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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본 2009 정치] [1]
"솔직하고 정열적인, 그러나 순진한…"
입력 : 2009.12.24
- ▲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에게 2009년은 정치적으로 큰 변화와 기회를 가져다준 해였다. 지난 대선 당시 입당할 때는 혈혈단신이었지만 올해 169석 집권여당의 대표가 됐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아직 검증 과정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 시험을 어떻게 치러내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적 장래도 좌우될 것이다./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나홀로 정치'에서 '169석 대표'된 정몽준
"뒤통수 치는 정치는 하지 않을 사람"
신선한 리더십엔 공감
"정치는 비정한 세계 자신의 브랜드가 없다"
꼬집는 의원들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올 한해 정치적 진화의 변곡점을 찍었다.
무소속으로 '나홀로 정치'를 오랫동안 하다가 2007년 12월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21개월 만인 지난 9월,
169석 거대 집권여당 대표가 됐다.
4개월도 안 된 '정몽준 체제'는 아직 "시험가동 중"(부산출신 한 중진 의원)이라는 평가지만, 정 대표의 성적을 일찌감치 매겨놓은 의원들도 있다.
일부는 "솔직하고 상식적인 리더십"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반면, 다른 의원들은 "카리스마 없는 맹맹한 리더십"이라고 혹평했다.
이들 모두는 그러나 정 대표가 "정말 부지런하고, 정열적"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지난 10월 수원 재보선 때 정 대표는 매일 새벽 서울에서 수원까지 내려와 출근 인사를 했다"며
"한번하고 말겠지 그랬는데 매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스킨십도 열심히 했다.
입당한 뒤 지금까지 소속 의원들과는 대부분 1~2번씩 식사자리를 만들었고,
대표가 된 뒤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과 상관없이 의원들이나 당직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다.
최근에는 초대받지 않은 한 계파의 모임에까지 참석해 자신이 화합주를 한바퀴 돌리는 등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조해진 대변인은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정 대표는 이처럼 활동적이고 역동적인 데다 편하고 솔직한 점도 있어
누구와도 소통이 잘 된다"고 말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정 대표가 원내대표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과 갈등문제를 털어놓으면서 조언을 구하고
도와 달라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그걸 보고 '뒤통수 치는 정치는 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격식파괴'도 정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다.
대표가 되자마자 대표실의 소파를 치우고 원탁을 가져다 놓았다.
최근 무산되긴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담을 제의한 것도 형식에 치우치지 말고 허심탄회한
대화로 정국 현안을 풀어보자는 소신이었다는 게 정 대표 측의 설명이다.
정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나라당과 정 대표 자신이 품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정 대표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의원은 당내에 3~4명밖에 되지 않는데, 친이(親李)와 친박(親朴)계가 거대한 울타리를
친 채 정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조해진 대변인은 "여권 주변이 계파별로 워낙 꽉 짜여 있어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의원은 "계파의 벽에 대해 정 대표가 몹시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당직인선이나 위원회의 현안들을 국민들의 뜻이 아니라 계파의 뜻에 따라 결정하는 것을 바꾸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정치상황을 너무 순진하고 안이하게 본다는 시각도 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여당 대표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하게 안배하는 것"이라며 '3자회담 제안'의 무모함을 예로 들었다.
영남권의 한 초선의원은 또 "지나치게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장점도 되지만 단점이기도 하다"며 "정 대표가 소규모 모임에서는 말도 재미나게 하고 사람을 쏙 빨려들게 하는데, 돌아서면 남는 게 없더라"고 말했다.
축구에 너무 집착한다는 비판도 있다.
당 사무처의 한 직원은 "처음 대표가 된 뒤 실·국장들과 상견례하는 자리가 있었다.
정치적 비전을 기대했는데, 옆에 앉은 한 국장에게 출신대학을 묻더니, '내가 그 대학과 축구를 많이 했다'는 식으로 잡담수준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정 대표 측은 이런 비판에 대해 "전부가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식의 정치문화에서는 정 대표가 어울리지 않겠지만, 상식과 순리의 정치에서는 정 대표의 리더십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헝그리정신, 배수진 등을 정 대표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한 중간당직자가 "지금까지 정 대표가 살던 동네와 한나라당이라는 동네는 전혀 다르다"고 한 것처럼 정치의
비정함과 잔혹함을 본인이 느끼고 뭔가 자신의 브랜드로 승부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정 대표의 한 측근은 "전학생이 학생회장으로 우뚝 서려면 던질 줄을 알아야 한다"며 "월드컵이나 인지도에 의존하는 정치 대신 정주영 회장의 반값아파트 같은 정책과 대결구도의 정치에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서의 정치적 비전 등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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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국민이 바라는지 좀 회의가 든다"
강병한기자 silverman@kyunghyang.com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4대강 사업에 대해 “좀 회의가 든다”고 밝혔다.
정 대표의 언급은 집권당 대표로서 야당의 4대강 사업 비판을 ‘방어’는 하고 있지만 사업 자체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대해선 의문을 갖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4대강 사업보다 일자리와 물가 안정 같은 민생 부문이 정부·여당이 집중적으로 추진할 정책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4대강 사업 예산안 대폭 삭감과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집권 여당 대표조차 ‘회의적’이라고 하는 4대강 사업은 당장 그만두는 게 맞다”면서 “한나라당은 4대강 예산안 중 수질 개선, 하천 관리 등 통상적인 치수 관련 예산을 제외한 전액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 측은 “4대강과 세종시 문제 등으로 정치권이 싸우고 있는데 국민이 원하는 것은 민생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평소 발언과 다르지 않다”며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베르디(Verdi) / 운명의 힘 서곡(Overture La Forza Del Destino)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