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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불펜에 '싸움닭' 떴다…김지용(98) "1군 무대 재미있어요"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중요한 순간에 마운드에 오른다면 더 재미있겠죠."
예상했던 대답이 아니었다. 이제 막 1군 걸음마를 시작한 신인 선수에게 '위기 상황에 등판하면 어떨 것 같은가'를 물어서 돌아온 답변에는 놀라울 정도의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LG 트윈스의 루키 김지용(22). 지난해 8월 열린 2010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65번으로 LG에 지명된 후 신고 선수로 입단한 우완 투수다. 퓨처스 리그(2군)에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내야수 문선재와 함께 6월 1일자로 정식 선수가 됐다.
지난 23일 1군 엔트리에 포함된 그는 24일 문학 SK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김강민과 김재현에게 각각 홈런을 얻어맞는 등 4안타를 내주며 정신없이 3점을 빼앗겼다. 하지만, 8회말 1사 후 안정을 찾으면서 최정과 박정권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인상적인 모습도 남겼다.
한화와의 대전 3연전에서 김지용은 두 차례 더 등판 기회를 잡아 2⅔이닝을 던졌다. 1군 세 경기에서 4⅓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허용하고 4개의 삼진을 잡아냈으며 평균자책 8.31을 기록했다. 성적표만 놓고 보면 평범한 수준. 그러나 최근 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 '싸움닭 기질'로 1군 정복한다
29일 잠실 넥센전에 앞서 김지용은 1군에서 뛰는 느낌을 묻는 질문에 "이제 다 적응됐다"고 짧게 답했다.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큰 무대'의 중압감 따위는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1군은 흔히 전쟁터에 비유된다. 상대를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박종훈 감독은 시즌 전부터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해왔다. 루키 김지용이 후한 평가를 받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침착하게 자신의 볼을 던질 수 있는 당당함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 자신을 믿고 던진다. 이제 3경기에 나왔을 뿐이지만, 내가 던지는 공이 1군에서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투수가 '자기 공에 대한 믿음'을 가질 때 구위는 배가된다. 김지용이 '싸움닭'이라는 소리를 듣는 건 바로 그 믿음이 있어서다. 싸워 이길 자신이 있으니 피하지 않고 덤빈다. 그게 김지용의 매력이다.
▲ 위기에서도 자신있다
지금까지 김지용이 투입된 상황은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경기 후반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그가 박종훈 감독의 신임을 얻는다면 승부처에서 중용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지용은 14번의 퓨처스 리그 등판 가운데 11번이나 마무리 역할을 맡으면서 위기 대처 능력을 키웠다.
경기 흐름상 중요한 순간에 등판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지 물었다.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1군에서 던지는 것이 재미있다"면서 "위기 때 등판한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무서울 정도의 자신감이었다.
지난 19일 퓨처스 리그 구리 SK전에 앞서 만났을 때 "투수라면 무엇보다 직구가 좋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잘 던진다"고 스스로의 장점을 소개하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려는 모습이었다.
현재 LG 마운드의 허리는 탄탄한 편이다. 김광수와 이동현, 김기표 등이 중간에서 제몫을 하면서다. 그러나 승리 계투조가 함께 등판하는 날이 많아져 불펜진의 과부하를 걱정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들은 6월에만 각각 15경기 정도에 투입됐다. 적지 않은 등판 횟수다.
김지용의 등장은 LG 불펜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시험 등판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이 단계를 넘어선다면 1군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고 선수에서 2군 선수로, 그리고 이제는 1군 선수로 자리가 바뀐 김지용이 '붙박이 1군'으로 진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 김지용 ⓒ LG 트윈스 제공]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