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국내 최초로 크루즈선 건조에 나선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30일 미국 크루즈선사인 유토피아가 실시한 11억달러 규모 크루즈선 건조 입찰에서 계약대상자로 단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유럽 조선업체들의 독무대였던 크루즈선 시장에 국내 조선업체 최초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
STX유럽이 크루즈선을 건조하고 있지만 이는 과거 아커야즈를 인수한 것으로 순수 국내 기술로 보기는 힘들다.
삼성중공업은 국내 최초로 100%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건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바다 위 해상 별장 짓는다
= 이번에
삼성중공업이 건조하게 되는 크루즈선은 `아파트형 크루즈선`이라는 신개념 선박이다. 기존 크루즈선이 통상 10일 내외 일정의 단기 여행객을 대상으로 운항하는 데 반해 이번에 건조할 크루즈선은 장기 휴양 목적의 `해상 별장`이라는 컨셉트로 개인에게 객실을 분양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일반 관광객이 아닌 소수의 부호를 대상으로 통상 월드컵, 올림픽 등 세계적인 빅이벤트가 열리는 국가에 장기간 정박하며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선박이다.
객실 구성도 일반적인 크루즈선과 다르다. 보통 크루즈선 객실은 23㎡(7평) 규모지만 `아파트형 크루즈선`은 호텔형 객실 204실 외에도 최소 132㎡(40평)에서 최대 594㎡(180평)까지의 아파트형 객실 200실로 구성된다. 아파트형 객실마다 2~3개의 침실과 주방, 거실, 바 등 고급 시설이 설치된다.
또한 동급 크루즈선이 보통 3000여 명의 승객을 탑승시키는 데 비해 이번 크루즈선의 거주 인력은 900명으로 한정해 보다 쾌적한 휴양이 가능하다. 고객들이 각자 취향에 맞게 객실을 리모델링할 수도 있다. 유토피아는 첫 크루즈선을 이 같은 새로운 컨셉트로
삼성중공업에 발주하면서 시장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 13년간의 노력이 결실 맺어
=
삼성중공업은 1997년부터 크루즈선 시장 진입을 준비해왔다. 당시 업계 최초로 여객선팀을 발족한 이후 크루즈선 전 단계인 대형 여객선 8척을 건조하는 경험을 축적했다. 99년부터는 직원들에게 크루즈선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면서 3대 크루즈 선사의 크루즈선 24척을 면밀히 조사해 소음, 진동, 인테리어 등 핵심기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또 타워팰리스, 쉐르빌, 최고급 타운하우스인 라폴리움 등을 통해 축적한 건축 부문 노하우도 이번 수주의 밑거름이 됐다. 미국시장에 알려진 삼성의 브랜드 파워도 크게 공헌했다는 평가다.
유토피아가
삼성중공업에 발주를 제안한 것은 지난 8월 중순. 10월에는 유토피아 회장 일행이 거제조선소를 2박3일간 직접 방문해
삼성중공업의 건조 능력과 설계 능력을 둘러봤다. 당시 유토피아 회장은 "
삼성중공업이 비록 크루즈선 건조 경험은 없지만 어느 회사보다 더 좋은 품질의 크루즈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의 이번 크루즈선 시장 진출로 전 세계 크루즈 조선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현재 크루즈선을 건조하는 주요 업체는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 독일의 마이어 베르프트,
STX유럽으로 각각 14척, 10척, 8척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크루즈선 건조에 성공하면
삼성중공업의 브랜드 파워가 가세해 빠른 성장이 기대된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한국 조선 업계가 진정한 세계 1위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크루즈선 시장 진출이 필수적인 만큼 이번 크루즈선을 세계가 놀랄 만한 명품 선박으로 건조해 한국 조선 업계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기본설계를 통한 세부사양 확정 이후 내년 상반기에 본 계약을 체결하고 2013년에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유토피아 기술자들은 12월 중순부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머물며 기본 설계도면 개발에 착수한다.
[박종욱 기자]
박중흠 삼성重 부사장
"3년내 크루즈선 수주하겠다"
기사입력2009.11.13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박중흠 삼성중공업 부사장은 13일 코엑스에서 열린 '클러스터의 날' 행사 전략세미나에서 "향후 3년내 크루스선을 수주하고
2015년께에는 인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해외 기술을 국내로 이전하고 건축의 개념을 더해 크루주선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중국이 조선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등 국내 조선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며 "앞으로 3년 동안 치열한 경쟁은 어
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조선업계의 위기를 2007년 컨테이너 선박의 수주가 몰리며, 누적된 공급 과잉으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부사장은 "2007년 선박 약 1억7000만GT가 발주됐는데 지난해 경제 침체로 내년까지 25%의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며
"당시 설비를 대폭 늘린 중국과 중소업체들은 새로운 선박 개발에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
해수를 식수로 바꾸는 선박이나 방사능처리 선박, 쓰레기 소각·처리 선박 등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야한다는
것으로 미래 선박은 '해양 개발자'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전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국내 조선사들은 일본 조선사와의 경쟁에서 빠르게 차세대 선박을 대비했기 때문에 전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FPSO(부유식 원유저장설비)와 드릴쉽, 아틱 셔틀 탱커(Arctic Shuttle Tanker) 등은 현재 국내 조선사들이 전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해준 새로운 선박이라는 것.
박 부사장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은 중국이나 일본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최근 기술개발을 완료한 LNG FPSO와 떠오르는
니치마켓인 크루즈선을 통해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날 STX유럽이 최근 인도한 세계 최대 규모의 크루즈선인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Oasis of the Seas)호에 대한 영상을 직접
소개하는 등 크루즈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크루즈선은 현재 중국이 뛰어들지 않고 있으며 향후 4배 이상 성장가능성을 가진 사업"이라며 "향후 의료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과 연계를 통해 차별화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영역을 넓혀가기 위해서 R&D(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C&D(Connet and develop 연결개발)에 중점을 두겠다"며
"전자와 기계, 건축 등 다양한 사업간 연계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초 기술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한 박중흠 부사장은 중앙고(65회) ,서울대를 졸업하고 삼성중공업에 입사,
드릴십, LNG FPSO 등 고부가가치 선박 개발을 지휘한 기술 전문가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중소 조선업체 침몰로 `승자독식` 열린다 |
|
발전船ㆍ해상콘도등 블루오션 찾아나서야…지금은 250년간 55번 경기 사이클중 하나
|
|
◆ 제10회 세계지식포럼 / 조선업 세션◆
|
|
|
15일"고부가가치 조선산업"세션 연사로 참여한 마틴 스토퍼드 박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
|
|
"지난 250년 조선업 역사에서 55차례 경기 사이클이 있었다. 이번 위기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후퇴가 있으면 전진도 있다."(마틴 스토퍼드 클락슨 수석이코노미스트)
제10회 세계지식포럼이 열린 지난 15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 무궁화홀에서는 `고부가가치 조선산업-블루오션`을 주제로 조선업 세션이 열렸다. 지난해 글로벌 위기 이후 전 세계 조선산업이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변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조선업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올해 들어 조선업계는 그야말로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연간 150척을 수주했던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이 특수선 외에 일반 상선은 단 한 척도 따내지 못할 정도다. 당연히 주가도 초라하다. 7월 이후 코스피가 20% 가까이 상승한 반면 조선업체 주가는 업체별로 7~30%나 빠졌다. 수주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란 염려에다 글로벌 해운업체 유동성 위기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날 기조연설은 세계적 권위의 해운ㆍ조선 시황 분석업체인 클락슨 애널리스트 마틴 스토퍼드 박사가 맡았다. 스토퍼드 박사는 "1980년대 후반 조선업종은 모든 기업을 통틀어 하루에 5000달러밖에 못 버는 극심한 불황에 빠졌다"며 "그러나 1990년대 회복기를 거쳐 2003~2008년에는 조선업 역사상 최고 호황을 누렸다"고 분석했다.
조선업체들은 호황에 올라타기 위해 앞다퉈 생산설비를 늘렸다. 1990년대 10년간 2000억달러에 그쳤던 조선업계 시설투자가 지난 3년간 567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가격이 급락하고 신규 발주가 뚝 끊기면서 조선업계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았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조선업체들이 건조 중인 선박이 꽤나 많다는 점이다. 그는 "이미 발주된 선박 물량이 금액 기준으로 5000억달러를 넘는다"며 "현재 가격으로 재평가하면 계약 당시 금액에서 2500억~3000억달러가 빠진다"고 말했다. 스토퍼드 박사는 "선박 인도 시기를 늦춰 조선소들이 계속 일감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법이 첫 번째 선택"이라며 "아니면 해운사는 주문을 취소하고 조선사는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업계는 선박 납기를 조정하는 쪽을 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중흠 삼성중공업 부사장(CTO) 역시 새로운 선박에서 블루오션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사장은 "조선업 미래는 `오션 디벨로퍼(바다 개발자)`가 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며 "오프쇼어 선박은 기존 선박보다 부가가치를 7배 이상 창출한다"고 말했다.
조선업계가 다시 도약하려면 부유식 에너지 생산ㆍ저장설비(FPSO)에 이어 방사능 폐기용 선박, 발전소 기능을 수행하는 선박, 에너지 재활용 선박 등 새로운 영역을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부사장은 "지구 표면에서 71%를 차지하는 바다에 님비(NIMBY) 시설을 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여객용 크루즈 이용객은 디즈니랜드 방문객 수보다 적다"며 "크루즈선 성장 잠재력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아예 대형 크루즈선을 만들어 `해상 콘도`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는 얘기다.
벌크선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기존 선종에 집착하면 레드오션을 피할 수 없지만 시야를 넓히면 블루오션은 존재한다는 희망적 메시지다.
각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기회 요인이다. 온실가스 3.3%가 선박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향후 컨테이너선 등에서 개ㆍ보수나 신규 발주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로이 라이트 STX유럽 오프쇼어ㆍ특수선 부문 사장도 "오프쇼어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선도기업들에 유리한 입지가 구축돼 있다"며 "조선 경기는 유례없이 악화된 상태지만 기회는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조선 시황에 대해선 시각이 다소 엇갈렸다. 스토퍼드 박사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조선업체들은 향후 더 많은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업계가 선박 납기 지연에 동참하면 침체기가 2~3년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회를 맡은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달러로 환산한 선박 가격이 오르면서 오히려 시황이 반전될 수 있다"며 "위기를 거치며 검증되지 않은 조선소들이 사라지면 (한국이) 승자독식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헌철 기자]
|
삼성重, 러시아 해양설비 대박수주 `예약`
국영조선사와 사업협력 MOU…선박기술 등 전수
러 북극권 개발 본격화 땐 쇄빙선ㆍ드릴십 등 수주 길 터
|
|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왼쪽)이 러시아 국영 조선회사인 USC와 러시아 조선업 현대화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블라디미르 파크모프 USC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
|
|
삼성중공업은 19일 거제조선소에서 러시아 전체 조선산업을 관장하는 국영지주회사 USC와 러시아 조선업 현대화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건조 기술과 조선소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러시아는 향후 자원개발 관련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MOU의 골자다.
이날 협약식에는 USC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고르 세친 러시아 부총리가 직접 참석했다. USC는 러시아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국영회사로 러시아 내 주요 조선소의 발전전략 수립 및 투자집행 등을 총괄하고 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이번 MOU 체결로 러시아 조선해양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천연가스 생산량 1위,원유 매장량 6위의 자원부국인 러시아가 본격적인 북극 개발에 나설 경우 삼성중공업이 상당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러시아에 길을 트다
삼성중공업은 2006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지점을 개설하고 본사에서 두 명의 직원을 파견했다.
세계 주요 조선회사 가운데 러시아에 지점을 연 것은 삼성중공업이 처음이었다. 러시아의 풍부한 자원을 겨냥한 사전 포석이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지역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는 것도 러시아 진출을 서두르게 만든 요인이었다. 자원 탐사여건이 호전돼 쇄빙선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본사 해외기획팀도 러시아에 공을 들였다. 올 들어서만 10여 차례 이상 모스크바 출장을 다녀왔다.
김부경 삼성중공업 상무는 "이렇게 다진 인적 · 물적 네트워크가 이번 MOU를 이끌어낸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MOU에 담긴 합의사항은 △신사업 개발 및 공동투자 프로젝트 추진 △설계기술 공동 개발 △생산능력 확대 방안 모색 등이다. 삼성중공업과 USC는 다음달 중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USC 산하 조선소들과 세부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러시아는 앞으로 북부 서부 극동 등 3개 지역에 각각 대표 조선소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여기에 필요한 노하우를 삼성중공업이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점 효과 노린다
러시아는 자원개발에 필요한 선박과 플랜트를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러시아의 북극권 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3개 권역별 대표 조선소들과 함께 파트너로 참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간 수십척씩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박 및 해양설비를 공동수주 · 공동건조하겠다는 복안이다.
신규 조선소 건설 노하우 전수와 선박도면 제공 등을 통해 상당한 로열티도 받아낼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내 항만 도로 송유관 등의 인프라 공사에도 참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런 '선점 효과'의 위력을 이미 브라질에서 맛보고 있다. 2006년 7월 브라질 조선회사인 아틀란티코와 조선소 건립 · 운영,선박건조 등과 관련한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에는 아틀란티코 조선소의 지분 10%도 매입했다. 500억배럴에 달하는 심해유전을 브라질이 본격 개발할 경우 엄청난 해양플랜트 발주가 쏟아질 것으로 보고 미리 발판을 마련해둔 것이다.
시장 선점 효과는 예상보다 빨리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아틀란티코로부터 기술사용료 2000만달러를 받았고 최근 2년 새 브라질로부터 55억달러(약 7조7000억원)에 달하는 드릴십 8척도 수주했다. 연 평균 15척 이상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FPSO(원유 생산 및 저장시설)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 있다.
◆탄력 받은 글로벌 전략
삼성중공업은 러시아와 브라질 이외에도 곳곳에 '성장의 씨앗'을 뿌려놓았다. 중국의 저장성 닝보시와 산둥성 룽청시에 이미 연산 20만t 규모의 선박용 블록공장을 완공했고,말레이시아에는 현지 조선소인 MMHE와 공동으로 LNG(액화천연가스)선 수리를 위한 합작회사를 세웠다. 최근엔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 앙골라조선소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박중흠 삼성중공업 기술총괄부사장은 "러시아와 브라질 등의 조선소는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다 자국 선박물량만 소화하고 있어 기술 유출 부작용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대신 자원개발로 인한 대형 주문을 따낼 수 있어 국내 조선업에 훨씬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삼성중공업, 드릴십 수주 세계1위…다음 목표는 LNG-FPSO |
|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
|
|
◆ 마켓 드라이빙 ◆ 삼성중공업은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44척 가운데 29척을 수주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66%로 드릴십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조선 경기 하락 염려 속에서도 작년 54척(153억달러)을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인 150억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이로써 세계 조선업체 중 수주량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주 실적은 척당 선가가 무려 1조원에 육박하는 드릴십을 대규모 수주함으로써 가능했다.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선의 대명사이자 해양 분야 대표적인 성장 엔진인 드릴십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극지용 드릴십은 척당 선가가 1조원에 달해 세계적으로도 크루즈선 다음으로 비싼 가격을 자랑한다.
해수면에서 해저 1만1000m 깊이까지 시간당 6m 속도로 파내려 갈 수 있다.
또 다이내믹 포지셔닝 시스템(DPS)으로 불리는 첨단 위치제어 시스템을 장착해 높이 16m 파도와 초속 41m 강풍이 부는 해상에서도 자동으로 선박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드릴십 등 해양 심해유전 개발 시장은 높은 생산비용으로 인해 1980년대 말부터 침체에 빠져 있었으나 대륙붕 지역 원유 매장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고 지난 몇년간 지속돼 온 고유가 추세에 따라 발주가 증가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 국영 석유업체인 페트로브라스가 앞으로 5년 동안 유전개발용 드릴십 등 원유시추선 57척(420억달러 규모)을 발주하겠다고 최근 발표한 것처럼 드릴십은 조선업계에 떠오르는 성장엔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브라질 시장 확대를 예측한 삼성중공업은 2006년 브라질 아틀란티코 조선소에 기술 제휴와 지분 취득 등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며 작년에 브라질에서만 드릴십 5척을 수주하는 등 시장 선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작년 9월 세계 최초로 수주한 LNG-FPSO(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 역시 조선업계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LNG-FPSO는 기존 대형 LNG선보다 4배 이상 비싸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발주된 5척 모두를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특히 올해 7월에는 네덜란드 에너지 기업인 로열더치셸에서 향후 15년간 발주되는 LNG-FPSO 10척, 총 500억달러 규모를 독점적으로 납품하는 장기 공급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이에 더해 삼성중공업은 2005년 러시아 최대 국영해운사인 소브콤플로트(Sovcomflot)에서 7만t급 극지운항용 전후방향 쇄빙유조선 3척을 수주하며 조선업계 최초로 쇄빙유조선 사업에 진출했다.
[홍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 임원 인사] 삼성 이끌 차세대 주자로 부상 |
|
정유성ㆍ신상흥ㆍ이인용ㆍ이동휘ㆍ박중흠ㆍ신응환 부사장
|
|
◆ 삼성그룹 임원 247명 승진 인사 ◆
|
삼성그룹이 19일 단행한 인사에서 향후 삼성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임원들이 대거 승진했다.
이들은 인사, 재무, 마케팅, 기술, 홍보 등 각 분야에서 능력과 자질, 전문성을 인정받은 50대로, 세계적인 경기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경영 일선에 전면 포진돼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우선 삼성전자에서는 정유성 부사장(53), 신상흥 부사장(57), 이인용 부사장(52) 등 3명이 눈에 띈다.
정유성 부사장은 서울고와 한양대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삼성전자 경영전략팀장을 맡고 있다.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정 부사장은 감사팀 등을 거쳐 1993년부터 15년간 인사 업무만 담당해왔다.
2007년에는 그룹 전략기획실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하다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전자로 복귀했다.
183㎝ 장신이지만 일 처리가 꼼꼼하고 부하 직원들 보고도 상세히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관계자는 "정 부사장 전임자는 지난 16일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중공업 사장에 내정된 노인식 전 에스원 사장"이라며 "정 부사장은 그룹 내 키맨"이라고 귀띔했다.
신상흥 부사장은 영상전략마케팅 팀장으로 삼성전자 LCD TV `보르도`를 세계적 히트상품으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삼성전자가 2006년 이후 소니를 제치고 3년 연속 TV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도 그의 노력 덕분이다. 직속 상급자인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어사업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신 부사장까지 승진 밝탁한 것은 그만큼 회사에서도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관계자는 "신 부사장이 미국 유럽 등 대형 유통 거래처와 관계 구축에 각별히 공들여 시장 전체가 움츠러드는데도 불구하고 2위와 격차를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이인용 부사장은 신설된 삼성커뮤니케이션 팀장으로서 삼성그룹 대변인의 중책을 맡을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서울대 동양사학과 선배인 이 부사장은 1982년 MBC 기자로 입사해 뉴스데스크 앵커로 이름을 날렸다. 2005년 6월 삼성전자 홍보팀장(전무)으로 영입돼 3년7개월 만에 언론인 출신으로는 드물게 부사장 반열에 올랐다.
이 부사장은 홍보팀장 시절 삼성전자 대변인뿐만 아니라 언론 문화 광고 사회공헌 스포츠마케팅 글로벌 홍보 등 전반적인 홍보 업무를 총괄했다.
삼성물산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동휘 재무팀장(53)은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이후 줄곧 재무, 회계, 금융업무, 관리 쪽을 맡았다.
제주 제일고와 성균관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이 부사장은 1998년부터 경영지원실 재무팀장을 맡아 성공적인 구조조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영 체질을 개선하고 재무 건전성을 높였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사장은 원칙을 중시하는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로 맥을 정확히 짚어내는 통찰력과 종합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조선 경기 침체 염려 속에서도 연간 수주 목표인 150억달러를 초과 달성한 데는 박중흠 신임 부사장(55)의 신개념 선박 개발이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박 부사장이 이끄는 기본설계팀은 조선업계 미래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드릴십을 비롯한 LNG-FPSO, 쇄빙유조선과 같은 신개념 선박 개발을 주도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작년 9월 세계 최초로 수주한 LNG-FPSO 역시 기본설계팀이 내놓은 신개념 복합선박 연구 결과에 따른 성과"라고 말했다.
삼성카드 부사령탑에 오른 신응환 부사장(52)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 중 한 명이다. 1981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이후 제일모직 자금과 삼성생명 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