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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24회 작성일 2009-03-18 14:08
[매경시평]박명규(65회) 서울대 교수(통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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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南ㆍ北ㆍ시민단체의 `나만의 3ㆍ1절`

소통으로 창의적해석 모색해야


주체마다 해석 제각각 여전

 

 
 
 
 
3ㆍ1운동 90주년을 맞이하여 여러 기념행사가 개최되었다. 탑골공원, 제암리, 태인 등 곳곳에서 만세시위 재현행사가 열렸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인 학술회의도 다수 있었다. 정부가 성대한 기념행사를 벌인 것은 물론이고 이날의 기념에 인색한 북한조차 10년 만에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3ㆍ1절을 계기로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스스로의 입장과 견해를 발표하는 행사도 곳곳에서 열렸다.

다양한 주체들이 이 운동을 기념한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단순한 과거 회고나 자기중심적 해석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3ㆍ1운동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인식과 지향의 차이는 주체들 간 균열상황과 함께 우리의 역사적 상상력이 제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해석의 여러 주체들 간에 진지한 소통이 필요하고 21세기적 과제와 연관된 미래지향적 문제의식도 좀 더 부각될 필요가 있다.

3ㆍ1운동은 보통 세 주체가 그 기념을 주도한다. 첫 번째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중심이 된 기념행사다. 3ㆍ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으로 이어지는 정치사적 맥락을 중심으로 그 역사적 의의를 부각시킨다. 역대 정부는 3ㆍ1절을 국경일로 기념하면서 국가정책의 적실성을 강조하고 대민협조를 요청하곤 했다.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위기 해소를 위한 자발적 협조와 공동체 정신을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남북의 상생과 대화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또 다른 주체는 북한이다. 사회주의자들은 일제 시대부터 3ㆍ1운동이 노동계급의 지도 없이 비폭력 시위방식을 택한 탓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광복이후에도 그런 시각에는 변함이 없어서 좌파와 우파는 단 한 번도 공동의 기념식을 치르지 못했다. 90주년을 맞이한 이번에도 북한은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기념사를 통해 `반역패당에게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면서 한ㆍ미ㆍ일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시민사회 단체나 개인도 독자적인 해석의 주체가 된다. 일찍부터 3ㆍ1운동은 사람들에게 주체적 개인으로서 자각과 용기를 불어넣었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의 동력을 제공했다. 1976년 3월 1일 저녁 명동성당에 모였던 소수의 사람들이 3ㆍ1 민주구국선언을 통해 3ㆍ1정신을 민주화 동력으로 해석함으로써 민주화운동 불씨를 던졌다. 이번 3ㆍ1절에도 시청광장에는 `좌파척결`을 주장하는 우익단체가, 여의도에는 `MB악법` 저지를 부르짖는 진보단체가 각자 정치적 견해를 소리높여 외쳤다. 한반도 정세가 매우 근원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큰 21세기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남한과 북한의 상이한 해석, 대립적 시각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거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양측의 기념내용은 현 시점에서 남북한간 먼 거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자폐적이고 왜곡된 역사인식이 주된 요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안타깝지만 한쪽의 문제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를 해소하기는 어렵다. 남북분단 현실을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한반도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이고도 종합적인 비전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동시에 정부와 시민사회 관점을 통합적으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에서도 그러하듯 역사 해석에서도 정부의 일방적 주도는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앞으로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활발한 의사소통이 일상화되어 있는 시민사회의 공간과 책임 있는 정부의 공적 권위가 다양한 차원에서 소통하고 협의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창의적인 해석의 길이 열린다. 다원성과 자율성, 자발성을 생명으로 하는 민간영역의 동력을 정부가 소중하게 포용하는 틀이 구축될 때 3ㆍ1운동의 거대한 동력이 21세기적 맥락에 합당한 형태로 되살아날 것이다.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 교수]

[매경시평] 대북정책 새 주치의, 처방 내놓을까

 
 
 
 
불안하고도 불편한 남북한 관계는 우리 사회의 오랜 만성질환이다. 남북 간 순환대사가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것이 이 병의 뿌리인데 60년이 넘은 고질병이어서 여전히 진단과 처방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최근에는 북핵이라는 암종이 생겨 국제사회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9ㆍ19 선언이라는 종합적인 처방전을 만들고 수년째 씨름하고 있다. 통일안보 분야 정책들도 실은 이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실제 정권 창출에서도 누가 더 적절한 처방을 내놓느냐가 늘 중요하게 작용한다.

◆ 악화되는 남북관계 만성질환

= 10년 전 이 만성질환 치료를 약속하며 등장한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이라는 처방으로 남북한 순환기능을 꽤 되살려 놓았다. 하지만 값비싼 투약에 비해 건강 회복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은 탓에 고비용 논란이 그치지 않았고 북측 환부를 더 키운 오진이었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명박 정부 등장은 바로 그 비판에 힘입은 바 크고 따라서 새로운 진단과 처방을 내린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새 처방은 남북 간 순환대사 증진보다 암종 제거를 우선하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적용은 좀처럼 되지 못하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환부 제거는 말만 요란한 채 여전히 요원하고, 오히려 힘들게 복구했던 남북관계 부분들만 다시 막히고 있는 상태다.

새해에 접어들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앞으로 남북관계가 전면 단절될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만성질환이 심한 통증으로 화할 조짐이다. 지난달 30일 대남 담당기관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은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된 모든 합의사항 무효화`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는데, 말 그대로만 본다면 심각한 아픔이다. 아직 경제 분야 교류협력에 대해서까지 전면 무효화를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이 부분도 정치ㆍ군사적 긴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증세가 심각한 상태로 악화될까 염려된다.

새로 등장한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이전 부시 정부와 다른 처방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그 내용이 무엇일지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외교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 파워가 중요한 요소일 것이고 과감한 `포괄적 협상`이란 처방까지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있다. 북핵특사가 곧 임명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어쨌든 오바마 정부 새 처방은 한반도의 오랜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이런 때 이명박 대통령은 주치의를 교체했다. 새로 임명된 주치의는 선거 당시 `비핵ㆍ개방ㆍ3000`이라는 고단위 처방전을 만든 당사자다. 그 처방은 비핵화라는 매우 어려운 조건이 갖추어질 것을 상정한 것이어서 실제 투약에 어려움이 컸고 현재는 상생공영 정책이라는 수정 처방이 마련되어 있다. 새 주치의가 원래 처방전을 어디까지 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려 할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지난 1년간 어려움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오바마 정부의 진단과 처방이 구체화했을 때 생각만큼 공동노력이 가능할지, 오히려 엇박자를 그림으로써 상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은 없는지도 문제다.

◆ 과거 정책에 구속되지 말기를

= 사회의사를 자처하는 정책책임자들은 자기 실력이나 장비를 과신하기보다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처방의 실제 효과를 민감하게 살펴보는 성실함이 더 필요하다. 환부를 낫게 하는 치료가 최상이지만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예방적 조치도 못지않게 중요하며 때로는 환자의 고통을 이해해주는 공감도 명의의 필수요소다. 격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앞에서 막연한 기다림을 새 처방인 양 계속 내놓지는 말 일이다. 새 주치의가 과거 처방전에 구속되지 않고 새로운 증상과 변화하는 조건들을 고려해 참신하고 실질적인 정책 처방을 내놓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 약력

△서울대 사회학 대학원 석ㆍ박사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 △서울대 통일연구소장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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