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지니스] 금융 한국, 아일랜드서 배우라 - 김한수(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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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한국, 아일랜드서 배우라 |
아일랜드는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상회하는 유럽의 대표적 부국이다. 그러나 불과 20년 전만 해도 수백 년에 걸친 독립 투쟁, 연이은 대공황으로 실업자가 넘쳐나던 인구 170만 명의 약소국 아일랜드가 유럽의 대표적 부국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일랜드의 기적은 더블린을 중심으로 한 금융 산업의 비약적인 확대와 함께 일어났다. 더블린 시 외곽의 16만5250㎡(옛 5만 평) 부지의 개발을 통해 아일랜드는 전 세계 100대 금융 회사의 절반 이상을 유치하고 있는 유럽의 금융 허브로 재도약한 것이다. 더블린의 성공 사례는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1987년 아일랜드 경제는 17%에 달하는 실업률, 국내총생산(GDP) 대비 130% 수준의 국가 채무, 18%에 달하는 물가상승률로 사실상 파산 상태였다. 또한 국제 금융시장은 미국발 블랙먼데이로 인한 극도의 혼란 상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금융 허브를 육성한다는 아일랜드의 목표는 어불성설에 가까웠다. 그러나 아일랜드 정부는 더블린의 양질의 노동력,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한 세계 금융 회사의 비용 감소 수요, 유럽공동체 회원국으로서의 유럽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토대로 자국의 금융 허브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확신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수도 더블린의 낙후 지역인 더블린항 주변(Dockland Area) 부지 9만9150여㎡(옛 3만여 평)을 국제금융지구로 지정하고 1987년 개발에 착수했다. 국제금융지구의 개발은 민간 업체 컨소시엄인 CHDDCL(Custom House Docks Development Co. Limited)에 개발 계획 수립에서부터 건설까지 전반적인 사항을 위임했다. 그리고 정부는 외국 금융 회사 유치를 위한 전반적인 마케팅 전략을 담당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외국 기관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10%까지 인하하는 등 전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으며 양질의 노동력을 제공해 부지 개발 이후 3년 만에 개발 계획은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입주 희망 기업의 증가로 추가 6만6100㎡(옛 2만 평) 개발 사업까지 진행돼 현재 국제금융지구인 IFSC (Internaitonal Financial Services Centre)는 16만5250여㎡(옛 5만여 평)의 사무실 공간과, 호텔, 레스토랑, 극장 등 각종 주거·문화 시설까지 완비한 세계 최고 수준의 국제 금융 서비스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더블린의 금융 허브 구축 성공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원활한 민관 협력 체제의 구성과 업무 분담을 들 수 있다. 또한 아일랜드 정부는 국제금융지구 창설을 통한 고용 창출의 목표를 확실히 하고 입주 기업 심사에서 이를 제일의 심사 기준으로 채택했다. 공격적인 법인세 인하로 자칫 조세회피형 금융지구로 전락할 수 있는 문제점을 고용 창출의 목표 설정을 확실히 함으로써 ‘후선업무형’이라는 기능에 특화한 허브 수립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더블린 국제금융센터의 주업무는 행정 업무, 보관 업무, 일반 기업의 재무부서 업무 등 200개 이상의 후선업무 관리 회사가 입주하고 있으며 이들이 전체 고용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간혹 한국인을 ‘동양의 아일랜드인’이라고 평한다. 감성적이고, 문학과 예술을 좋아하고, 저항정신이 강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고 있는 것이다. 양질의 노동력, 제조업 위주의 성장 한계, 수출을 통한 성장의 필요성 등 우리의 상황도 아일랜드와 공통점이 많다. 이미 한국도 2003년 금융 허브 육성을 국정 과제로 채택하고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더블린의 사례와 같은 금융 허브 구축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곁들여진다면 우리의 동북아 3대 금융 허브 구축의 목표는 먼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김한수 증권연구원 연구위원 약력: 1969년생. 88년 서울 중앙고 졸업. 92년 고려대 심리학과 졸업. 2004년 미 인디애나대 경제학박사. 인디애나대 강사. 2004년 삼성경제연구소. 2006년 한국증권연구원(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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