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회 이원종교우 기사(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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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거친 음식에 장수 비결 있다 [중앙일보]
‘화살처럼 빠른 세월’을 실감하는 연말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걱정되는 것은 역시 건강. 장수촌의 100세 노인들처럼 건강하게 살 수는 없을까. 강릉 원주대학교 식품과학과 이원종(56) 교수는 “장수는 우연이 아니다”고 단언한다. 세계의 장수촌 10곳을 누빈 끝에 내린 결론이다. ‘농사짓는 교수’로 유명한 이 교수는 부인 김경애(55·주부)씨와 함께 장수의 비밀을 찾기 위해 아주 특별한 여행을 떠났다. 경비는 둘이 합해 3000만원가량 들었다. 이 교수는 “『거친 음식이 사람을 살린다』(자신의 저서명)는 사실이 정말 맞는지 확인하는 배낭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장수의 비밀을 푸는 그의 여정을 추적해봤다.
2008년 1월, 에콰도르 빌카밤바로 가는 길은 멀었다. 공항 대기 시간까지 합하면 가는 데만 거의 3일이 소요됐다.
지루한 여행 끝에 드디어 조용하면서 성스럽고 고즈넉한 마을이 눈앞에 나타났다. 주민은 1000명도 채 되지 않은 듯했다.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세계였다.
이 교수는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빌카밤바 노인들의 장수 비결로 꼽았다. 만당고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엔 골격 구성에 중요한 마그네슘·망간이 풍부하다. 또 칼슘 대 인의 비율이 이상적이어서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는 것.
이곳 장수 노인은 한 템포 느리게 생활한다. 늘 느긋했지만 예외적으로 걸을 때만큼은 걸음걸이가 빨랐다. 그는 “ 할머니의 걸음을 쫓아갈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곳 장수인이 즐겨 먹는 음식은 콩과 닭고기다. 동물성 식품이 드물어서인지 기니피그(남미 페루 원산의 고슴도치과 동물)를 먹는 것도 봤다. 허브차를 즐겨 마시고 감자처럼 생긴 유카(마의 일종)를 이용해 떡·술·과자를 만들어 먹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2008년 6월 16일부터 그는 12주일간 파키스탄의 훈자를 찾았다. 히말라야 산맥의 해발 2500m 고지에 위치한 마을이다. 주변엔 라카포시·디란·울타르 등 7000m급 설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이 지역은 먹을 것이 부족했다. 그는 “우리 부부가 일주일가량 머무는 동안 한 번도 배불리 식사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아침엔 전통 음식인 차파티(밀가루를 반죽해서 만든 납작빵)와 차이차(맛이 단 음료), 점심엔 소량의 훈자빵·살구·오디, 저녁엔 극히 적은 양의 닭고기나 전통음식을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는 또 ‘거친 음식=웰빙 음식’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훈자의 노인은 정제·가공되지 않은 거친 곡물과 감자·시금치·양배추 등을 즐겨 먹는다. 주식인 차파티는 거칠게 부순 보릿가루나 밀가루를 반죽한 뒤 납작하게 해서 불에 아주 짧게 구운 음식이다. 그는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즐겨 먹던 개떡이 떠올랐다. 개떡은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에 통밀을 거칠게 부순 뒤 반죽해서 밥 위에 찐 떡이다. 그는 “거친 음식엔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만병의 근원인 비만·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고 말했다.
그루지야의 캅카스를 찾은 것은 2008년 6월 말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장수를 하는 데 유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그루지야인은 유전적으로 튼튼하게 태어났다고 그는 믿는다. 이곳에선 작고 땅딸하며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이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현지에서 캅카스 장수 전문가인 라지하르 박사를 만났다. 라지하르 박사는 그에게 “장수엔 유전적 요인이 80%, 환경적 요인이 20% 작용한다”며 “특히 혈액형이 장수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O형이 암에 걸릴 확률이 적다는 것이 라지하르 박사의 지론. 그루지야인은 대부분 O형이다. 과학적으로 불충분하지만 흥미로운 설명이다.
캅카스인은 유산균 발효유를 많이 마시기로 유명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교수는 카즈베크산 아래에 위치한 티아네티 마을을 방문했다.
이곳 주민은 마초니(염소·양·소의 젖을 발효시킨 음료)를 물처럼 마셨다. 마초니는 주민의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 공급원이다. 주민들이 마초니를 ‘신이 내린 선물’로 여기는 것은 이래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이원종 교수가 방문한 세계 10대 장수촌은 일본 오키나와·중국 루가오·중국 바마·파키스탄 훈자 등 아시아 4곳, 이탈리아 사르데냐·이탈리아 캄포디멜레·프랑스 남부·불가리아 로도피 산맥 주변 등 유럽 4곳,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에 위치한 1곳(그루지야 캅카스), 남미 1곳(에콰도르 빌카밤바) 이다. 그는 험난했던 여정을 『100세 건강, 우연이 아니다』(중앙북스 간)란 책으로 출간했다.
이원종 교수, 세계 10대 장수촌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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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에콰도르 빌카밤바로 가는 길은 멀었다. 공항 대기 시간까지 합하면 가는 데만 거의 3일이 소요됐다.
지루한 여행 끝에 드디어 조용하면서 성스럽고 고즈넉한 마을이 눈앞에 나타났다. 주민은 1000명도 채 되지 않은 듯했다.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세계였다.
이 교수는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빌카밤바 노인들의 장수 비결로 꼽았다. 만당고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엔 골격 구성에 중요한 마그네슘·망간이 풍부하다. 또 칼슘 대 인의 비율이 이상적이어서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는 것.
이곳 장수 노인은 한 템포 느리게 생활한다. 늘 느긋했지만 예외적으로 걸을 때만큼은 걸음걸이가 빨랐다. 그는 “ 할머니의 걸음을 쫓아갈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곳 장수인이 즐겨 먹는 음식은 콩과 닭고기다. 동물성 식품이 드물어서인지 기니피그(남미 페루 원산의 고슴도치과 동물)를 먹는 것도 봤다. 허브차를 즐겨 마시고 감자처럼 생긴 유카(마의 일종)를 이용해 떡·술·과자를 만들어 먹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2008년 6월 16일부터 그는 12주일간 파키스탄의 훈자를 찾았다. 히말라야 산맥의 해발 2500m 고지에 위치한 마을이다. 주변엔 라카포시·디란·울타르 등 7000m급 설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다.
이 지역은 먹을 것이 부족했다. 그는 “우리 부부가 일주일가량 머무는 동안 한 번도 배불리 식사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아침엔 전통 음식인 차파티(밀가루를 반죽해서 만든 납작빵)와 차이차(맛이 단 음료), 점심엔 소량의 훈자빵·살구·오디, 저녁엔 극히 적은 양의 닭고기나 전통음식을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는 또 ‘거친 음식=웰빙 음식’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훈자의 노인은 정제·가공되지 않은 거친 곡물과 감자·시금치·양배추 등을 즐겨 먹는다. 주식인 차파티는 거칠게 부순 보릿가루나 밀가루를 반죽한 뒤 납작하게 해서 불에 아주 짧게 구운 음식이다. 그는 과거에 우리나라에서 즐겨 먹던 개떡이 떠올랐다. 개떡은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에 통밀을 거칠게 부순 뒤 반죽해서 밥 위에 찐 떡이다. 그는 “거친 음식엔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만병의 근원인 비만·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고 말했다.
그루지야의 캅카스를 찾은 것은 2008년 6월 말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장수를 하는 데 유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그루지야인은 유전적으로 튼튼하게 태어났다고 그는 믿는다. 이곳에선 작고 땅딸하며 혈액형이 O형인 사람이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현지에서 캅카스 장수 전문가인 라지하르 박사를 만났다. 라지하르 박사는 그에게 “장수엔 유전적 요인이 80%, 환경적 요인이 20% 작용한다”며 “특히 혈액형이 장수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O형이 암에 걸릴 확률이 적다는 것이 라지하르 박사의 지론. 그루지야인은 대부분 O형이다. 과학적으로 불충분하지만 흥미로운 설명이다.
캅카스인은 유산균 발효유를 많이 마시기로 유명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 교수는 카즈베크산 아래에 위치한 티아네티 마을을 방문했다.
이곳 주민은 마초니(염소·양·소의 젖을 발효시킨 음료)를 물처럼 마셨다. 마초니는 주민의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 공급원이다. 주민들이 마초니를 ‘신이 내린 선물’로 여기는 것은 이래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이원종 교수가 방문한 세계 10대 장수촌은 일본 오키나와·중국 루가오·중국 바마·파키스탄 훈자 등 아시아 4곳, 이탈리아 사르데냐·이탈리아 캄포디멜레·프랑스 남부·불가리아 로도피 산맥 주변 등 유럽 4곳,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에 위치한 1곳(그루지야 캅카스), 남미 1곳(에콰도르 빌카밤바) 이다. 그는 험난했던 여정을 『100세 건강, 우연이 아니다』(중앙북스 간)란 책으로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