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유엔 PKO 선임 연락관 김웅건 대령…평화유지군 파견 계획 한인이 세운다[뉴욕 중앙일보]
300대 1 경쟁률 뚫고 한국군 장교로 최초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그만큼 유엔도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한 한국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세계 주요 분쟁지역에서 긴급하게 유엔 평화유지군(PKO)을 투입해야 할 때 가장 먼저 현지 상황을 파악해 파병 계획을 세우는 중책을 한국군 장교가 맡아 화제다.
육군 김웅건(육사 36기.사진.52) 대령은 한국 장교로는 최초로 지난 6월 유엔 사무국내 평화유지활동국(DPKO) 통합작전팀 선임연락관으로 선발됐다.
"통합작전팀 선임연락관은 DPKO의 긴급 소요 제기에 의해 최근 신설된 직위입니다. 유엔사무국에서 전세계 PKO 부대의 운용계획.부대창설 등 군사적 문제에 대해 현지 유엔임무단과 병력 공여국 그리고 유엔사무국의 자문.조정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임무이지요. 유엔은 PKO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 직책을 처음 만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4명의 연락관이 근무중이지요. DPKO는 현재 세계 각지에서 19개의 임무를 수행중입니다."
사실 김 대령은 유엔과 인연이 깊다. 그는 지난해 7월 유엔의 요청에 따라 유엔평화유지군(UNIFIL) 소속으로 레바논에 처음 파병됐던 동명부대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김 대령은 쿠웨이트 현지에서 무관으로 근무하며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병에 따른 실무작업을 책임지기도 했다.
김 대령은 30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서류 심사를 거친 뒤 다른 6명의 지원자와 함께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받은 끝에 최종 선발됐다. 자정에 갑자기 불려가 유엔 장교 5명으로부터 질문 시험을 받기도 했다.
"제가 선임연락관으로 선발된 것은 개인의 능력이라기 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엔은 체계적이고 세계적인 규모의 군을 보유한 대한민국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한국도 이제는 높아진 위상만큼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령이 DPKO 통합작전팀에서 담당하고 있는 지역은 크고 작은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 그는 곧 분쟁지역중 한 곳인 콩고로 출장을 떠난다. 콩고는 지난 8년간 내전으로 400만명이 숨지고 2500만명의 난민이 생긴 곳이다.
육사 36기로 포병 장교 출신인 그는 국방부 내에서는 미국 전문가로 통한다. 국방부 정책기획국 육군본부 참모총장실에서 근무하며 전문성을 키웠다. 워싱턴 주미대사관 무관 유엔대표부에서는 현역 군인 최초로 군사담당 참사관으로 근무했다. 2002년 역시 군인이었던 선친이 36년전 지휘했던 7사단 포병 연대장으로 부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