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CEO] 52회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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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CEO]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 | ||||||||||||||||||
가격 거품뺀 `그린프라이스` 자부심…신사복 이어 숙녀복에도 적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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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고 말하지 말고 희망을 노래하자. 그리고 프로로 거듭나자."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66)은 요즘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 경영환경이 나빠진 것은 모두가 알고, 체감하는 사실이다. 지난해 말 열린 롯데백화점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올해 상황에 대한 전망은 비관 일색이었다. 하지만 비관하며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이 사장은 `희망`과 `프로`를 끄집어냈다. 희망을 품고 프로페셔널의 자세를 갖춘다면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불리한 상황이나 부족함을 탓하는 것은 아마추어죠. 그걸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게 프로입니다. 견디고 헤쳐 나가다 보면 방법도 생기게 됩니다." 그는 요즘도 "롯데백화점에 아마추어는 없다. 초급, 중급, 고급 프로만 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다닌다. 롯데백화점은 1979년 지금의 소공동 본점 자리에 첫 점포를 낸 지 30년이 지났다. 그 사이 국내 25개, 국외 2개(베이징, 모스크바) 등 모두 27개 점포를 만들어냈다. 가히 `백화점왕국`이라 할 만하다. 미국 소매업 전문지 `스토어(Stores)`에 따르면 롯데는 2007년 세계 11위 백화점에 올라 있다. 그는 롯데백화점이 이렇게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은 순전히 고객 덕분이며, 그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고객 성원에 고마워하고, 고객에게 더욱 잘하려고 한다는 말은 당연한 소리다. 하지만 백화점 안팎에서 `양반` 소리를 듣는 그의 경영스타일을 들여다보면 그의 말이 공치사가 아니라는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샤넬화장품이 롯데백화점 본점 등 7개 점포에서 철수한 뒤 해당 점포에는 `샤넬화장품 구입을 원하시는 고객님은 인근 ○○○백화점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인근 매장이라고 해도 될 것을 경쟁사 이름까지 꼼꼼하게 거명한 것은 이 사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에 `그린프라이스`라는 파격적인 제도를 본격 도입해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린프라이스는 상시적으로 가격이 할인되는 신사복에 대해 할인폭만큼 내린 가격표를 붙인 뒤 할인 없이 판매하는 제도다. 이를테면 100만원 가격표를 붙인 뒤 60만원으로 깎아줄 게 아니라 아예 60만원 가격표를 붙여 정가대로 판매하자는 것. 가격 거품을 빼 그 이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한편 가격에 대한 신뢰를 세우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신사복 가격은 크게 인하됐고, 신사복 업체들은 비정상적인 가격 경쟁을 중단하는 등 정착단계에 들어갔다. 그는 "2년여 백화점 사장 생활 중 가장 의미 있는 일 중 하나였다"며 "다만 경기 침체로 신사복 판매가 부진하다 보니 간혹 이를 어기는 일이 있지만 결국은 온전하게 정착하리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그는 "숙녀복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굼튼튼 경영론`을 펼친다. `굼튼튼하다`는 단어는 `성격이 굳어서 재물에 대해 헤프지 아니하고 튼튼하다`고 사전에 풀이돼 있다.
"경영환경이 나빠졌다고 주눅 들지 않고, 또 실적이 좋지 않다고 사람을 함부로 자르거나 보너스를 줄이지도 않아요. 평소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하는 습관을 들였기 때문입니다. 좀 더 단순하게 말하면 내실을 추구하는 거죠. 밖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고 보수적이다, 짜다고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만…."
이 같은 굼튼튼 경영론은 이 사장의 듬직한 체구, 점잖은 말투와 딱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이 사장을 특징 짓는 또 하나의 모습은 그를 담은 캐리커처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소공동 롯데쇼핑 건물 17층 그의 집무실에 놓여 있는 이 캐리커처는 1998년 롯데백화점 본점장 시절 개최한 한 행사에 참석했던 허영만 화백이 그려준 것. 국가 위상을 높인 운동선수도 아닌데, 양복 차림의 그의 손에는 태극기가 쥐어져 있다. 이 그림에서처럼 이후 그는 태극기와 역사의식을 앞세운 `애국심 마케팅`을 들고 나왔다. 그해 롯데리아 대표로 옮긴 그는 태극기를 주제로 한 마케팅을 펼쳤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컵과 포장지 등에 태극기 도안을 넣었고, 미니태극기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맥도날드와 KFC 등 외국계 기업 일색인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토종`이라는 인식을 심었다. 이 사장은 "미국인들은 성조기 무늬를 한 속옷도 입는다"면서 "그만큼 국가에 친밀감을 느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일상생활에서 태극기를 가까이 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태극기를 들고 뛰고 있는 모습의 캐리커처는 요즘 중국 등 해외에 백화점을 내기 위해 수시로 비행기에 몸을 싣는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애정이 간다"고 했다. 1976년 롯데백화점 창립준비 멤버로 들어와 올해로 롯데에서 34년째, CEO로 12년째를 맞고 있는 이 사장. 그룹 내에서 신격호 회장을 가장 많이 알고, 그의 경영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CEO 중 한 명으로 통한다. 이 사장은 "그 어른(신 회장을 지칭)은 유통만 챙기는 분이 아닌데도 백화점을 보는 통찰력과 안목에 나 같은 `유통맨`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벌판이었던 잠실에 백화점을 낼 때 실무진의 반대에도 `상권은 창조할 수 있는 거야`라며 밀어붙였고, 결국 성공을 거둔 것만 봐도 그렇다"고 소개한다. 롯데백화점은 이르면 이달 중국 톈진 출점을 확정 짓고, 연말께 부산에 광복점 문을 연다. 내년에는 파주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김포공항에 복합쇼핑몰 `김포 스카이파크`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우린 백화점업계 `맏형`이다.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3~4년 뒤에는 세계 7~8위에 오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He is… △1943년 서울 출생 △중앙고(52회) , 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 △1970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99년 아주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1976년 롯데백화점 입사 △1992년 롯데백화점 기획담당 상무이사
△1998년 롯데리아 대표이사 △2003년 롯데마트 대표이사 사장
△2007년~현재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사장
△2008년~현재 한국백화점협회 회장
[진성기 기자 / 사진 = 김성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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