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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렬 교수의 제왕학]
정몽준, 대망(大望)으로 본 '월드컵 리더십'
2022년 월드컵 대한민국 유치가 실패로 끝이 났다. 다시한번 월드컵신화를 기대했던 희망이 물거품이 됐다.
혹자는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전 한나라당 대표)이 외롭게 혼자 애썼지만 원톱외교의 한계라고도 하며 2002년에 월드컵을 치룬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한번 꿈을 이루려는 과욕의 성급함 이었다고도 한다.
결국 설상가상으로 연평도사태 까지 겹쳐 22명의 표심잡기에 실패한 것이다. 어쨋든 카타르로 결정된 이번 월드컵 유치 실패는 정몽준 FIFA부회장으로서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월드컵 유치 실패를 통해 오히려 대망과 연계시키려는 그의 의중을 들여다 볼 기회가 생긴 것임엔 틀림없다.
정 의원은 월드컵 유치활동을 벌이던 와중에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이뤄진 한 인터뷰에서 차기 대권주자들과 관련, "누가 대선을 준비하든 선거에서 어떻게 이기는가보다는 나라를 어떻게 이끌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민주화가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박정희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고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오래 드리워져 있다"며 우회적으로 강력한 부동의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비판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내 정치관련 뉴스를 보면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가 관심인데 나라를 정말 새롭게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제, "새롭게 이끌려면 어떤 준비가 돼야 하고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의 향후 대권행보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나라를 위해 고심을 많이 하는 동료 의원들을 만나고, 시간이 되면 학자와 교수들도 만날 생각"이라며 "정치인들도 경쟁의 연속인데 크게 봐서 협력하는 방안도 경쟁의 하나라고 한다면 똑같은 경쟁이라고 해도 나라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 대권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대권(大權)은 의지와 우연의 기묘한 착종(錯綜)인가
최근 박근혜 김문수 등 한나라당 내 차기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정 의원도 본격적인 세 확산에 나섰다.
그는 최근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가 하면, 대표 시절 당직을 맡았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20 ~ 30명의 의원들을 만나서 정국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대표직 사임 이후 월드컵 유치에 올인한 것도 대권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월드컵 유치실패로 그의 대권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월드컵은 4년마다 한번이지만 대권은 매일매일 싸움이고 투쟁의 기록일지도 모른다.
그가 진정 대업을 이룰려면 이제 세상속으로 당당하게 걸어나가야 한다. 손에 피도 묻히고, 비에 젖은 칙칙한 낙엽도 밟으면서 파과(破瓜:껍질을 깨는)하지 않으면 속을 보일 수가 없다.
지하철과 만원 시내버스를 타면서 서민 대중과 스킨십을 갖지 않은 진정성이 없는 외침은 공허할 따름이다.
소설가 고 이병주 선생은 이름 없는 한포기의 풀이 자라는 데도 우주의 섭리(攝理)이 작동돼야 한다고 갈파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기 위해선 그 자체의 생명력이 강해야 하거니와 많은 은총의 협동(協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태양과 바람과 비와 토양은 필수적인 조건이고, 그밖에 병충(病蟲)의 침범을 비롯한 자연의 악의(惡意)를 이겨 내야 하고, 사람의 도끼를 피하는 요행도 곁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하물며 사람이랴!
한 시대를 이끌어 갈 인물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은 나무의 유(類)가 아니다.
의지와 우연의 기묘한 착종(錯綜), 그 생물적인 의미나 정신적 드라마에 있어서도 신비의 집적과 그 연속이라고 할 밖에 없다.
이병주의 인간에 대한 해석과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대권을 향해 가는 과정으로 확대해석해 보자면, 대권은 인간의 필연적인 의지와 우연한 인연(因緣)의 복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무수한 악의 속에서도 한 인간이 대권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기막힌 우연의 산물일런지도 모른다.
우연과 의지라면 이젠 의지를 보여할 때이다.
우연은 알 수 없지만 의지는 마음속에 새기기 때문이다.
우연의 태생적 한계는 의지를 보이며 극복해야한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그 의지가 위대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이 시대의 화두인 경제를 잘 아는 대통령으로 ‘포지셔닝’하려면 스스로의 경영능력 또한 검증을 통해 입증해야 하지 않을까.
물려받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그 스스로 부를 창출할 줄 아는 의지와 역량을 대중은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역량은 경제 보다 스포츠에서 더욱 포스를 느끼게 한다.
아직도 귀에 쟁쟁한 ‘대한민국, 오, 필승코리아!’
그해 여름 한반도를 뒤흔든 붉은 악마의 외침을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또 다른 월드컵의 주인공 정 의원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는 지금도 맹활약했다.
다만 여의도 정치가 아니라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서 동분서주했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 신화를 통해 한 단계 업 그리이드된 축구 강국으로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월드컵이 우리나라 문화코드를 바꾸어 놓은 기억이 새롭다.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는 이제 축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 국가 대표급 선수들과 우리 사이에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그 장단에 맞추어 우리를 하나되게 하는 독특한 마력을 지닌 브랜드가 되었다.
축구협회장으로서 FIFA부회장으로서 이렇듯 정 의원의 위상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구계의 거목이다.
직책상 2022년 월드컵 한국 유치를 위해 응분의 노력을 해야 하지만 그가 라디오(11월22일)에 나와 대선 전략과 그의 이러한 활동을 연계시키는 대목에서 절대로 개인플레이가 아님을 강조했다.
"(제가) 월드컵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개인플레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수준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의 출생은 기막힌 우연의 태생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 천하제일의 재벌 현대를 당대에 일군 창업자 정주영의 아들, 언제나 온유하고 부드러운 재벌가의 넉넉함, 매너 좋은 국제신사에 어디에 내 놔도 빛나는 학력. 육군 중위 출신으로 중앙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 미국 MIT 경영대학원(경영학석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국제정치학박사)에서 수학, 그야말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모두 제대로 갖춘 인물이다.
1951년생인 정 의원보다 5살 아래인 그의 내조자 김영명 여사 또한 미모와 학벌에서 퍼스트 레이디 감으로 손색이 없다.
미국 웰즐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60년대 초 한-일 조약 체결 당시 주일대사를 역임하는 등 한국 외교가의‘DJ라인’으로 두터운 인맥을 형성했던 김동조 전 외무장관의 딸로 영어 일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그녀는 남편의 월드컵 유치에 단단히 한 몫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또한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가장 부자라는 현대중공업의 실질적 오너가 아닌가.
서민들의 눈으로 보면 천문학적 자산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대권가도에서는 득도 되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인으로서 검약(儉約)과 인색(吝嗇)이라는 혹평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그의 부력(富力)은 정치인 가운데 지존(至尊) 지위를 항상 유지해 왔다.
지난달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10월 29일 기준으로 그의 주식재산은 3조90억원. 지난 2008년 6월11일 주식재산이 3조원 밑으로 떨어진 이후 2년5개월만이다.
현대중공업 주식 821만5주(10.80%)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 주가가 52만8천원까지 치솟았던 2007년 11월에는 주식재산이 한때 4조3천억원을 넘기도 했다. 올초만 해도 1조4천121억원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배 이상(113.1%) 늘어난 것으로 1조원대 주식재산(상장사 기준)을 보유한 12명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에 5조3천337억원의 매출에 7천98*억원의 영업이익, 8천63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50.2%나 늘어난 것으로 분기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지난 해 그는 정치인중 1896억원 넘게 감소해도 1조 4500억 원이 넘어‘재산이 제일 많이 줄어도 제일 부자’로 건재하고 있다.
이러한 그가 무엇이 아쉬워 축구협회장에서 2002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것인가.
그의 마음속에는 고 정주영 회장의 비원(悲願), 대권이라는 마음속 응어리가 있었을 것이다.
정 회장은 당시 김영삼 민자당 후보에 맞서 국민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곧 괘씸죄에 걸려 여러 가지 사업적 고초와 어려움을 겪는다.
앙앙불락하던 정 회장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세월을 보내던 중‘자신이 소년 시절 훔쳤던 아버지 소 한 마리를 보태’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 당시로는 기상천외(奇想天外)한 빅 이벤트인 소떼 1001마리를 끌고 방북하는 장관(壯觀)을 선보였다.
정 회장은“소가 나서면 판을 거두리라”는 증산(甑山) 강일순의 예언을 실현하는 메시아 같은 모습으로 노염(老炎)을 불태우며 금강산 관광 등 남북화해의 물꼬를 터, 실향민으로서 남북화해의 주인공이 돼 노벨 평화상 후보자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결국 고인이 되고 만다.
그의 유지(遺志)를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많은 아들 중에 고 정몽헌은 대북사업을 통해 그 유지를 받들려 하였고, 정 의원은 대권장악이라는 과업을 통해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작동되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이 가는 일이다.
2002년 대선 당시 투표일 하루 앞둔 시점에서 정 의원의 극적인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파기는 다시 한 번 기막힌 우연의 역사적인 착종을 낳게된다.
오히려 불리하게 돌아갈 줄 알았던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
그의 이러한 멍에는 세월이라는 저 도도한 장강의 흐름속에 맡길 수밖에 없는 그 장강의 물로 상처를 씻어내고, 울산에서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겨와 민주당 정동영 의원과 한판 승부를 벌여 수도권에서 다시 한 번 치열한 선거를 치르며 6선 의원으로 재기 발판을 마련한 뒤 그 여세를 몰아 집권여당인 한나라당 대표까지 맡게 된다.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 파기는 아직도 미스터리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2002년 월드컵 개회사를 할 때 정 의원은 저 터저 나오는 함성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고 들었을는지 모른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의 의지는 더욱 강고해졌으며 아마 여론조사 후에 단일화하자는 제안에 자신있게 응했을는지 모른다.
아직도 미스터리한 점이 있지만 그의 단일화 파기 결정은 다시 한 번 세월을 거슬러 가는 의지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기묘한 우연의 착종이 아닐 수 없다.
흔히 감정은 쫓아가기 어렵고 가버린 것은 돌이킬 수 없으니, 지혜로운 자는 후회가 없다고 했던가.
잘못된 결정의 케이스 스터디로 회자되는 후보 단일화 파기라는 지나간 일을 후회하면서 괴로워하는 사람은 어제를 잃어버리는 동시에 오늘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속담에 '세상에 후회하는 일에는 약이 없다'고 했으니, 아무런 성과도 없이 오직 후회만 해서는 어떤 교훈도 얻을 수 없다.
감정의 나아감과 멈춤을 아는 것은 큰일을 성취하는 자의 돋보이는 능력이다.
그들은 감정을 소모해 타락하지도 않고, 항상 고난을 달게 여기고 슬픔 속에서 인생의 또 다른 경지를 맛보며, 원망도 후회도 없는 처세를 하니, 이는 세속의 길에 첩첩이 둘러싸고 있는 장벽을 허물어내는 힘이 된다고 했다.
이미 역사가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노무현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一等功臣)이 된 그가 당시 우연히 단일화 파기로 멈춤을 선택했는지.
아니면 역사의 필연으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는 자는 모르지만 아는자는 알 것이다.
대저 세상일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듯이 흔히 멈출 때를 아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라고 한다.
이른바 지학(止學)이다.
‘멈춤의 철학’을 논한 수나라의 유학자 왕통은‘나아감’과 ‘멈춤’의 상호 보완을 강조하며 ‘멈춤’은 패배나 퇴보, 일탈(逸脫)이 아닌 성공하는 인생을 살기 위한 필수 덕목이라고 했다.
그가 본의였건, 아니면 파기 선언 당일 부인 김 여사의‘우래옥의 눈물’등 주변의 강권(强勸)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간에 단일화 파기라는 갑작스런 ‘멈춤’은 역사의 회오리가 되어 당선이 유력시되던 이회창 후보를 낙마 시켰지만 아직도 그에 대한 정확한 본인의 해명이 없는 아쉬움이 있다.
정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 민청학련 사건 변호를 위해 선 유신재판 법정에서“학생들을 구속하려면 차라리 나를 구속하라”고 소신과 지조로 일관하다 법정구속까지 됐던 이 시대의 보기드문 현인(賢人)으로 단일화 파기를 지근거리에서 지켜 본 강신옥 변호사는“좌파 친북노선인 노무현과의 공조는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격으로 평소 공공서비스 정신과 사심(私心) 없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충실한 몽준 다운 결기의 표현”이라고 평했지만 아직도 그 사건은 미스터리로 회자된다.
옛말에 지혜가 모자라는데도 큰일을 도모하면 실패하고, 지혜를 멈출줄 모르면서 멀리까지 도모하면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고 했다.
세상사는 순식간에 천변만화(千變萬化)해서 그 지혜가 아무리 훌륭해도 만년 후의 일까지 알 수는 없다. 역사에서 큰일을 이루었던 자들은 모두 지혜로운 인물이었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지혜 하나에만 의존해서 일을 이룬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 변화에 대응하면서 자기 견해만을 고집하지 않았는데,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성공한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차기 대권주자들과 관련해 “누가 대선을 준비하든 선거에서 어떻게 이기는가보다는 나라를 어떻게 이끌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는 정 의원이 유방백세(流芳百世)하는 지혜로운 길은 반드시 자신이 꽃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킹메이커 역할’을 한다면 그만큼 위력을 발휘할 사람이 없는 것은 엄염한 현실이다. 공교롭게도 정 의원 자신의 생일(12월2일)에 월드컵 유치가 결정된 사실을 우연의 착종으로 만 볼 것인가?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지 못하면 도태된다
하늘은 한 인물에게 부(富)와 귀(貴)를 동시에 주지 않는다고 했다. 하늘은 인간의 유일한 신 (天是人之唯一神)이라고 말하는 공자는 그래서 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獲罪於天 無所禱也).
세종실록에서도 하늘은 지공무사(天是至公無私者)하고, 백성들은 어리석지만 신과 같다(民是至愚而神者)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은 부와 귀를 다 갖춘 한국의 케네디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그를 힘이 센 대권주자로 보지 않는다.
차라리 힘이 센 축구협회 리더로 보는 데 더 익숙한 듯하다.
월드컵 유치 등 축구관계로 누적된 이미지가 국민들의 뇌리 속에 더 강하게 각인(刻印)돼 있는 셈이다.
축구가 관심사이기는 해도 먹고 사는 일보다 앞설 수는 없다.
그것이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적인 사업이긴 해도 무엇보다 정치인으로서의 본분이 앞서야 할 일이다.
정 의원에게 그런 의지는 아직 뚜렷하게 발견되는 일이 없다.
스포츠 관련한 각국 정상과 어울려 있는 일에 익숙한 그에게서는 국정(國政)아젠다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의지의 업적을 발견해 내는 일은 드라마화 되어 있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 호암 이병철 회장과 함께 신생 대한민국을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경제 10위권의 발전된 국가로 일으켜세운 선대의 정주영 회장에게 있었던 국내 최대 재벌 창업자로서의 성공신화와 많은 일화들을 그에게서 발견해 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즉 나눔과 베품, 그것을 통한 사회적 성취가 눈에 띄지 않는다.
비행기 타고 월드컵 유치를 위해 지구를 몇십바퀴 돌았다는 말은 있어도 축구를 통한 자선이나 나눔의 봉사 소식은 유난히 인색하게 보인다.
벌써 울산에서만도 5선을 누렸던 그가 이제 동작에서 수도권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월드컵 때문애 세계를 돌아다니는 그에게 무소속으로 자기만의 아우라를 가지고 여의도 정가를 누볐던 그에게 국내 정치판은 그저 너무 작은 소국(小國) 일런지도 모른다.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아날로그 시대의 정치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연고나 학력이나 업적이 과거처럼 중시되지 않고 있는 것은 그에게 다소 위안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소시얼 네트워크 서비스(SNS)시대가 열리면서 TGIF(트위터 구굴 아이폰 페이스 북)를 활용하는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개화하고 있다.
미국의 최초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도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 현실화 된 것처럼 우리도 이런 변화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중후장대(重厚壯大) 스타일의 표본인 현대중공업 총수 이미지가 오버랩 되는 정몽준에게서는 스마트 시대에 걸맞는 이미지 체인징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또 이념적 정향으로 보면 그는 막연한 보수이다.
아니 보수일 것 같다.
보수일 수밖에 없다.
보수는 말 그대로 지키고 유지하는 자들의 선택이다.
진보는 쉽게 말해 현실이 맘에 들지 않는 자들의 선택이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정반합(正反合)의 선택이었고 그 틈새를 중도가 어디로 쏠리느냐에 달려 있다.
발을 어디에 붙이고 있는가?
눈길을 줄 수는 있지만 몸은 가지 않는 위장(僞裝)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극적인 감동과 이벤트, 그리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지고 낮은 곳으로 임해야 한다.
그에게 국민은 결재 받으러 오는 재벌총수 앞의 직원이 아니다.
나눔과 베품을 통한 대의(大義)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
그가 대권에 도전하게 된다면 그건 월드컵을 유치해서가 아니다.
그건 부차적인 그의 이미지일 뿐이다.
당 대표로 선거유세에 나서 행하는 그의 연설에서도 감동이 없다.
정치는 레토릭이다.
스토리 텔링이 되는 수사(修辭)로 감동이 있어야 한다.
울림이 있는 정치적 레토릭으로 감동을 줘야하는데 과문(寡聞)한 탓인지 아직 눈에 띄는 그만의 어록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물론 기업경영에서는 침묵하는 경청이 덕목이 될 수도 있지만 대의정치에서 정치적 소통은 필요충분 조건이다.
그런데도 그에게서는 그런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치 혀가 백만군사보다 강 할 수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말 한마디로 세상을 망하게 할 수도 있고, 구할 수도 있다는데 20년 넘게 의정생활을 해온 그에게는 부잣집 도련님 이미지만 연상된다는 것은 대권주자로서는 치명적 약점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메시아사상인 정도령을 꿈꾸는 정 의원이라면 월드컵에서 대권 꿈으로 가는 여정(旅程)을 위해 월드컵에서 감동의 드라마를 배워야 한다.
대권 투쟁도 한편의 드라마고, 게임이니까.
‘내가 어젯밤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 다녔는데, 너무도 기분이 좋아서 내가 나인지도 잊어버렸다.
그러다 불현듯 꿈에서 깨었다.
깨고 보니 나는 나비가 아니라 내가 아닌가?
그래, 생각하기를 아까 꿈에서 나비가 되었을 때는 내가 나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꿈에서 깨고 보니 분명 나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정말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지금의 나는 과연 진정한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나로 변한 것인가? ’
이름 탓인지 <장자(莊子)>의‘제물론(齊物論)’편에 나오는 호접몽(胡蝶夢)의 비유를 연상시키는 정의원의 행보는 아직도 꿈을 꾸는 듯 분명치 않아 보인다.
대권(大權)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대통령에의 꿈을 꾸고 있는 듯이 저간의 행적에서 읽히지만 석연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선고(정주영)의 못다 이룬 꿈을 향한 그의 행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듯 하다.
집안 형제의 돌림자인 꿈 몽(夢)자를 쓰는 정 의원은 아직도 대권에 배가 고픈 듯하다.
지난 2002년 대권에 가장 근접해 가다 후보 단일화의 덫에 걸려 낙마해야 했던 그는 아직도 대권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을 것이다.
꿈 몽자의 사전적 해석은 꿈, 공상(空想), 꿈꾸다, 혼미하다, 흐리멍덩하다, 똑똑하지 않다, 마음이 어지러워지다, 뒤숭숭하다, (사리에)어둡다, 흐릿하다는 등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 이번 2022년 월드컵 유치가 실패로 돌아갔다.
대권을 향한 그에게 이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제 흐릿한 몽(夢)에 준(準)하지 말고 모든 것을 버리고 명(名)에 분명히
모든 것을 걸고 현실속으로 나오는 것이야 말로 대권 실현의 필수
일 것이다.
세상은 꿈만 꾸는 자의 몫이 아니다.
실현되는 꿈이야말로 진짜 꿈 아니겠는가?
공부 잘하고 예의가 발라 정주영 선대회장의 8남 1여 가운데
여섯째이면서도 황태자 대접을 받으며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그가 아수라(阿修羅) 같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정치판에서 부귀를 한 몸에 주지 않는 다는
천리(天理)를 걷어차고 호부견자가 아닌 청출어람이 되어
부친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룰지 역사는 지켜보고 있다.
박종렬(가천의과학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사진=김용덕기자>
정몽준, 복지 이슈 제시로 대권 경쟁에 돌입
[아시아투데이=송기영 기자]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치권에 불고 있는 복지 논쟁에 뛰어 들었다.
그는 이로써 대권 경쟁 중심으로 들어간 셈이다.
정 전 대표는 29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가장 바람직한 것은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자립보장'이다"며 "가난한 집 자식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복지와 일자리 창출이 자립보장의 복지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복지 논쟁이 과잉되는 것과 관련 "'말짓기 대회'를 보는 것 같다"며 "지나친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아시아 지역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선거를 치르는 소회로 "선거는 다 어렵지만, 이번 선거를 보며 '이런 선거도 다 있구나'는 생각이 든다"며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쿠웨이트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이 배후에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사실이라면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제가 그동안 아시아 축구발전을 위해 해온 여러 일과 앞으로 비전을 잘 설명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대표는 또 내년 6월 FIFA 회장 선거 출마와 관련, "당장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하고, 당선 뒤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 취리히에 살아야 하므로 국내의 모든 책임있는 자리에서 사퇴해야 한다"면서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The John Dunbar Theme / John B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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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