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장 건립 나선 프로감독 출신 이광환(58회)씨
본문
[사람과 이야기] "매일 돌 줍고 물 뿌리고
… 운동장 고르지만 기뻐요"
서울대 야구장 건립 나선 프로감독 출신 이광환씨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학생 하루 1명꼴로 다쳐"
제대로 된 球場 위해 분주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보조운동장에서 서울대 야구부 이광환(62) 감독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운동장 바닥에서 주먹만한 돌들을 골라내 구석으로 옮겨놓고 운동장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이 감독은 매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이곳에서 돌고르기와 바닥 다지기 작업을 한다. 길이가 60m밖에 안 되는 간이 야구장이지만, 그나마 서울대 야구부와 일반 학생들이 쓸 수 있는 야구장은 이곳밖에 없어 이렇게라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 ▲ 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보조운동장에서 서울대 야구부 모자를 쓴 이광환 감독이 운동장에서 돌을 골라내고 호스를 들고 물을 뿌리고 있다. /안준용 기자 jahny@chosun.com
이 감독은 "야구부 감독도 맡아달라"는 학교 요청에 "학생들과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다면 나도 영광"이라며 흔쾌히 무보수로 감독직을 수락했다.
일반 학생들로만 구성된 '만년 꼴찌' 서울대 야구부에 프로감독 출신 지도자가 부임한 것이다.
하지만 야구장을 둘러본 이 감독은 한숨부터 나왔다.
그는 "단단한 야구공이 울퉁불퉁한 맨땅에 맞으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며 "학생들에게 물어봤더니 역시나 하루에 한 명씩 다친다고 하더라"고 했다.
200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서울대 야구장에서 부상을 당해 보험금을 청구한 서울대 학생만 70여 명이나 된다. 법학과 4학년 정도원(28)씨는 "홈으로 파고들다 팔이 부러져 철심을 박은 학생도 있다"고 했다.
야구장 조명은 40개 중 절반 이상이 작동하지 않아 밤에 경기나 연습을 하는 학생들은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한다.
대책 마련에 나선 이 감독은 지난 8월 23일 서울대 12개 단과대 28개 야구 동아리 대표들을 서울대 체육관으로 불러모았다.
이 감독은 그 자리에서 "나도 물심양면 도울 테니 제대로 된 야구장 건립을 위해 학생들도 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동아리 대표들은 "정말 감사하다"며 사전 준비를 거쳐 지난 9월 27일 '보조운동장 시설 개선을 위한 서울대학교 2000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서울대 커뮤니티 게시판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 학생은 "프로 출신 감독님께서 매일 우리를 위해 야구장을 고르고 계신다"며 "우리도 힘을 모으자"고 글을 남겼다. 10월 1일까지 5일간 진행된 서명운동에서 서울대 학생 무려 2430명이 서명을 했다.
신이 난 이 감독은 야구장 후원 기업을 찾으러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있다.
한 토목회사로부터 '야구장 확장사업이 확정되면 포클레인이든 다이너마이트든 적극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운동장 뒤쪽 바위들을 없애서 야구장을 넓히고 인조잔디를 까는 예산이 10억원 정도인데 그 돈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 감독의 사무실 한쪽 벽에는 건축학과 학생에게 부탁해서 만든 '서울대 야구장 조감도'가 걸려 있다.
이 감독은 인조잔디가 깔린 야구장 조감도를 가리키며 "야구 인생 50년 만에 저 야구장이 내 마지막 숙원사업이 됐다"고 했다.
이 감독은 서울대 야구부 감독으로 부임한 뒤 공식 경기에서 2연패를 했다.
팀은 지난 2004년 대학야구 추계리그 예선에서 광주 송원대를 상대로 첫 승을 올린 뒤 다시 58연패 중이다.
하지만 이 감독은 "프로가 아닌 이상 학생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운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자랑스러운 이광환 선배님과 중앙 교우님들!!!
모교인 중앙고 야구장 건립과 야구부 중흥이
마지막 숙원 사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 제목에서 *** 부분이 서울대가 아니고 중앙고라면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현장속으로] 야구 지도자 자격증 시대 활짝 열린다
닻 올린 베이스볼 아카데미
"감각으로 선수들을 가르치던 시대는 지났다.
지도자들은 이제 야구 기능인이 아닌 과학적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이광환 베이스볼 아카데미 원장의 말이다.
이 원장의 지적대로 한국 야구계는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에 걸맞은 전문적인 야구지도자 양성이 절실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대한야구협회(KBA)의 야구지도자 전문 교육프로그램인 '베이스볼 아카데미'가 드디어 유소년 야구지도자반 수업을 시작으로 1일 서울대에서 닻을 올렸다.
현장의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
수업 첫날이라 아직까지는 대략적인 과목 소개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지만 열기만큼은 어느 대학 강의 못지 않았다.
이날 오리엔테이션 진행을 맡은 이알참 베이스볼 아카데미 사무국장은 "수강생들이 벌써부터 질문 공세를 하는 등 수업 분위기가 매우 좋다.
40명으로 인원을 한정한 게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유소년 야구지도자반, 고교∙대학 야구지도자반, 프로야구 지도자반 과정으로 나눠져 있다.
교육 내용은 야구 영어, 스포츠심리학을 포함한 스포츠 과학, 야구팀 경영 등으로 4주간 총 120시간 동안 90여 명의 교수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수진에는 서정환 전 KIA 감독,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 최영주 SBS 아나운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광환 원장은 "앞으로는 해외 지도자 파견, 국가대표 코칭스태프, 프로와 아마 지도자 선임에도 자격증 취득 여부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알참(왼쪽) 베이스볼 아카데미 사무국장이
"감각으로 선수들을 가르치던 시대는 지났다.
지도자들은 이제 야구 기능인이 아닌 과학적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이광환 베이스볼 아카데미 원장의 말이다.
이 원장의 지적대로 한국 야구계는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에 걸맞은 전문적인 야구지도자 양성이 절실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대한야구협회(KBA)의 야구지도자 전문 교육프로그램인 '베이스볼 아카데미'가 드디어 유소년 야구지도자반 수업을 시작으로 1일 서울대에서 닻을 올렸다.
현장의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
수업 첫날이라 아직까지는 대략적인 과목 소개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눴지만 열기만큼은 어느 대학 강의 못지 않았다.
이날 오리엔테이션 진행을 맡은 이알참 베이스볼 아카데미 사무국장은 "수강생들이 벌써부터 질문 공세를 하는 등 수업 분위기가 매우 좋다.
40명으로 인원을 한정한 게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유소년 야구지도자반, 고교∙대학 야구지도자반, 프로야구 지도자반 과정으로 나눠져 있다.
교육 내용은 야구 영어, 스포츠심리학을 포함한 스포츠 과학, 야구팀 경영 등으로 4주간 총 120시간 동안 90여 명의 교수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교수진에는 서정환 전 KIA 감독,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 최영주 SBS 아나운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자격 없는 지도자는 야구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한다는 게 베이스볼 아카데미의 확실한 목표인 셈이다.
물론 변화에 모두가 박수를 보내는 것만은 아니다. 현장에서는 베이스볼 아카데미 도입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도 사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가르치려는 사람들이 배우는 걸 포기한다면 죽은 지도자나 다름없다. 야구계도 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코치 교육뿐만 아니라 프런트 업무, 심판, 기록원 교육까지 포함하는 명실상부한 '야구전문가 사관학교'로 키워가는 게 베이스볼 아카데미의 장기적인 계획이다.
유소년 야구지도자반의 첫 수강생인 김주현(40) CMS 여자실업야구단 감독은 "일선야구지도자들도 배워야 가르칠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체계적으로 손쉽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생겨 기쁘다.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카데미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조선인터뷰] "개인주의 秀才는 곤란
… 야구 통해 협력할 줄 알게 하면 큰 투자"
'33년간 단 1승' 서울대 야구팀 맡은 이광환 감독
프로야구 명장(名匠)이 대학야구 만년 바닥 팀을 맡겠다고 나선 건 실로 희한한 선택이다.이광환(李廣煥·62) 서울대 신임 야구부 감독, 야문 신념으로 무모한 도전을 거듭했던 그이기에 이번 결정 역시 화제다.
그는 야구인들의 선망인 프로야구 사령탑을 네 팀에서 모두 다섯 번 지내다 번번이 임기 전에 물러났고, 바다낚시로 세월을 낚으며 평정을 구했다.
선발투수 예고 같은 혁신이 이단 취급을 받을 때엔 ‘당장의 성적은 양보해도 야구철학은 못 버린다’고 버텼다.
신임 감독은 33년 역사에 1승뿐인 약골 팀을 맡아, 골이 심하게 팬 감독 이력의 요철(凹凸)을 또 어떻게 변형시킬까?
서울대를 상대로 압승을 거둔 상대팀 감독이 1실점을 못 견뎌 단체기합을 줬고(1996년 동국대 35대 1), 신승을 거둔 상대 감독은 선수 전원에게 삭발령을 내렸다는데(1986년 연세대 6대 5), 감독은 말석 팀의 그런 형편을 못 들어 봤을까?
▲ 이광환 서울대 신임 야구부감독은 어릴 적엔 '차돌', 중앙고 감독 시절엔 '육사교장'으로 불렸다고 말했다. 그는 "깐깐해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은데, 사실 고집은 별로 안 세고 신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만 물러서지 않는다"고 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전력 진단은 마쳤습니까?“계산이 안 돼요. 여태껏 1승이라는데, 패수(敗數)는 세봐야 뭐해. 아마추어 돌풍? 한강의 기
적이 (1승 추가보다) 더 쉬울 거야.”
―강직(降職)을 왜 자임했습니까?
“야구발전에 보탬이 되고 봉사하는 거니까. 젊은 친구들과 같이 뛰는 것만으로도 좋잖아요. 1977년 창단돼 기술 향상은 적었지만 명맥을 이어 온 것도 고맙고. 수재(秀才)가 개인주의자가 돼선 안 돼요. 야구로써 협력할 줄 아는 인재를 키우는 게 얼마나 큰 투자입니까? 그래서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부탁에 응한 거예요. 언젠가 또 이길 수도 있을 거고.”
―프로 복귀를 위한 전 단계인가요?
“난 할 만큼 했어요. 내가 야구에 기여할 수 있는 데서 하면 되지. 아직까지 프로 감독 욕심 내면 그건 노욕이지요.”
―‘몇 년 내 4강 진입’ 이런 포부는 없나요?
“여긴 프로도 아닌데 무슨 취임 선서가 필요해요? 성적에 큰 의의를 두진 않아요. 여태껏 서울대는 무보수 감독들이 띄엄띄엄 봐줘왔는데, 야구계 제자들과 함께 좀 더 체계적으로 손을 봐줄 거예요.”
―언제부터 활동하십니까?
“당장에라도 운동복 입고 나갈 수 있어요. 그런데 벌써 잠이 안 와.”
―그 불면은 설렘 탓인가요?
“학교 야구장이 실망스러워. 맨땅에다 야간조명이 침침한 야구장 하나를 교내 야구 동아리 50개가 서로 쓰겠다고 노상 북적대. 최고 학부가, 그것도 야구를 정식 체육과목으로 뒀다는데, 변변찮은 야구장이 가당키나 해? 네이밍(naming·기업 상대로 기부를 받고 대신 구장 명칭을 빌려주는 일)을 하건, 모금운동을 하건, 돌아다녀야 할 판이에요.”
―구장보다 선수 실력이 문제 아닌가요?
“선수 발굴, 장비 확충도 물론 해야죠. 그런데 가뜩이나 열악한 구장 공간이 점점 건물로 잠식돼 가고 있어요. 학생들 열정만큼은 인정할 만한데 그마저 사그라지면 안 되는데….”
―현역시절 어떤 선수였습니까? 수비 위치(유격수)나 체구로 보면 교타 준족이었을 것 같은데.
“3·4번 타순에서 홈런도 곧잘 쳤어요. 이영민 타격상(고교야구 최고타자상)도 받았는데. 허허, 이제 옛날 얘기지만.”
―1986~87년 일본·미국에 해외 야구연수를 떠나면서 ‘자의반 타의반 귀양살이’라고 표현했지요.
“(감독과의 불화설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끼며) 그냥 유학이라고 해 두세요. 있다고 남 칭찬하고 없다고 남 흉보는 건 아둔한 짓이니까.”
―연수 후 선발투수 예고제 같은 신(新)문물을 처음 들였죠?
“선발 예고를 한다니까 선수들은 ‘며칠 쉬면 감(感) 잃는다’, 구단은 ‘쓸 만한 자원을 왜 사나흘씩 놀리느냐’, 타팀과 언론은 ‘혼자 잘난 척한다’고 야단이 났어. 1대 99로 싸우는 느낌이랄까, 첫 개혁은 실패했지. 개혁은 힘든 것이란 걸 배웠어요.”
―낭만적 기개(氣槪) 때문에 사표를 낸 적은 없나요?
“성적이 나빠 잘릴 때가 돼서 잘린 거지. 목청 높이다 윗사람한테 밉보였고.”
―구단주·팬·선수·상대팀·언론 중 누구 중압감이 가장 버겁던가요?
“초창기엔 패하면 (극성팬들이) 연좌시위하고 청문회 열자 했지. 때로 소주병 집어던지는 통에 종이상자를 머리에 이고 빠져나왔으니까. 팬들 사랑이 야구를 살찌우지만 감독으로서의 철학을 그 사람들 얼굴 보고 바꿀 순 없었지요.”
―프로 감독으로서 다섯 번이나 실직통(痛)을 어떻게 견뎠죠?
“자꾸 잘리다 보면 발전이 있지. 공부하고 인간관계·소통방식도 자꾸 돌아보게 되고. 불자(佛子)는 아니지만 수양 삼아 사찰 다니고 낚시도 했지.”(구본무 당시 LG 구단주는 해임 후 서귀포에서 낚시로 소일하던 그를 2003년 시즌 감독으로 부르면서 “성찰할 줄 아는 인품을 보고 맡겼다”고 했다고 한다.)
―특정선수 트레이드설이 돌자 ‘차라리 나를 자르라’고 했죠?
“2003년 LG 때인데 구단이 이상훈·유지현·김재현을 시즌 후 내보내겠다는 거야. 팀을 재건하려면 기둥을 하나씩 바꿔야 하는 법인데 셋을 한꺼번에 빼니 응당 집이 무너지지. 팀이 안타까웠고, 선수들한테 미안했지. 나는 (2군 감독으로) 강등됐고 팀은 성적도 애정도 잃었어요.”
―애착 가는 선수가 따로 있죠?
“내가 누굴 키웠다는 말을 싫어해요. 자꾸 ‘누가 누구를 조련했다’ 그러는데 선수가 동물인가? 내가 주례는 여러 번 섰어도 선수(제자) 주례는 안 했어.
예뻐해도 그런 티는 안 내야 하니까.”
―안 맞는 이도 있었을 텐데.
“내 조직철학은 2:2:6, 조직 내 여당이 2, 야당이 2, 중도가 6이에요. 파벌을 없애고 야당을 여당으로 끌어들여도, 야당이 2는 유지되기 마련이에요. 괘씸해도 능력 있고 될 사람은 써야 해. 난 그래서 ‘내 사람’이 없고, ‘독립군’으로 불려요.”
―아직도 사무친 장면이 있다면.
“1993년 삼성 상대로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 1점 뒤진 상황에서 3루 주자 김선진이 판단착오로 횡사해 결국 졌어. 1년 농사 다 망치고 초상이 났지.
그 일로 선수 대신 애꿎게 수석코치(이종도<61회>)가 옷을 벗었어.
그런데 이듬해 김선진이 태평양하고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홈런을 쳐 기선을 잡고 4연승 우승했잖아.
실수했다고 (사람) 내칠 게 아니고 실패해본 사람이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야구는 인생살이하고 참 닮았어요.”
―1995년 서귀포에 야구박물관을 지었죠?
“우리한테 스포츠만 있고 스포츠 문화는 없다고 느꼈어요. 프로세계에 돈이나 승패 이상의 귀한 가치가 있다는 걸 선수들한테 가르치고 싶었어.”
―2008년 재정 상태를 의심받던 신생 히어로즈 감독을 맡았죠?
“프로야구 전체를 살려야 했으니까. 연봉이 다른 감독 반쯤이었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했어. 감독은 명예직이야. 그 팀을 자꾸 비관적으로 보는데, 남들 꺼린 일 맡아 잘 해왔잖아. 그럼 고마워해야지.”
그의 외골수는 일찍이 싹을 보였다. 대구상고 1학년 중 유일한 주전선수였던 그가 1인 시위를 벌이는 통에 곡절 끝에 서울로 전학 온 것이다.
―전학 파동 전말은 뭡니까?
“체육부장이 야구감독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어요. 부당하다고 여겨 졸업반 빼고 1·2학년 전원이 파업하기로 했는데, 나 혼자 끝까지 남았어. 다행히 중앙고로 옮겨 야구를 계속했지.”
―이 감독의 자율야구가 팀의 독기(毒氣)를 빼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의자를 바짝 당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훈련의 큰 틀만 정해주고 선수가 자율적으로 운동해 그 책임을 지운 거니까, 그게 더 무서운 거죠. 내가 안 했어도 누군가 했을 거고, 남들 뒤를 그냥 줄줄 따라갔으면 쉽게 갔을 일을 먼저 해서 매 맞은 거요.”
―프로야구 누적관중이 지난달 1억명을 넘었습니다.
“우리 선수들 체력과 기술은 많이 발전했죠. 그래도 만년 호황이 있나요? 사랑받을 때 잘 준비하고 격을 높여야죠. 지도자들 공부 많이 해야 돼요. 자리 기웃대고 연(緣) 대고 줄 서고 하는 ‘정치 코치’한테 아이들이 뭘 배우겠어요.”
―왜 야구가 국민스포츠여야 합니까?
“희생번트·희생타, 이런 야구용어만 봐도 철학과 인성이 있잖아요? 육법전서 통달했다고 법조 비리 안 없어져요. 희생·협동·준법·인내·배려 이런 것들이 다 야구에 있어요. 그 점이 서울대를 맡은 이유이기도 하지요.”
―야구 발전을 위해 또 무엇이 필요한가요?
“선수들한테 베스트(best) 정신을 가르쳐야 해요. 서로 최선을 다해 승자를 가리는 거죠. 그런데 자꾸 남을 깎아 비교우위를 챙기는 베터(better) 정신에 빠져 문제예요. 현재 학교 야구는 1% 프로 생존자만을 위한 선수공장이에요. 내년 고교 야구부터 홈 앤드 어웨이 주말경기로 바뀌니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풍토가 될 겁니다.”
인터뷰를 마감할 무렵, 감독은 작별의 악수를 건네며 또 ‘운동장 타령’을 했다. “일본 도쿄대와의 연례 정기전이 친선경기라 해도 매년 져서야 되겠습니까? 그럴 듯한 교내 경기장을 갖추고 훈련해 꼭 이겨야죠.” ‘고집’과 ‘꼴찌’가 만들어낼 화음은 어떤 색감일까? 꼴찌의 반란을 꿈꾸는 승부사의 세찬 박동이 전해졌다.
이광환 감독은...
중앙고·고려대(경영학과)·경리단(육군)·한일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한 뒤,
중앙고(1977~80년)와 프로야구 OB 베어스(1989~90년), LG 트윈스(1992~96·2003년), 한화 이글스(2001~2002년), 히어로즈(2008년) 감독을 지냈다.
프로 원년(1982년) OB 코치로, 1994년 LG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1986년 일본(세이부 라이온스)과 87년 미국(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연수를 마치고 귀국해 투수보직제·선발예고제를 처음 도입했다.
서울대·한국야구위원회(KBO)·대한야구협회(KBA)의 야구지도자 전문 교육프로그램 ‘베이스볼 아카데미’ 공동원장, 여자야구연맹 부회장, 티볼(T-ball)협회 고문을 맡고 있지만 ‘감독’ 호칭이 가장 편하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반 대항 야구경기를 하다 발탁됐다. “당시 살던 대구 남문시장 주변이 우범지대였는데 야구 덕에 뒷골목 탕아가 되는 걸 면했다. 야구에 보은하는 마음으로 산다”고 말한다.
[피플] 서울대 야구팀 감독 맡은
'야구 전도사' 이광환
"팀플레이의 매력 가르쳐 주고 싶어
… 한국 야구 격 높여 팬들 사랑에 보답해야죠"
맨땅에 장비 열악하고 선수도 부족
… 우선 인조잔디 마련이 가장 시급
'베이스볼 아카데미' 통해 지도자 양성
… 티볼도 적극 보급해 저변 넓혀야
관중 1억명 시대가 열렸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가 28년째인 2010년 5월30일 통산 관중 1억명을 넘어섰다. 가장 인기 있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야구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건전한 놀이 공간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와 대한야구협회(KBA) 강승규 회장은 '야구의 인기만큼 지도자의 능력과 지식이 함께 발전해야 진정한 야구 강국 될 수 있다'데 인식을 같이 하고 지난해 말부터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와 함께 지도자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대 이장무 총장, KBO 유영구 총재, KBA 강승규 회장, 이광환 초대 원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대학교 호암 교수회관에서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부설'베이스볼 아카데미'개설을 위한 MOU 협약식을 가졌다.
베이스볼 아카데미의 초대 원장 겸 서울대 야구부 감독을 맡게 된 이광환(62) 전 히어로즈 감독을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만났다.
- 프로야구 감독 출신 중에서 처음으로 순수 아마추어 야구팀의 사령탑을 맡았다.
"서울대학교 부설 기관으로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울대 야구부를 맡게 됐다. 야구가 좋아 모인 수재들에게 팀 플레이의 매력이 무엇인지 가르치고 싶다. 야구는 단체 운동이면서도 개인 운동이다. 조직에 대한 희생을 높이 평가하는 유일한 종목인 만큼 선수들에게도 이런 점을 강조할 것이다."
- 그동안 몸 담았던 팀과는 전혀 다른 환경인데.
"모든 것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먼저 맨땅 야구장을 정비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장비도 부족하고, 선수도 적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는 종합 체육관 옆에 야구장이 딱 하나 있다. 20여개의 야구 동아리까지 이곳을 쓰고 있기 때문에 정식 야구부도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그나마 정운찬 총장 시절 조명 시설을 갖춰 밤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광환 원장이 감독을 맡으면서 갖게 된 유일한 바람은 야구장에 인조 잔디를 까는 것. 정식 선수는 물론 동아리 야구를 하는 학생들까지 보다 안전하게 마음껏 야구를 즐기려면 꼭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호암 교수회관'처럼 네이밍 마케팅을 통해 야구장 시설 개선을 위해 기부하는 기업에게'00 야구장'이란 이름을 붙어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강의실과 체육관, 야구장 등 서울대의 모든 시설을 이용해 이론 교육과 실기 교육을 병행한다.
- 서울대학교와 함께 야구 교육 기관을 만들었다. 어떤 성격의 교육 기관인가.
"일단 제대로 된 지도자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구단의 프런트 등 행정 요원들의 교육까지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당초 '코치 아카데미'였던 이름을 '베이스볼 아카데미'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체육과학연구원에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이 있는데.
"우수한 전문 지도자 양성을 위해 특화 시키는 차원이다. 엄격한 자격 심사와 관리를 통해 크고 작은 부작용을 사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 어떻게 운영되나.
"서울대학교는 교육을 맡고, 자격증 부여와 관리는 KBO와 KBA가 담당한다.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수료하면 서울대 총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대한야구협회 회장이 공동으로 인정하는 수료증을 받게 되고 지도자 자격증은 프로와 아마를 분리해 각 단체장이 주게 된다. 일회성 자격 부여가 아니기 때문에 5년 안에 자격 유지를 위한 보수 교육도 진행할 것이다."
오는 11월 정식 개원하는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일단 마스터(Master), 리더(Leader), 인스트럭터(Instructer)급 지도자 과정으로 시작한다.
과정당 총 수업 시간은 똑같이 120시간이다.
마스터급은 현직 프로 코치나 경력자, 프로 선수로서 10년 이상 활동한 이들을 대상으로 5주 동안 주 5일, 하루 6시간씩 야구 사회학, 인문학은 물론 운동 역학과 야구 영어 등을 교육한다.
리더급의 경우에는 인스트럭터급 지도자 자격 소지자 또는 현재 대학이나 고교의 지도자로서 2급 지도자 자격을 가졌거나 2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인스트럭터급 과정은 대한야구협회 선수 경력 5년 이상이거나 이에 준하는 해외 선수 경력을 인정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이밖에 인스트럭터급 지도자 재교육반을 봄, 가을 2회에 걸쳐 총 60시간 동안 운영한다.
- 학사 관리는.
"등록만 하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지도자가 되기 위한 관문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에 낙제생이 나올 수도 있다. 무료 교육은 효과가 현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수업료를 받는데도 낙제를 하면 수료증을 주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선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중앙고-고려대-한일은행에서 현역선수로 활약하다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와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야구 연수를 한 뒤 OB 베어스(1989~90년), LG 트윈스(1992~96년, 2003년), 한화 이글스(2001~2002년), 히어로즈(2008년)에서 감독을 역임한 이광환 원장은 '야구 전도사'다.
제주도에 야구 박물관을 만들었고, 서귀포에 강창학 구장을 만들 때 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KBO 육성위원장 시절에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티볼'보급, 여자 야구의 활성화를 위한 협회 결성 등에 깊숙하게 관여했다. 오는 8월 베네수엘라에서 열리는 세계여자야구대회 때는 선수 단장으로 참여한다.
서울시의 남산 복원 사업에 따라 곧 사라진 장충 리틀구장을 떠올릴 때면 긴 한숨만 내쉰다.
-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일을 했는데.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바로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야구를 알리는 일이었다. 정진구 전 현대 단장과 함께 뜻을 모아 한국여자야구연맹을 만들어 부회장이란 직함을 달게 됐고,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야구의 기본 틀을 익힐 수 있는 '티볼'확산을 위해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습회를 갖고, 용품을 지원하는 사업을 했다."
'티볼'은 야구의 씨앗 같은 종목이다. 기본 틀은 야구와 같지만 공을 던져주는 투수가 없고, 공이 딱딱하지 않다. '티'위에 올려놓은 소프트한 공을 방망이로 때리면 된다.
- '티볼'의 장점.
"남녀가 한 팀이 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각각의 팀원 15명 중 여자가 5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을 만들었고, 주전 10명 중에선 반드시 3명은 여학생이어야 한다고 못 박아 놓았다.
현재 한국티볼협회 총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고, 이광환 원장은 고문을 맡고 있다.
'티볼'을 즐기던 어린이들이 성장하면 남자는 리틀 야구, 여자는 소프트볼을 하게 되면 자연스런 이어가기가 된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기 때문에'국민 스포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여자 야구를 활성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2008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여자야구대회에 처음 나갔다가 세계와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꼈다. 일본이나 미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고, 우리의 수준이 홍콩이나 인도 정도였다. 운동장도 없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부족하다 보니 여자 축구와 달리 여러 면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 소프트볼을 하는 여자 선수들이 많아지면 여자 야구 쪽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환 원장은 지도자 문제로 크고 작은 일이 터질 때마다 화끈 달아오른 부끄럼 탓에 안절부절했었다. 남의 일이 아니었던 탓이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지도자가 많이 나와 아이들을 지도해야 보다 큰 꿈과 희망을 갖게 된다.
한국 야구는 베이징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통해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이광환 감독은 "이제부터 격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노력하고, 공부함으로써 팬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워야 한다"고 힘주어 덧붙인다.
- 프로야구 감독 출신 중에서 처음으로 순수 아마추어 야구팀의 사령탑을 맡았다.
"서울대학교 부설 기관으로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울대 야구부를 맡게 됐다. 야구가 좋아 모인 수재들에게 팀 플레이의 매력이 무엇인지 가르치고 싶다. 야구는 단체 운동이면서도 개인 운동이다. 조직에 대한 희생을 높이 평가하는 유일한 종목인 만큼 선수들에게도 이런 점을 강조할 것이다."
- 그동안 몸 담았던 팀과는 전혀 다른 환경인데.
"모든 것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먼저 맨땅 야구장을 정비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장비도 부족하고, 선수도 적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는 종합 체육관 옆에 야구장이 딱 하나 있다. 20여개의 야구 동아리까지 이곳을 쓰고 있기 때문에 정식 야구부도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그나마 정운찬 총장 시절 조명 시설을 갖춰 밤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광환 원장이 감독을 맡으면서 갖게 된 유일한 바람은 야구장에 인조 잔디를 까는 것. 정식 선수는 물론 동아리 야구를 하는 학생들까지 보다 안전하게 마음껏 야구를 즐기려면 꼭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호암 교수회관'처럼 네이밍 마케팅을 통해 야구장 시설 개선을 위해 기부하는 기업에게'00 야구장'이란 이름을 붙어주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강의실과 체육관, 야구장 등 서울대의 모든 시설을 이용해 이론 교육과 실기 교육을 병행한다.
- 서울대학교와 함께 야구 교육 기관을 만들었다. 어떤 성격의 교육 기관인가.
"일단 제대로 된 지도자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구단의 프런트 등 행정 요원들의 교육까지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당초 '코치 아카데미'였던 이름을 '베이스볼 아카데미'로 바꾼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체육과학연구원에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이 있는데.
"우수한 전문 지도자 양성을 위해 특화 시키는 차원이다. 엄격한 자격 심사와 관리를 통해 크고 작은 부작용을 사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 어떻게 운영되나.
"서울대학교는 교육을 맡고, 자격증 부여와 관리는 KBO와 KBA가 담당한다. 교육 과정을 정상적으로 수료하면 서울대 총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대한야구협회 회장이 공동으로 인정하는 수료증을 받게 되고 지도자 자격증은 프로와 아마를 분리해 각 단체장이 주게 된다. 일회성 자격 부여가 아니기 때문에 5년 안에 자격 유지를 위한 보수 교육도 진행할 것이다."
오는 11월 정식 개원하는 '베이스볼 아카데미'는 일단 마스터(Master), 리더(Leader), 인스트럭터(Instructer)급 지도자 과정으로 시작한다.
과정당 총 수업 시간은 똑같이 120시간이다.
마스터급은 현직 프로 코치나 경력자, 프로 선수로서 10년 이상 활동한 이들을 대상으로 5주 동안 주 5일, 하루 6시간씩 야구 사회학, 인문학은 물론 운동 역학과 야구 영어 등을 교육한다.
리더급의 경우에는 인스트럭터급 지도자 자격 소지자 또는 현재 대학이나 고교의 지도자로서 2급 지도자 자격을 가졌거나 2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인스트럭터급 과정은 대한야구협회 선수 경력 5년 이상이거나 이에 준하는 해외 선수 경력을 인정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이밖에 인스트럭터급 지도자 재교육반을 봄, 가을 2회에 걸쳐 총 60시간 동안 운영한다.
- 학사 관리는.
"등록만 하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지도자가 되기 위한 관문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큰 목표가 있기 때문에 낙제생이 나올 수도 있다. 무료 교육은 효과가 현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수업료를 받는데도 낙제를 하면 수료증을 주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선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중앙고-고려대-한일은행에서 현역선수로 활약하다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와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야구 연수를 한 뒤 OB 베어스(1989~90년), LG 트윈스(1992~96년, 2003년), 한화 이글스(2001~2002년), 히어로즈(2008년)에서 감독을 역임한 이광환 원장은 '야구 전도사'다.
제주도에 야구 박물관을 만들었고, 서귀포에 강창학 구장을 만들 때 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KBO 육성위원장 시절에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티볼'보급, 여자 야구의 활성화를 위한 협회 결성 등에 깊숙하게 관여했다. 오는 8월 베네수엘라에서 열리는 세계여자야구대회 때는 선수 단장으로 참여한다.
서울시의 남산 복원 사업에 따라 곧 사라진 장충 리틀구장을 떠올릴 때면 긴 한숨만 내쉰다.
-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일을 했는데.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 바로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야구를 알리는 일이었다. 정진구 전 현대 단장과 함께 뜻을 모아 한국여자야구연맹을 만들어 부회장이란 직함을 달게 됐고,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야구의 기본 틀을 익힐 수 있는 '티볼'확산을 위해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습회를 갖고, 용품을 지원하는 사업을 했다."
'티볼'은 야구의 씨앗 같은 종목이다. 기본 틀은 야구와 같지만 공을 던져주는 투수가 없고, 공이 딱딱하지 않다. '티'위에 올려놓은 소프트한 공을 방망이로 때리면 된다.
- '티볼'의 장점.
"남녀가 한 팀이 돼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각각의 팀원 15명 중 여자가 5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을 만들었고, 주전 10명 중에선 반드시 3명은 여학생이어야 한다고 못 박아 놓았다.
현재 한국티볼협회 총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고, 이광환 원장은 고문을 맡고 있다.
'티볼'을 즐기던 어린이들이 성장하면 남자는 리틀 야구, 여자는 소프트볼을 하게 되면 자연스런 이어가기가 된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기 때문에'국민 스포츠'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여자 야구를 활성화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2008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여자야구대회에 처음 나갔다가 세계와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꼈다. 일본이나 미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고, 우리의 수준이 홍콩이나 인도 정도였다. 운동장도 없고,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부족하다 보니 여자 축구와 달리 여러 면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 소프트볼을 하는 여자 선수들이 많아지면 여자 야구 쪽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광환 원장은 지도자 문제로 크고 작은 일이 터질 때마다 화끈 달아오른 부끄럼 탓에 안절부절했었다. 남의 일이 아니었던 탓이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지도자가 많이 나와 아이들을 지도해야 보다 큰 꿈과 희망을 갖게 된다.
한국 야구는 베이징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를 통해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다.
이광환 감독은 "이제부터 격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스스로 노력하고, 공부함으로써 팬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워야 한다"고 힘주어 덧붙인다.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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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환 교우의 건승을 기원합니다...핫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