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박명규(65회) 서울대교수,北 인권개선 위한 종합 플랜 세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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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시평] 北 인권개선 위한 종합 플랜 세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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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 개선 촉구 강화 우리가 풀어야할 새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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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런 움직임을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의 산물이자 인권을 정치화하려는 국제적 음모라고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앞으로도 국제사회에서는 유사한 움직임이 계속될 전망이다. 거의 같은 시기에 국내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 주민 인권실태에 대한 조사를 통해 북한 주민의 각종 권리가 거의 보장되지 못하거나 자주 침해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종교나 거주이전, 언론과 사상의 자유 같은 기본권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고문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상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발해질 것임을 짐작케 한다. 북한 인권 논의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대체로 인권은 진보세력이 중시하는 관심사인데 북한 인권만은 보수세력 의제가 되는 사례가 많다. 진보적이었던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인권은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는 소극적이어서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에 대부분 기권했다. 반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비난했던 부시 미국 정부는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고 북한 인권을 중요한 정치쟁점으로 부각시켰다. 그동안 국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 온 시민단체들도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성향이 대다수다. 이명박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적극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런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 인권 논의에는 단순히 정권의 보수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역사적인 계기들이 내포되어 있다. 90년대 중반 이래 지속되어온 북한 경제 위기, 탈북자 증가, 남북 간 비대칭성 심화, 북한 핵실험과 비판적 북한 인식 증대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또 인권을 국가권력도 제한할 수 없는 인류보편적 가치로 간주하는 세계적 조류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듯 지속적인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가 북한 내 공개처형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실용적 판단도 내포되어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임이 분명하다. 회피할 수도 없고 회피해서도 안 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 제기가 자칫 낡은 진보ㆍ보수 이념 논쟁으로 퇴행하기 쉽다는 점에 늘 유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권의 보편성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문학적 관심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인권은 북한 문제이기 이전에 보편적 인권 문제이며 따라서 북한 인권과 우리 사회의 인권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우리 내부에 훈훈한 휴머니즘의 두터운 문화를 뿌리내리는 것이 북한 인권 논의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첩경이다. 다음으로 북한 주민 인권상황을 증진시키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 구상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의 일상적 삶을 억압하는 구조가 무엇이며 왜 존속하고 있는지, 그 개선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실천방안들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적 곤궁함과 질병에서부터 북한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지원방안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작금의 논의를 계기로 북한 사회의 변화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도 더 높은 수준의 인간성과 정의감이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명규 서울대 사회학 교수] |
※. 님에 의해 복사(이동)되었습니다. (2014-06-20 19: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