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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빛낸 90인] 아세안·중국 진출 CEO
- 탁상훈 기자 if@chosun.com
국내 정상급 유통 노하우, 아시아 전체에 심는다
한국 유통업계가 활동 반경을 아시아로 활짝 넓혀가고 있다. 아시아는 성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생활 문화를 갖고 있어, 그동안 국내에서 쌓은 유통 노하우와 경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유통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아시아 각국에 지사를 세우는 것은 물론, 아예 현지 업체를 인수하는 과감한 공격 경영으로 유통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최초'를 '최대'로 만들겠다"
국내 백화점업계 처음으로 아시아에 백화점을 개설한 뒤 공세를 높이고 있는 롯데백화점 이철우 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부임 첫해인 2007년 9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해외 롯데백화점 1호점 문을 열어 업계를 놀라게 했고, 2008년엔 중국 베이징(北京)에 해외 2호점을 열었다.
- ▲ (윗줄 왼쪽부터)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 /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 최병렬 이마트 대표 / 김진수 CJ제일제당 대표 / (아랫줄 왼쪽부터)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 / 박준 농심 사장 / 허태수 GS샵 사장 / 이해선 CJ오쇼핑 대표 /
내년 중국 톈진(天津)점, 2013년 베트남점 등 해외 점포 오픈 계획을 계속 마련하고 있다. 이 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글로벌 백화점 톱 10"이라며 직원들에게 적극적인 해외 진출 마인드를 주문하고 있다.
롯데마트 노병용 사장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를 맡은 후 중국 마크로(2007년 12월), 인도네시아 마크로(2008년 10월), 중국 타임스(2009년 10월) 등을 잇달아 인수, 글로벌 유통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현재 이들 3개국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 점포 수만도 101개. 노 사장은 이런 규모 못지않게 현지 상황을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급할 경우 당일 일정의 해외 출장도 마다치 않을 정도로 현지 영업을 챙기는 공격적인 노력으로 아시아 사업들은 가파른 탄력을 받고 있다.
이마트는 1997년 국내 업계 처음으로 중국 상하이(上海)에 이마트 해외 1호점을 열었고, 지금까지 총 24개의 점포를 개설했다. 최병렬 대표가 이끌고 있는 이마트는 중국 점포의 콘셉트를 '한국형'과 '현지화'가 조화된 '프리미엄 할인점'으로 설정하고, 현지에서 증가하고 있는 중산층 소비자를 끌어들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으로 6~8개의 점포를 새로 열고, 하반기에는 상하이 인근에 신선식품 가공이 가능한 2차 물류센터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중국에 역량을 집중해 2013년까지 80여개 이상의 점포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상품을 아시아 상품으로"
CJ제일제당 김진수 대표는 "이제는 국내 최고 식품기업을 넘어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나가자"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내수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을 바라봐야 비전이 있다는 주문이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오는 2013년 전체 매출 10조원을 올리고, 이중 절반인 5조원을 해외에서 거둔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얼상그룹과 합작으로 시작한 두부 사업의 경우 베이징 포장두부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호응을 얻는 등 현지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웅진코웨이 홍준기 사장은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8년 대비 25% 이상 해외 사업 매출을 신장시키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 말레이시아의 경우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시장을 집중 공략, 2006년 진출 이래 작년까지 2만 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홍 사장은 앞으로 3년 내 총 1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지 환경가전 분야 1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태국에서도 방콕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방문판매를 통해 정수기 등의 판매량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농심의 박준 국제사업총괄 사장은 2015년 매출 목표 4조원 중 1조원을 해외사업에서 올린다는 목표 아래 글로벌 판매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농심 해외사업의 주요거점은 4조 5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자랑하는 중국 라면 시장이다. 중국에선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자사 제품 콘셉트를 현지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키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8%(원화 기준) 이상 매출을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인에게 인기 높은 바둑대회를 통해 농심 제품 이미지도 높이고 있다.
TV홈쇼핑업체들의 아시아 공략 움직임도 거세다.
GS샵 허태수 사장은 2005년 중국 충칭 법인과 상하이 소싱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인도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GS샵이 3대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하게 된 '홉 샵18'은 인도 유일의 24시간 홈쇼핑 채널이다. 허 사장은 "12억 인구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인도시장에 탄탄한 진입 기반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인도 외에 중국 내 주요 도시와 아시아 신흥국가로도 적극 진출하는 등 글로벌 기업 도약의 발판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CJ오쇼핑 이해선 대표 역시 "성숙기에 접어든 홈쇼핑 시장의 성장을 이끌 미래 동력은 '해외 시장 개척'"이라고 강조한다. CJ오쇼핑은 올해 상반기 중 전용채널을 통해 24시간 방송을 송출할 예정이다. 2004년 시작한 중국 사업의 경우, 지난해엔 취급고가 전년 대비 100% 이상 신장하는 등 탄력을 받고 있다.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