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사립고교 인맥을 소개하면서 가나다 순에 의거해 배재고-보성고를 전 회에 먼저 다루었다.
순서대로라면 양정고가 그 뒤를 잇게 되겠으나 중앙고 출신 인물의 숫자가 다른 고교에 비해 비교적 다수여서 이번 호에는 중앙고만을 따로 소개하고 다음 호에 양정고와 휘문고를 함께 다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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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앙고등학교
ⓒ시사저널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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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앙고는 1백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거슬러 올라가 1908년 기호(畿湖)흥학회가 세운 기호학교를 모태로 하고 1910년 유길준이 조직한 흥사단에서 운영하던 사립 융희(隆熙)학교를 통합해 중앙고의 바탕이 마련되었다.
1915년에 이르러 재정난을 겪던 이 학교를 인촌 김성수 선생이 인수했으며 1929년 2월19일에는 재단법인 중앙학원을 설립하게 된다.
1964년 8월25일 조직 개편에 따라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고려중앙학원은 고려대와 중앙중·고등학교 등을 함께 아우르는 재단이다.
중앙교우회의 역대 회장은 2대 고재욱 전 동아일보 사장,
3대 윤치영 전 공화당 의장, 5대 이희승 국문학자,
6대 이종우 전 고려대 총장, 7대 김용식 전 외무부장관,
8대 김봉은 전 장기신용은행장, 9대 채문식 전 국회의장,
10대 김각중 경방 명예회장, 12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으로
이어져왔고 현 김종인 회장(전 국회의원·장관)에 이른다.
중앙교우회는 1974년 김용식 회장 재임 당시 계원장학회를
설립해 지금까지 모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 사업을
꾸준하고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다.
정·재계 명망가 자제들 다수 수학
100여 년 역사를 가진 전통 명문 사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중앙고에는 규모 있는 집안의 자제들이 많이 진학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같은 재단인 고려대로 진학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사회적으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부자(父子)의 대를 이어 중앙고를 수학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김용완 전 경방 명예회장(작고)과 장남 김각중 경방 대표이사 명예회장이 그러하다.
김용완 회장은 중앙고-일본 히로시마 고등사범을 졸업한 후 국내 최초의 면방업체인 경방을 일군 기업인으로서 3공화국 초기 4~5대 전경련 회장을 지내고 그 후로도 9~12대 전경련 회장을 맡았던 거물 기업인이었다.
김각중 회장은 중앙고와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 대학에서 화학 석사와 이론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해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으며, 이후 가업인 경방을 물려받아 이끌어왔다.
온화한 성품에 친화력이 돋보이는 그는 재계 전반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26-27대 전경련 회장을 지냈다.
이로써 부자간에 무려 6대, 14년 동안 재계 총수 자리를 맡은 이색 기록을 세웠다.
김용완 회장의 부인인 김점효씨(작고)의 큰오빠가 동아일보 설립자 인촌 김성수 선생이다.
김원 삼양사 대표이사 사장은 중앙고-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 대학에 유학했다.
1988년 삼양사에 입사한 후 전공을 살려 공장 현장과 연구개발본부를 거치는 등 바닥부터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받았다.
그의 조부와 부친이 김연수 전 삼양사 명예회장(작고)과 김상하 삼양그룹 대표이사 회장이다. 김연수 회장은 일본 교토 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돌아와 삼양사를 차렸다.
형이 김성수 동아일보 설립자이고, 차남은 고려대 총장을 지낸 김상협 전 국무총리(작고)이다.
삼남은 김상홍 삼양그룹 명예회장, 김상하 회장이 오남이다.
김성수 선생의 가계는 이렇게 이어진다.
장남인 고 일민 김상만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은 정부 수립 후 반세기 가까운 현대사에서 언론과 교육 발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1949년 동아일보사 업무국장으로 시작해 사장, 회장을 거쳐 명예회장으로 별세하기까지 동아일보사를 이끌었다.
김상만 회장의 장남이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작고)이다.
그는 중앙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동아일보 관리과장으로 시작해 광고부장, 상무, 전무를 거쳐
사장이 되었다.
발행인 겸 인쇄인, 대표이사 회장을 맡으면서 고려중앙학원
제11대 이사장직에 올라 부친과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의 장남이 김재호 현 동아일보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는 경복고와 미국 보스톤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김병관 회장의 둘째 며느리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입학으로 ‘주목’
중앙고는 한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로 인해 세인의 주목을 받은 시절이 있다.
중앙고를 나와 육사를 다닌 박씨는 대위로 군 복무를 마쳤다.
불행하게 부모를 잃은 쓰라림을 견디지 못하고 마약에 손을 대 물의를 빚은 적도 있으나 지금은 어엿한 기업인이다.
박씨가 회장으로 있는 ㈜EG는 충남 금산에 있는 산화철 제조업체이다. 그의 사업 경력은 지난 1989년부터 시작되었다.
박태준 당시 자민련 총재의 도움으로 인수한 삼양산업(EG의 전신)은 포스코에서 나오는 산업 폐기물인 산화철을 가공해 산업용 자석의 원료를 만드는 회사이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대표이사 회장, 정몽선 현대시멘트 대표이사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등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 가문에 중앙고 동문이 많다.
허진수 GS칼텍스 석유화학사업부문 대표이사 사장,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구본걸 LG패션 대표이사 사장, 구자균 LG산전 부회장도 중앙고를 나왔다.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최고 CEO의 자리에 오른 노인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중앙고-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입사해 인사부장, 회장비서실 이사, 구조조정본부 인사팀장, 에스원 대표이사 사장을 거쳤다.
서정호 삼양식품 대표이사 사장은 국내에 라면을 처음으로 선보인 삼양식품 창업주 전중윤 명예회장의 사위이다.
박근태 CJ중국본사 대표 총괄부사장은 원래 대우 무역 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2006년 CJ로 옮긴 뒤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처리해 주가를 올렸다.
베이징 두부 시장의 70%를 점하면서 베이징올림픽 당시 선수촌의 공식 식품 목록에 올랐던 ‘백옥두부’는 CJ가 한 중국 기업과 3년 전부터 합작해 생산해내는 제품이다.
또 중국 곡물업체와 합작해 쌀겨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미강(米糠) 단백 시장을 개척하기도 했다.
25년 동안 중국 곳곳을 누비며 공을 들인 결실이었다.
라종일 우석대 총장은 동화(童話)를 쓰는 학자이자 정치인, 외교관이다. 중앙고-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실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순수한 휴머니즘을 전해주는 동화는 사회과학의 빈틈을 채워 주는 매력적인 도구이다”라는 것이 그의 변이다.
경력을 보면 화려하다.
경희대 교수, 새정치국민회의 통일국제특위 위원장, 국가안전기획부 차장, 새천년민주당 총재특별보좌역,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주영국 대사, 주일본 대사 등을 지냈다.
그는 라용균 전 국회 부의장의 장남이다. 백봉 라용균 선생 기념사업회는 모범적인 국회의원에게 수여하는 백봉신사상을 매년 시상해 오고 있다.
관계에서는 경제기획원 출신으로서 통계청장, 조달청장, 기획예산처장관을 지낸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 원장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현호 지식경제부 1차관, 안양호 행전안전부 2차관이 고위직에 오른 인물이다.
군문(軍門)에서 이름을 빛낸 동문으로 서경석 동티모르 대사가 있다.
중앙중·고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서대사는 ROTC 소위로
임관해 파월 맹호부대에서 소대장과 중대장으로 실전 경험을
쌓고 연대장-공수 여단장-사단장을 거쳐 군단장까지 오른
3성(星)의 야전 군인 출신이다.
2009년부터 동티모르 대사로 재임 중이다.
현직 외교관으로 문하영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 대사,
심윤조 주오스트리아 대사, 장기원 유네스코 대표부 대사,
장태신 주그리스 대사, 조태열 주스페인 대사가 있다.
법조계에는 조용호 서울남부지법원장, 강영호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문석 서울고법 부장판사,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
강경원 사법연수원 교수, 강구욱 창원지법 부장판사,
강석동 대구지법 부장판사, 박순관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박평균 수원지법 안양지원 부장판사,
이주일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이철의 광주지법 부장판사,
임정혁 대구고검 차장검사 등 많은 동문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추기경)이 중앙고 동문이고
김중순 한국디지털대 총장, 유병진 명지대 총장,
이남식 전주대 총장, 최호준 경기대 총장 등 대학 총장도 여럿 있다.
신영훈 한옥문화원 원장은 ‘한옥의 장인(匠人)’ ‘우리 시대의 목수’로 불리는 건축사학자이자 고건축 전문가이다.
개성에서 태어나 중앙고 3학년 시절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의 강의를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문화재 전문가의 길로 들어섰다.
석굴암, 화엄사 각황전, 쌍봉사 대웅전, 진주성 등 각종 중수·보수 공사의 감독관을 지냈다.
영국 대영박물관과 덴마크 국립박물관 한국실에 우리의 전통 건축물을 시현했으며, 사진작가 김대벽씨와 함께 <역사 기행 시리즈>를 10권까지 냈다.
지난 2000년 한옥문화원을 설립해 후학을 양성해왔다.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국 국제부장은 현역 시절 ‘야생마’로 불리던 축구 선수였다.
월드컵 축구대회에 세 번이나 출전했던 그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 한양대에서 석사 학위, 부산 경성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젊은 시절 미남 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남궁원씨(본명 홍경일)는 장남 홍정욱 의원(한나라당·서울 노원 병)을 훌륭하게 키웠다 하여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 밖에 최불암씨, 하명중 영화제작자, 품격 있는 개그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고영수씨가 중앙고 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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