나라는 한국 밖엔 없다. 기본적으로 부동산은 금리가 싸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선진국 경제에서는 정평이 나있다. 선진국에서는 금리로 부동산을 조절하려했는데 금리만으로 조절이 안 되니까 결국 부동산 시장 안정에 실패하게 된다. 한 예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맞은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아일랜드 같은 국가들 경우다. 이 국가들은 다 부동산 투기에 열중하다가 최근 재정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니까 그 당시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서 스스로 만든 개념이 하나 있는데, 토지공개념이 그것이다. 그런데 토지공개념이라는 말을 만든다고 부동산 가격이 잡히나,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토지공개념이 무엇을 뜻하냐고 당시 해당부처 장관에게 물어봤더니, 토지공개념이라는 것이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재화의 종류에는 사유재와 공공재가 있고, 그리고 공개념적인 재화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토지는 그 공개념적인 재화에 들어간다는 이야기인데, 공개념적인 재화라는 것은 사실 경제학 용어에 없다. 그런데 토지공개념이란 것을 만들어놓고서, 뭐가 토지공개념이냐고 물어보니까,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세금으로 잡을 것인지 물었더니, 당시 종합토지세, 택지상한지세, 택지초과이윤세 이 세 종류의 세금을 만들어서 부동산 값을 잡겠다고 했다. 나는 당시에 세금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절대 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렇다면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부동산을 아무리 많이 사도 문제가 안 되는 것이냐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고 또 세금을 부과할 시기에는 약간의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세금을 전가시켜 버리면 사실상 정책적으로 아무런 효과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샀는데 아파트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면, 그만큼 값을 더 받으면 된다. 원래 세금이라는 논리가 그렇다.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당시 상황에서도 기업이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일으키니까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인데,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기업주가 세금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세금은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주는 세금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역사적 사례가 있는데, 1920년대 영국의 부동산 가격이 올라 당시 영국 정부가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조절하려 했다. 지주들의 부담이 커지니 지주들은 망하게 되고, 금융 산업 자본이 결국 부동산을 다 소유하게 된다. 그래서 영국은 부동산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결국 재벌들이 구입한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해 부동산 가격을 조절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조절될 수가 없다. 여기에는 한국 경제관료들의 문제 또한 투영되는데, 그들의 문제는 재벌들에게 불이익이 가는 조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경제 관료들이 공직을 그만두게 되면, 이후에 신세지고 사는 것이 재벌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1990년 3월 19일에 경제수석에 임명되었는데, 해야 할 정책들을 사전에 준비해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대통령에게 건의를 해서,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의 5대 재벌 총수를 불러 저녁을 함께하시라고 건의드렸다. 그 때 5대 재벌 총수에게 전달할 내용을 대통령께 드렸는데, 핵심 요지는 한국에서 재벌들이 많이 성장했으니 한국 사회의 안정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으며, 재벌들로 인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앞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즉, 앞으로 부동산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얘기를 했는데, 총수들이 돌아가고 난 뒤에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또 다시 상기를 시켜줬으면 좋겠다싶어 총리에게 재벌들을 한 번 만나주시라 다시 부탁을 했다. 이후에 총리에게 전화가 왔는데 자기는 힘이 없는 것 같더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총리가 부르니 재벌들이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안 온다는 것이다. 그것은 경제세력이 벌써 정치세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그때가 노태우 정권 3년차였다.
그래서 10대 그룹 기조실장들을 내가 직접 불러 대통령이 당신네 총수들을 불러 얘기한 내용 전달받았냐고 물었더니 기조실장들이 총수한테 들은 바가 없다고 얘기했다. 대통령이 얘기한 것들이 싹 무시된 것인데, 그래서 기조실장들에게 피차 나중에 얼굴을 붉히지 않는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고 돌려보냈다. 각자 돌아가 총수들에게 물어봤을 것이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 같으니 총수들도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했던지, 나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협의를 요청해왔다. 그래서 나를 보좌하던 경제수석실의 비서관이 10대 재벌 기조실장들과 모여서 재벌 부동산 자진매각을 추진하는 작업을 하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10대 재벌 부동산 1800만평 자진 매각이었다. 그러니까 투기dm 원천을 봉쇄해야 문제가 해결이 되는데, 그 원천이 재벌의 부동산 과다 보유였다.
10대 그룹이 솔선하여 보유 부동산을 자진 매각한다고 하니까 30대 재벌들도 동참하겠다고 해서 자진 매각규모가 크게 된 것이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팔려고 해도 사는 사람이 없으면 못하는 거지 이런 식의 배짱으로 재벌들이 자진 매각을 하겠다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국가가 그 동안 토지를 너무 많이 팔았으니 국가가 사들이겠다고 해서, 현금으로는 줄 수 없고, 5년짜리 채권으로 지불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토지 일부는 국가가 사들이고, 일부는 재벌들이 기분이 나빴는지 대학들에 기증도 했다. 그렇게 기업들의 토지 수요는 없고 공급이 늘어나니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 그 당시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간접적 방법으로 해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직접적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경제정책의 하나 수단이다. 나에게 초법적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자진해서 했는데 무엇이 초법적인가.(웃음)
정치경영연구소: 정치인, 정책가에 대해서
김종인: 무슨 자리든 간에 자리를 욕심만 낼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를 해야 된다. 공직을 하는 사람들이 내가 저 자리에 들어가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지 않고 공직을 수행 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정책을 하려면 사전에 심사숙고해서, 여러 가지 사례를 검토해야하고, 정책에 대해서 자기 확신이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 그렇게 자기 확신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면 겁날 것이 없다.
그리고 내가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의 실험 대상은 인간이다. 인간과 사회가 실험의 대상이기 때문에 굉장히 용의주도하고 조심스럽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정책 하나를 잘못해서 대한민국의 수천만명이 고통을 받으면 그 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 아무런 책임의식이 없다. 그 예로 정책실패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형벌로 다스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은 무능은 형벌로 다스릴 수 없다는 말과 똑같은데, 그럼 그 사람들이 무능한 것을 시인하느냐, 그것을 시인도 안한다. 자기가 잘했다고 오히려 주장하고 있다. IMF사태 이후가 그런 것 아니냐. IMF 이후 법원이 정책은 형사로 다스릴 수 없다라고 해서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그래도 그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책임은 느껴야 할 것 아닌가. IMF 사태 이후로 수많은 국민이 고통을 받았는데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정치를 해서도 안 되고, 최종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해서도 안 된다.
정치경영연구소: 정책을 펴는데 있어서 정책가라 함은 어떠한 자질이 요구되나?
김종인: 그 분야에 전문지식, 예컨대 정책가가 경제학 지식을 가진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이라는 것은 경제이론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정책가는 가치판단을 잘 할 수 있어야하고 또 집행능력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경제지식이나 행정능력만을 가지고서는 경제정책가가 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행정능력만을 가지고 경제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통례인데, 상황이 변함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
프레시안에서 퍼왔습니다.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