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고하(
古下) 송진우 선생(사진)이 1921년부터 1945년 암살당할 때까지 살았던 고택(
古宅)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시는 종로구 원서동 74-2 고하 선생의 옛 집 사랑채 건물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시는 5일까지 현장 조사를 마친 뒤 조사 결과를 문화재심의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24일 사전심의를 열어 고택을 문화재로 지정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고택은 1876년경 지어졌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보호를 받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문화재청의 심사를 한 번 더 받아야 한다. 문화재로 지정되면 서울시는 국비와 시비를 절반씩 들여 보수공사를 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고택 앞에는 이곳이 문화재임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된다. 국가의 보호를 받는 시설이 되기 때문에 외형이 바뀔 수 있는 수준의 공사를 할 경우 공사 주체는 미리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에 신고해야 한다.
원서동 고택은 고하 선생이 서거한 장소라는 점에서도 보존 가치가 충분하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특히 사랑채는 고하 선생이 주로 머물며 집필과 회의를 하고, 손님을 맞던 곳이라는 점이 조명되고 있다. 서울대(당시 경성제국대) 재학 시절 고하 선생을 직접 만났던 권이혁 송진우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당시 사랑채에 많은 책이 쌓여 있었다”며 “고하 선생은 사랑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74-2 고하 송진우 선생의 고택 사랑채 건물. 고하 선생이 애국지사들과 회의를 하고 집필, 접객도 하던 곳이다. 서울시는 이 건물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
기념사업회 측은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사건 당시 삽화를 담당한 이상범 화백 고택은 현재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며 “고하 선생의 집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건축사 함석명 씨도 “지어진 지 오래됐기 때문에 일부 보수한 흔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고택이 애국지사들의 토의 장소로 쓰였던 역사적 사실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보존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하 선생은 1890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일본 메이지(
明治)대 법대를 졸업했다. 3·1독립선언식 때는 ‘민족대표 48인’ 중 한 명으로 활동했고 이후 제3대 동아일보 사장, 한국민주당 수석총무 등을 지냈다. 광복 이후 정권 인수 방법을 놓고 민족진영 간에 대립하는 과정에서 고하 선생은 1945년 12월 30일 새벽 신탁통치 반대파 측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암살자 한현우 등이 쏜 총에 맞아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