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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443회 작성일 2012-03-09 09:31
NC 좌완 민성기(99회), 해병대 투수 성공신화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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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좌완 민성기(99회), 해병대 투수 성공신화 쓴다

기사입력 2012-03-09 08:55 기사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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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NC 민성기. 사진제공=NC다니오스

"억울하고, 서러워서 해병대에 지원했죠."

신생구단 NC에는 짧게 나마 프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다수 있다. 모두들 방출 등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지난해 말 테스트를 통해 NC에 입단한 좌완투수 민성기도 마찬가지다. 그는 특이하게 현역병 출신. 게다가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대' 출신이다.

민성기는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22순위로 현대에 지명됐다. 중앙고 시절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배짱있는 투구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고 상위라운드에 프로행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입단 과정에서 팀의 주인이 히어로즈로 바뀌는 아픔을 겪었다. 우리 히어로즈 소속(현 넥센)으로 2008년 6경기에 나와 1승 방어율 5.68을 기록했다.

이후에는 1군 기록이 없다. 민성기는 "첫 해에 던지고 어깨가 아팠다. 하지만 그런 건 전부 핑계다. 내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구단에서는 군입대를 권유했다. 남들보다 빨리 군대에 갔다오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는 고형욱 중앙고 감독(현 넥센 스카우트)의 권유도 있었다. 상무와 경찰청 양쪽에 모두 지원서를 넣었다. 군대에 갔다오면 모든 게 나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프로 경험이 적은 투수에게 상무와 경찰청 입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불합격 통보를 받자 민성기는 이를 악물었다. 야구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서러움이 컸다. 결국 민성기는 2009년말 입대지원서를 썼다. 현역, 그것도 자원입대만 가능하다던 해병대였다. 민성기는 "억울하고, 서러워서 해병대에 지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악으로, 깡으로 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운동으로 군생활을 대체하는 상무나 경찰청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탓에 이병, 일병 때는 개인운동은 꿈도 못 꿨다. 프로선수 출신이라고 봐주는 건 없었다. 상병이 된 뒤에야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을 받아줄 사람 하나 없었다. 민성기는 밤새 생활관에서 수건으로 섀도 피칭을 했다. 또 틈만 나면 아무도 없는 축구 골대에 야구공을 던졌다. 도와주는 이도 없었지만, 혼자 공을 던지며 프로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렸다.

지난해 11월말, 21개월이 조금 넘는 군생활이 끝났다. 하지만 돌아간 넥센에서 들은 말은 "미안하다. 방출 리스트에 올랐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군문제도 해결했겠다, 다른 팀의 문을 두드릴 생각이었다. 이때 NC에서 "테스트 받아볼 생각 있느냐"는 전화가 걸려왔다. 민성기는 12월초부터 제주캠프 종료까지 테스트를 겸해 열흘간 NC 선수단과 같이 훈련했다. 그리고 12월 말 최종적으로 NC와 입단계약을 맺었다.

프로 입단 후 처음 경험한 해외 전지훈련에서는 수확이 많았다고. 운동을 오래 쉰 탓에 폼이 완전히 무너져있었는데 최일언 투수코치와 함께 처음부터 폼을 다시 잡았다. 최 코치는 "차라리 예전 폼을 다 잊어라. 새로 만들자"고 했고, 민성기는 천천히 폼을 만들어갔다.

그 결과 현재 직구 최고구속은 138㎞까지 올라온 상황. 시즌에 들어가면, 입대 전 기록했던 140㎞대 초반의 구속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운동을 쉰 것 치고는 빠른 페이스다. 애리조나에서 정상 피칭을 소화했고, 2월 중순부터는 청백전에 등판하며 실전 감각도 쌓았다. 최 코치에게 배운 포크볼과 투심패스트볼도 주무기로 활용할 예정이다.

민성기는 NC 입단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누가 잘하고 못한다는 틀이 짜여진 게 아니라,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어서다. 민성기는 현재 왼손불펜 자리를 두고 문현정, 김기현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는 9일부터 시작되는 진해 훈련을 앞두고 "군대에 갔다오니 생각이 가장 많이 바뀐 것 같다. 이제 시합만이 남았다. 무조건 잘 던져 기록으로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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