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도 스토리 중심으로 구성해야"<font color=blue><b>[62회 최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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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3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방학과 휴가를 맞아 박물관을 찾은 가족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정도면 하루 관람객이 2만명쯤 된다고 봐야죠."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57)의 입가는 어느새 흐뭇한 미소로 번졌다. "사람이 많이 오면 뿌듯하고 관람객이 없으면 밥맛이 없어져요."
1층에 새로 개관한 조선실로 가는 그의 발걸음은 빠르면서도 경쾌했다.
역사학자인 최광식 관장이 2008년 3월 취임한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우선 박물관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연간 관람객 수는 270만명으로 아시아 1위,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인구와 컬렉션이 많은 도쿄 국립박물관과 대만 고궁박물관을 넘어선 수치다.
"2008년부터 상시 전시실 관람료를 공짜로 하면서 사람들이 늘었어요. 일본, 대만에 비해 학생들도 많죠."
10대 관장인 그는 역사학자로서는 첫 중앙박물관장이다. 전임자는 모두 미술ㆍ고고학자들이었다. 역사학자인 그가 중시한 건 역사적인 흐름이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통사적 전시 체제다. 말 그대로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반만년 우리 역사를 1층에서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연결되니까 사람들이 좋아해요. 그전에는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다르게 유물과 문헌이 따로 전시되다보니 헷갈려했죠."
유물 중심 전시는 유물에 관한 단편적인 스토리텔링은 가능하지만 전체적인 맥을 짚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별전을 제외한 모든 전시는 무료다. 재정에는 문제가 없을까. "전체 관람객이 늘면 유료인 특별전시에 사람들이 유입되고 식당 등 부대 매출이 늘어나요. 연간 관람객이 300만명이면 문제없습니다." 그래서 올해 목표가 300만명이다. 관람객 기준으로 세계 8위 수준이다.
"경제는 10위권 안팎이고 문화예술 순위는 30위권이라는데 박물관은 적어도 경제 수준보다는 뒤떨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다행히도 문화재와 우리 역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개선되고 있다. "2003년 고구려 고분벽화를 놓고 동북공정 논란을 겪고 난 뒤 2008년 숭례문 참사가 벌어지면서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 같아요. 문화재가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 역시 인문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는 신입사원 교육을 박물관에서 한다. 박물관이 9월부터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3기 문화 강좌도 인기다.
개인적으로 최 관장은 평양에서 고구려벽화를 직접 보고 황홀감을 체험했다고 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무덤덤했는데 무덤 속에서 직접 보니 고구려의 강건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당시 세계에서 그만한 것을 만드는 나라는 없었습니다."
박물관도 결국 극장처럼 `오감 만족`으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지난해에는 고구려 벽화를 응용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우리 역사를 더 즐기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마네ㆍ렘브란트는 한두 시간씩 기다리면서 보고 정작 김홍도ㆍ정선의 가치를 몰라서는 안되잖아요."
취미를 묻자 TV에서 사극을 즐겨본다고 했다. "역사 왜곡이나 과장이 있어도 눈을 감아줍니다. 사극을 보면 역사의 중심이 사람이라는 점이 분명해서 좋습니다. 허허."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층에 새로 개관한 조선실로 가는 그의 발걸음은 빠르면서도 경쾌했다.
역사학자인 최광식 관장이 2008년 3월 취임한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우선 박물관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연간 관람객 수는 270만명으로 아시아 1위,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인구와 컬렉션이 많은 도쿄 국립박물관과 대만 고궁박물관을 넘어선 수치다.
"2008년부터 상시 전시실 관람료를 공짜로 하면서 사람들이 늘었어요. 일본, 대만에 비해 학생들도 많죠."
10대 관장인 그는 역사학자로서는 첫 중앙박물관장이다. 전임자는 모두 미술ㆍ고고학자들이었다. 역사학자인 그가 중시한 건 역사적인 흐름이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통사적 전시 체제다. 말 그대로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반만년 우리 역사를 1층에서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연결되니까 사람들이 좋아해요. 그전에는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다르게 유물과 문헌이 따로 전시되다보니 헷갈려했죠."
유물 중심 전시는 유물에 관한 단편적인 스토리텔링은 가능하지만 전체적인 맥을 짚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별전을 제외한 모든 전시는 무료다. 재정에는 문제가 없을까. "전체 관람객이 늘면 유료인 특별전시에 사람들이 유입되고 식당 등 부대 매출이 늘어나요. 연간 관람객이 300만명이면 문제없습니다." 그래서 올해 목표가 300만명이다. 관람객 기준으로 세계 8위 수준이다.
"경제는 10위권 안팎이고 문화예술 순위는 30위권이라는데 박물관은 적어도 경제 수준보다는 뒤떨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다행히도 문화재와 우리 역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개선되고 있다. "2003년 고구려 고분벽화를 놓고 동북공정 논란을 겪고 난 뒤 2008년 숭례문 참사가 벌어지면서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 같아요. 문화재가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 역시 인문학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는 신입사원 교육을 박물관에서 한다. 박물관이 9월부터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3기 문화 강좌도 인기다.
개인적으로 최 관장은 평양에서 고구려벽화를 직접 보고 황홀감을 체험했다고 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무덤덤했는데 무덤 속에서 직접 보니 고구려의 강건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당시 세계에서 그만한 것을 만드는 나라는 없었습니다."
박물관도 결국 극장처럼 `오감 만족`으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지난해에는 고구려 벽화를 응용한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우리 역사를 더 즐기는 문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마네ㆍ렘브란트는 한두 시간씩 기다리면서 보고 정작 김홍도ㆍ정선의 가치를 몰라서는 안되잖아요."
취미를 묻자 TV에서 사극을 즐겨본다고 했다. "역사 왜곡이나 과장이 있어도 눈을 감아줍니다. 사극을 보면 역사의 중심이 사람이라는 점이 분명해서 좋습니다. 허허."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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