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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수용소 처형·고문 기록해 유엔에 내겠다"
- 인터뷰=정권현 사회부장 khjung@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정리=이석우 기자 yep249@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이제는 한국이 나설 때"
모든 탈북자 입국 초기에 조사관 파견해 전수 조사
"北 인권침해 알릴수록 주민들 상황 좋아질 것"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은 31일 "인권위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교화소, 국경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문과 처형 등 인권 침해 사실을 수집·기록하고 유엔(UN) 인권최고대표실 등 국제기구에 공식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이날 인권위 13층 위원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할 시점이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 위원장은 또 "북한을 탈출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탈북자에게 입국 초기에 인권위 전문 조사관을 파견해 북한의 인권 침해 사실을 전수(全數) 조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 등에서 자행되고 있는 처형·고문 등 인권 침해 사실에 대해 어떠한 자료도 국제기구에 제출한 적이 없다.
- ▲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3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나서 자료를 수집하겠다”고 말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좌파 진영에서는 인권위가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해 조사할 권한도 없고, 내정 간섭이라는 주장도 한다.
"인권위는 이미 2006년 12월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 표명을 통해 '정부는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할 의무와 근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헌법에도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로 돼 있다. 인권위가 북한 인권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있고, 기록을 남기는 일에 반대할 근거는 없다."
―일부에선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우리 정부가 침묵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방법론의 문제다. 북한 인권을 우리 정부가 거론해 북한 위정자를 자극하면 오히려 북한 주민이 핍박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과거 힘을 얻었다. 그래서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계속 지원하면 주민들에게 그 혜택이 흘러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 인권문제를 조사해야 할 시점이다. 인권위가 북한 인권 침해 사실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것이 북한 인권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인권기록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북한에서 온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겪었던 인권 침해 사례를 국가 기관이 정확하게 기록한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민간 단체에서만 이런 역할을 했다. 앞으로 국가 기관인 인권위가 탈북자 등의 억울한 호소를 들어주고, 이 내용을 역사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이 기록은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정책을 수립할 때 활용될 것이다."
―과거 서독이 통일 이전 동독의 인권 상황을 기록한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인가.
"독일이 분단돼 있던 1960년대 서독은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를 설치해 동독의 인권 탄압 사례를 공식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통일 이후 공무원과 판·검사 채용 때 활용했다. 북한인권기록관을 만들 때 독일 사례를 충분히 조사했고, 여기에서 축적한 자료는 훨씬 더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이다."
―북한의 인권 침해 기록을 국제기구에도 제출하나.
"북한의 인권 침해 사실을 기록해 유엔(UN) 인권고등판무관실 산하 고문방지위원회·실종위원회·사형방지위원회 등에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탈북자가 자신의 가족이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감금돼 고문을 받고 있다고 유엔 인권기구에 진정하려 하면 인권위가 이를 돕는 방안도 검토하겠다. 남북한 이산가족이 서로 생사를 확인할 수 없고, 편지 왕래가 되지 않는 것도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다. 이 내용을 인권위가 조사해 유엔에 조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 북한도 유엔에 가입돼 있기 때문에 유엔이 조사에 나서면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북한 인권 침해 사실을 접수만 하는가.
"인권위가 능동적으로 나서서 인권 침해 사실을 조사하고 기록할 것이다. 탈북자가 북한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면 1차적으로 국정원 등에서 조사를 받게 되는데 이 조사가 끝나면 인권위 전문조사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다. 입국 초기에 조사해야 북한에서 당한 인권 침해 사례를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다. 한국에 입국하는 모든 탈북자를 대상으로 북한의 인권 침해 행위를 전수 조사하고 기록으로 남길 방침이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66)은 2001년 이 위원회 출범 이후 외면해온 북한 인권문제를 요즘 정면으로 거론하고 있다. 전남 영암 출생으로 한양대 법대 교수, 한국법학교수회 부회장을 지냈고 2009년 7월 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한양사이버대 학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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