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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21회 작성일 2009-08-13 12:43
야구 교실에서 길을 찾다 - 前 LG 선수 김운태(92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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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교실에서 길을 찾다 - 前 LG 선수 김운태 인터뷰

 

 

야구선수가 은퇴한 뒤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프로야구를 평정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라면 감독이나 코치 제의를 여기저기서 받을 테고, 그외에도 해설자나 심판, 구단 프런트, 스카우터 등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게다. 그도 아니면 갈비집이나 빵집 등을 차려 '사장님'이 되거나, 현역 시절의 명성을 활용해 사업체 얼굴마담이 되는 방법도 있다. 적어도 한국야구의 스타들에게 있어 은퇴 뒤에 먹고사는 게 걱정이라는 이야기는, 배부른 투정처럼 들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경우에는 어떨까. 중고등학교 6년간, 아니면 대학까지 포함해 10년 동안 야구에 인생 전부를 걸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 말이다.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프로에서 도중에 방출되거나, 부상으로 타의에 의해 목숨과도 같았던 야구를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때. 과연 그들 앞에 놓인 미래는 어떤 빛깔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결코 찬연한 장미빛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그러진 한국 학원스포츠가 이들을 '전공분야에 무지한 고학력자'로 만들어 놓은 데다, 한국 야구계 또한 이들에 대한 어떠한 안전장치도 마련해 두지 않은 까닭이다. 그 결과 야구를 포기한 선수들은 이리저리 휩쓸리고 방황하며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게 된다.

 

해결책은 없는 걸까? 前 LG 외야수 김운태를 인터뷰한 것은 그래서다. 불의의 부상으로 짧은 선수 생활을 마감한 그는 다른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좌절하고 실망하며 야구와는 상관없는 길로 떨어져 내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야구를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야구에서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아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운영중인 야구교실에서는 어린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야구의 기본기를 배우며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야구교실과 비슷한 시설이 더 많이 생겨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하기를, 방황하는 후배들이 야구 안에서 할 일을 찾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부디 그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또한 이런 움직임이 단지 개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야구협회를 비롯한 '관'과 프로구단을 소유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힘을 얻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중략>

 

인터뷰 일시 : 2008년 10월 17일

장소 : 서울 쌍문동 모처의 야구교실

질문자 : 손윤, 기호태

정리 : 기호태

 

부상으로 끝난 선수 생활

 

Q: 먼저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LG 트윈스 출신으로 현재 야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운태입니다. 저는 청량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했고, 이후 조윤식 감독이 계시던 중앙고를 거쳐 경남대 체육학과에서 사범대를 나왔습니다. 사범대를 간 것은 혹시 운동을 할 수 없게 될 때를 대비해서 교원 자격을 따 놓으라는 부모님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선수 시절 포지션은 외야수였고, 고교 때까지는 스위치 히터였다가 나중에 우투좌타로 전향했습니다.

 

Q: 야구를 늦게 시작하신 편이군요. 부모님이 처음에 반대 안 하셨나요?

- 저는 4년 동안 야구를 하겠다고 졸랐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보이스카웃에서 야구장을 갔는데 그때 홀딱 반한 거죠. 엘지-롯데 전이었어요. "엄마, 나 저거 시켜줘" 했더니 어머니는 "그럼 나가서 야구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진지하게 할 마음이었는데. 사실 저희 아버지가 예전에 복싱도 하시고 운동하면서 힘든 생활을 하신 분이세요. 그래서 운동은 안 된다고 딱 잘라 말씀을 하셨죠. 저는 계속 졸라대고, 혼자 테스트를 받으러 다녔어요. 그걸 부모님이 아시는 바람에 많이 혼났죠. 중학교 때는 공부나 하라고 동네 누나를 과외 선생님으로 넣어 주셨어요. 그런데 그분 남자친구가 성대 체육과라서 야구선수에 대해 잘 알아요. 그래서 알아봐 주겠다고 하더니 신일 고등학교 훈련하는데 겨울에 저를 집어넣은 거예요. 그 당시 훈련은 무조건 러닝하는 것밖에 없었어요. 너무 힘들었죠. 그런데 어쩌다 한번씩 방망이를 돌릴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끝까지 훈련을 참아냈어요. 그걸 보신 아버지가 감독이랑 협의 하에 해도 되겠다고 허락을 하셨죠. 그래서 뒤늦게 시작했지만 정말 악착같이 연습했고, 1년 만에 대표 달고, 그때부터 인정해 주시고 지원을 해 주시기 시작했어요.

 

Q: 고교 시절 군산상고와의 경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군상상고 하면 전통의 강팀인데도 맞대결에서 홈런도 치시고, 역전의 발판을 만드는 출루로 팀 승리를 이끄신 적도 있구요.

- 1999년 봉황대기에서 군산상고 상대로 3점 홈런을 쳐낸 적이 있죠. 그때 저희 팀이 제 홈런 포함 5점을 2회에 뽑으면서 앞서갔는데, 바로 2회말에 6점을 내주고 역전패를 당했어요. 또 한 번은 청룡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9회말 투아웃까지 저희가 군산상고에게 4-6으로 지고 있었어요. 상대 투수는 지금 SK에 있는 이승호였는데 제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갑자기 경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죠. 다음 타자가 볼넷을 얻은 뒤 더블스틸이 성공해서 2-3루가 됐고, 내야안타와 2루타가 이어지면서 대역전승을 거뒀어요. 그때 타석에서 느낌요? 내가 마지막 타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같은 건 없었어요. 내가 이걸 잘 쳐서 히어로가 되자, 이런 기대감을 갖고 들어섰고, 그래서 결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Q: LG 트윈스에는 언제 입단하셨나요? 아쉽게도 1군에는 등록하지 못하고 은퇴하신 것으로 보이는데.

- 2005년에 입단했죠. 그때 엘지 외야 경쟁이 심했어요. 지금 1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그때 동료들이에요. 그런데 2군에서 시합 중에 부상을 당했어요. 지금 현역으로 뛰는 모 선수의 공에 맞은 거죠. 그래서 제가 지금 약지가 없어요. 그 이후 수술하고, 공익으로 빠지게 되고, 장애인 등급도 받고, 그렇게 됐죠. 구단에서 부상 당시 해줄 만큼은 해줬어요. 다만 제가 나이도 있었고, 고졸 같으면 재활할텐데 대졸인데다 군 문제도 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전력 외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거죠.

 

Q: LG 2군에 계시던 시절 이광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계셨는데, 어떤 스타일로 지도하셨는지 말씀해 주시죠.

- 제 고교 선배님이기도 하죠. 알려진 대로 자율적인 미국 스타일을 하시는 분입니다. 저도 거기서 영향 많이 받았죠. 자율야구가 뭐냐면, 말 그대로 자율, 자기 자신이 책임을 지는 거죠. 연습 오전에 하고, 시합 오후에 하고, 따로 특타 하고. 그런걸 개인이 알아서 하는 거죠. 하든 안 하든 그건 개인 맘이예요. 하지만 결과적으론 열심히 하는 사람한테 한번은 더 기회가 가죠. 자율야구는 앞에서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에요. 끝나고 집에 가서 그 선수가 술을 먹든 연애를 하든 그냥 잠을 자든 그건 모를 일이지만, 그 선수가 시합 때 잘하면 그게 바로 자율야구란 거죠. 그 선수는 집에 가서 자율적으로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죠. 못하는 선수들은 더욱 자극 받아서 열심히 훈련하게 되고. 그렇게 개개인에게 책임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죠. 어떻게 보면 강압적인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일 수도 있죠.

 

Q: LG 팬들 중에는 그런 자율야구가 지금 LG 선수들에게는 안 맞는다는 의견도 많이 올라오는데요. (웃음) 밤에 신천에서 술 먹는 걸 봤다느니, 리베라 호텔 근처에서 봤다느니... LG 선수들은 그래서 풀어주면 안되고 꽉 잡아야 한다고들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신천은 많이들 가죠. (웃음) 그걸 어떻게들 알고... 심지어는 싸이 하는 것도 뭐라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편드는 게 아니라, 그런 부분은 사적인 영역이잖아요. 구분을 조금만 생각해 준다면, 질책하기 보다는 "힘내세요"라고 하는 게 진정한 팬이겠죠. (정)의윤이가 싸이 때문에 한번 혼났었잖아요. 야구 못하면 인터넷 못하나요. 그건 아니거든요. 싸이에 선수가 들어왔으면 기뻐하고 응원해주고 하는게 정상인데. 신천에서 봤다, 놀더라, 야구에 신경 안 쓴다, 우리 팬들은 열심히 응원하는데, 이렇게들 받아들인다는 거죠. 하지만 야구에 신경 안 쓰는 선수는 없거든요, 프로인데. 말도 안되죠.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죠. 본인이 신경 안 쓰면 본인이 낙오되는데. 결과만 보니까 그렇죠.

 

Q: LG 선수들도 나름대로 프로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말씀이시군요.

- 가령 주니치 이병규 선수는 진짜 천재라고들 하는데, 못하면 그런 얘기도 안 나와요. 잘 하니까 뭔가 뒤에서 숨은 노력을 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거든요. 사실 프로까지 왔다면 다 아마 때는 날고 기던 선수들이고 실력은 진짜 종이 한 장 차이죠. 얼마나 감독이 뛰게 해 주느냐, 운때가 맞느냐가 크게 좌우하는 거죠. 고마운 분 중에 하나인 최동수 선배 같은 경우도 성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잖아요.

 

Q: 부상으로 은퇴하시게 된 건 정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겠네요. 본인의 노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부상 때문이라 더 아쉬움이 크셨을 텐데요.

- 힘들었죠. 인생에 제일 힘들었던 시기죠. 주위에 은퇴한 사람들 보면 TV도 안 본다, 야구도 안 본다는 분들도 많아요.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어도 많이 힘들었어요.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도 계속 있었죠. 임의탈퇴 신분으로 공익으로 있으면서도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소집해제된 뒤 생각해보니까 안 되는 걸 계속 붙들고 있는 것도 뭔가 아니다 싶고. 다시 도전했다가 실패하게 되면 또 한번 실망하게 될 게 두렵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보는 거죠. 부모님과도 대화를 많이 하고. 성공이야 누구나 하고 싶지만 몸이 안되는데. 제가 야구교실에서 시범을 보일 때도 오른쪽으로 하고, 펑고를 쳐도 오른쪽으로 쳐요. 좀 심하게 하면 부어요. 부모님 말씀은 "몸이 그런데 어떻게 하겠느냐, 네 마음은 알지만"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부모님이라도 내 마음을 어떻게 알까 하고 생각했죠. 하지만 사실 아쉽기는 부모님이 더 아쉬우시겠죠. 그동안 투자한 게 얼마인데요. 또 가정도 꾸려야 하고. 8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는데 곧 결혼하게 되거든요.

 

Q: 찌라시 같은 질문 좀 드려볼까요. (웃음) 아내 되실 분도 야구를 좋아하시나요? 어떻게 만나셨는지?

- 야구는 잘 몰라요. 대학교 때 저는 마산에 있었고, 친구는 창원에 있었고, 그래서 만나게 됐죠.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아버지가 사업하신다고 여자친구도 같이 서울로 올라오는 바람에, 이게 인연인가보다 하고 계속 만나게 된 거죠. 제가 야구하는 걸 많이 이해를 하죠. 운동선수 와이프가 웬만한 사람은 못 한다잖아요. 처음부터 저랑 그런 생각을 갖고 만났던 사람이라서요. 항상 얘기한게 "나는 야구가 첫번째다. 야구가 안될 때는 운동해야 한다, 야간훈련 할 때는 데이트 못 한다"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한 달에 한번 만날 때도 있었고. 제가 하는 모든 일을 이해를 많이 해주죠.

 

Q: 그럼 야구를 그만두셨을 때는 여자친구가 뭐라고 하던가요?

- 그 친구는 처음부터 그만두라고 했어요. (웃음) 그만두고 나면 이제 자기가 첫 번째가 되니까 속으로는 좋았겠죠. 여자들이 그렇잖아요. 말로는 "오빠 다시 해봐" 하는데 그게 진심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일동 폭소)

 

Q: 선수 생활하면서 아쉬웠던 점이라면?

- 아쉽다기보단 안타까운 점은 부모님이 조금 더 키가 컸더라면, 그래서 내가 체격적으로 더 좋았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죠. 저라도 키가 크고 몸이 좋으면 그 선수를 더 키울 테니까요. 하지만 운동하면서 내가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없어요. 제 자신에게 물어봐도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야구교실의 문을 열다

 

Q: 처음 야구교실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프로에 있다가 공익근무 요원으로 군복무를 하게 됐어요. 솔직히 집에다 돈을 준 것보다는 쓴 게 많잖아요. 나이 먹고 집에 손 벌리기도 미안하고. 한동안은 아르바이트도 해봤죠. 술집 일도 하고 일일코치도 하고. 저 스스로가 자리를 못 잡았어요. 맨날 술 먹고 친구들 만나고 벌면 버는 대로 쓰고. 그러다 어느 날 사회인 야구를 접하게 됐어요. 코치로 들어가 활동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회인 야구가 원칙적으로는 사회인만 있어야 하는데 그 안에 선수 출신들이 있는 거예요. 저 선수들이 요즘 뭐하고 지내냐 하면 그냥 야구만 하는 거예요 그냥 다른 일없이. 그만두고 딱히 하는 직업이 없는, 저랑 똑같은 입장인 거예요. 그래서 내가 야구교실을 해서 선구자 역할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잘해서 다른 곳에 새로 만들게 되면 기존의 것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그런 생각을 갖고 처음 시작했어요.

 

Q: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야구 인기가 바닥을 기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 야구교실을 시작하셨을 때와 비슷한 시기라서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 야구교실은 2006년부터 시작을 했어요. 초반엔 많이 힘들었죠. 일주일을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한 분도 안 오시는 거예요. 내가 생각을 잘못한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런데 처음으로 한 분이 오시고, 그분이 다른 분에게 소개하고, 그러면서 다단계식으로... (웃음) 그때 분들이 지금도 대부분 그대로 계세요.

 

Q: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야구교실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어땠나요?

- 추석이 끼어서 생각보단 적었는데 젊은 사람들,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한번은 중학생도 있었어요. 갑자기 중학교 3학년이 와서 야구를 직접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냥 취미로 하는게 아니라 '선수'로 나가고 싶다고 하더라는 거죠. 저도 야구를 늦게 시작한 편이라 그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는 잘 알거든요. 그 친구도 아직 어리니까, 마치 휴대폰 신형 나오면 사고 싶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봤고. 그래서 제가 "나중에 나를 원망하지 말고 야구를 즐기기만 해라. 내가 즐기게 해 주겠다" 이렇게 설득하는데 꽤 오래 걸렸어요.

 

Q: 주로 어떤 분들을 대상으로 하시는지요? 청소년-유소년 쪽 지도도 생각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 주로 사회인 야구하는 분들이 많이 오시죠. 여기가 한적한 주택가라서 찾아오기가 쉽지 않은데, 운동하러 일부러들 찾아오시고 하세요. 청소년들 대상은 조금 후에 고려해볼 생각입니다. 지금 현재 잘 되어가고 있는데, 조금 된다고 이것저것 벌리다가 실패한 주위 분들도 많이 봤거든요. 좀 더 자리를 잡은 뒤에 해볼 생각입니다.

 

Q: 야구를 일반에 가르치는 입장이다보니 딜레마를 느낄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즉각적인 효과를 바라는데 무작정 즐기게만 할 수도 없고, 반대로 즐기는 야구를 강조하다 보면 실력적인 면에서 발전이 더뎌질 수도 있구요.

- 처음에는 그런 부분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애초엔 즐긴다고 시작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성격이 급하잖아요. 속성으로 하려고 들고. 많은 분들이 와서 "저는 그냥 운동삼아 왔습니다" 하는데 실제로 하다보면 그렇게 안되죠. 그래서 일부러 운동을 힘들게 시켜요. 그러면 또 연습을 안 나오세요. (웃음) 그런 강도를 조절하는 법을 익히는데 저도 처음엔 일년 정도 걸렸어요. 너무 힘들어서 나중에는 사람이 싫어지기까지 하더라구요. 그전 시합 때 이기거나 안타치고 잘하고 오시면 야구교실 들어올 때도 표정들이 밝아요. "안녕하세요 코치님~" 이러면서 오세요. 반면 뭔가 잘 안 풀린 뒤에 오면 괜히 방망이들고 거울보고 고민을 하세요. 오래 다닌 분들은 이제 그럴 필요 없다는 걸 아시죠. 이런저런 대화도 해보고 술 한 잔도 해보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처음 하시는 분들은 당장의 성과를 원하는 면이 많죠. 어떤 분들은 송구를 라이너로 던지게 해달래요. 그런데 며칠 연습해서 안타치고 홈런치게 만들면 제가 LG 타격코치 하겠죠 여기 왜 있겠어요. 저는 못한다는 건 못한다고 말해 버리거든요. "저는 그렇게는 못합니다, 하게 해주는 분한테 가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말죠. 지금은 인식들이 많이 바뀌었고, 팀에 선수 출신인 분들이 자신들 경험을 많이 얘기해주시고 해서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어요.

 

Q: 교육은 혼자 하시나요? 도와주는 분들은 어떤 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주로 혼자 코치합니다. 가끔 프로에서 와서 특별히 도와줄 때도 있죠. 주로 세 명인데 하나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제국, 그리고 한화에 김태완, 롯데로 간 최길성입니다. 태완이는 중앙고 동문이고, 제국이는 청량중 동문, 길성이 형은 엘지 있을 때 팀메이트였죠. 이제 겨울 되고 하니까 알려진 선수들을 가끔 초대하려고 생각중입니다.

 

Q: 맨 처음 찾아온 수강생이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기억나죠. 왼손잡이인데 근처에 사는 분이예요. 여기서 일년 넘게 배우고 있다가 지금은 발이 접질려서 금이 가는 바람에 잠깐 쉬고 계세요. 개원 뒤 일주일을 수강생 하나 없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있는데, 그분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더라구요. 심장이 두근두근 하더라구요. 나는 준비도 안됐는데. (웃음) 처음엔 손님 기다리다 하루 이틀 일주일 가고 이건 아닌가 보다, 했는데 사람이 처음으로 온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 잡아야 되겠구나, 한명이라도 데리고 시작해야겠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했죠. 그분을 시작으로 이후 많이들 찾아오게 되었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 안 좋게 한 분들이 주로 기억에 남죠. 어떤 분들은 돈을 안 내고 그냥 가세요. 한번은 네 분이 와서... 서너달 정도를 돈을 안 내고 회사가 힘들다 하더니 결국 안 내고 가시더라구요. 그분들 잡으면 뭐하고 연락을 하면 뭐하겠어요. 그 때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운동선수들끼리는 싸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의리는 있어요. 필요하다면 십원이라도 줄 수 있는 의리인데. 말로는 잘 해줄 것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 돌아서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사람들에게 예전에는 잘 다가가고 했는데 지금은 선을 두려고 하는 것도 그래서예요. 좋은 기억이라면 저랑 같이 시합을 했는데. 기대도 안 한 선수가 너무 잘하는 거예요. 지도자 입장에선 그런게 크죠. 그분도 표정은 '이걸 진짜 내가 했나', 하는 표정이었어요. 저도 내색은 안 해도 '많이 느셨네' 하고 뿌듯해 하고. 그런 게 기억에 많이 남죠.

 

Q: 가르치는 입장에서 수강생들에게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 제가 볼 땐 전체적으로 다 약하죠. 특히 처음 야구를 아예 접하지도 않았던 분들이 오면 가르칠 때 많이 힘들어요. 일단 제 의도를 잘 못 알아들으니까요. 하지만 폼이 예쁘게 나온다는 장점도 있어요. 나쁜 버릇이 없으니까요. 야구 좀 하다 오신 분들의 장점은 습득이 빠르다는 것이죠. 하지만 단점은, 폼이 교정이 쉽지가 않아요. 첨엔 그걸 제 스타일대로 하려다가, 몇 번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이제 그분들에 맞게 하려고 하죠. 그러니까 조금은 빨라 지더라구요.

 

Q: 야구교실에 오시는 분들이 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온다고 보세요? 나름대로 바라는 바가 있으니까 따로 돈을 내고 배우려고 찾아오시는 것일 텐데요.

- 의외로 목표를 안 갖고 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냥 잘해야 되겠다, 그거 하나예요. 그래서 전 주입을 시키죠. "훈련이 많이 힘듭니다"라고. 만약 훈련이 힘들어도 분명한 목표가 있으면 그걸 이겨낼 수 있는데 목표가 없는 분들은 그냥 하다가 말거든요. 올라와 담배나 피던가, 쉬던가, 몸이 안 좋다고 핑계를 대거나. 그래서 일부러 목표를 주입을 시켜요. 힘들 때 그 생각을 하라고. 사회인 3부 리그 뛰는 분은 2부를, 2부는 1부를, 이제 시작하시는 분은 주전을 뛰는 걸 목표로 하시라고. 목표를 갖고 해야지 말로는 열심히 하면서 목표가 없으면 안 된다. 내 자신이 연습구 하나를 던져도 진짜 시합 때 던질 공을 잡는다고 생각을 하면 조금은 덜 힘들게 된다, 그런 얘기를 하죠.

 

Q: 저희 생각에는 찾아오시는 분들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의외네요.

- 목표를 갖고 온 분들도 있기는 있어요. 그런 분들은 달라요. 굉장히 열심히 하시죠. 다르기 때문에 그걸 구별할 수 있습니다. 막연히 '방망이 잘 치고 싶다, 이승엽처럼 치고 싶다' 그런 거랑은 다르잖아요. 목표가 있는 분들은 일단 질문이 많아요. 녹음해서 가는 분도 계시고, 노트에 적는 분도 계시고. 저는 그런 부분을 굉장히 좋게 봐요. 저는 회원들께 "저한테 야구를 정확히 배워서 나중에 팀을 만드시라"고 항상 얘기해요. 사회인 야구에 보면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감독이 인터넷 보고 말도 안되는 걸 가르치는 경우도 많거든요. 팀에 선출이 없으면 그렇게 되요. 그래서 사회인 리그에서 야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도 목표로 하시도록 말씀들을 드려요.

 

Q: 훈련은 주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하시는지 알려주세요.

- 실내에서는 타격 위주로 지도해요. 수비는 기본기 위주, 풋워크 같은 것을 주로 지도하죠. 야외로 나가서는 수비 포메이션 위주로 연습하구요. 좌중간 우중간 갔을 때 내야수들이 움직이는 포메이션을 전혀 모르세요. 기계처럼, 누르면 자동으로 나오게끔 만들어야 하거든요. 실전에서 타팀의 선수출신들은 그런 부분을 먼저 보거든요. 수비를 먼저 보고 거기서 저팀은 디펜스가 좋으니까 힘들겠다, 그런 판단을 하는 거죠. 거기에 투수까지 받쳐주면 팀이 막강하죠. 타격이야 그때그때 변하니까. 수비는 그렇지가 않거든요.

 

Q: 일반 팬들은 보통 수비 포메이션에는 무지에 가까운 경우가 많은데요.

- 그냥 가만히 있죠. 어떻게 하냐면요, 우중간 좌중간 가르면 이게 딱딱 맞춰 움직여야 되는데 몰라요. 그럼 숏 세컨 사이에 뭉쳐 모여 계세요. 거기 왜 모여 계세요, 반상회 하세요, 하고 놀리곤 하죠. 연습은 하는데 실전에선 잘 안 된다는 거죠. 주자 옆에 뛰고 그러면 당황을 하세요. 가만히 있다가 욕 안먹으려고, 뭔가 하긴 해야 하니까 한 군데에 뭉치고 하는 거죠. 사실 야구가 어렵긴 하죠 규칙도 복잡하고. 저도 잘 모르는 부분도 많아요.

 

Q: 실전이나 야외 연습은 주로 어디서 하시는지요?

- 여기저기 많이 알아보죠. 구장이 많이 부족해요. 구장확보 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선수 때는 당연한 것처럼 생각을 했는데 그 입장이 아니라 몰랐던 거였어요. 이 일을 안했으면 영영 몰랐을 거예요. 이제 이런 입장이 되니까 구장 문제가 눈에 보이는 거고. 그래도 앞으로는 많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전보다 사회인 야구에 선출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서.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 앞으로는 좋아질 거라고 봐요.

 

Q: 팀원들이 제대로 지도를 받으니 실전에서 유리한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전에 나갔을 때 느끼는 부분들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 개인적인 실력은 월등히 좋다고 생각하지만 팀플레이에서 아쉬운 점이 눈에 보이죠. 너무 저를 믿는 것 같아요. 다른 팀 보면 감독이 가만히 안 놔두거든요. 한국 사람은 계속 닦달해야 집중한다고 생각들 하니까요. 저는 훈련할 때는 독하게 시키는 편인데 시합할 때는 좀처럼 터치를 안 하는 편이예요. 연습할 때 독하게 하는 건 야구가 위험한 운동이기 때문에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반면 시합할 때는 쪼아대면 긴장을 해서 오히려 결과가 안 좋으니까요. 제가 시합 때 상세히 선수 장단점을 메모를 하거든요? 근데 그것도 팀원들은 뭔가 시험받는 느낌이 든대요. 그걸 오히려 즐기는 분들은 그 날 잘했던 분들이고. (웃음) 싫어하시는 분들은 그 날 좀 부진했던 분들이죠. 그렇게 되면 이미 취미가 아니게 되는 거죠. 운동선수 같으면 오히려 대하기가 편하죠. 위계질서에 따라 딱딱 정해져 있어 위에서 내려오면 착착 맞아 들어가니까요. 하지만 사회인들은 그렇게는 안 되죠. 잘하면 치켜주고 못하면 토닥여 주고 해야 되죠. 나이도 많고 적고 다양한 분들이 모여있기 때문에요.

 

Q: 홍보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 주로 다음카페를 통해 하고 있어요. 그리고 회원분들이 많이 소개해 주시죠. 상담을 해보면, 누구를 통해서 소개 받았다는 게 80 퍼센트 정도예요. 그렇게들 말씀하세요. 코치가 나이는 어리지만 확실하게 가르친다. 소개한 사람이 어정쩡하게 배울 거면 가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 저는 따라올 자신이 있으시면 오시라고 말씀드려요. 많은 분들이 자기는 기본기는 어느 정도 된다고 생각한 상태에서 찾아오세요. 기본기는 되니까 이제 피칭도 하고 싶고, 타격도 하고 싶고 한데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실제로 운동을 하려면 힘든게 많아요. 방망이 돌리고 하는 게 다가 아니라 야구를 하는 게 힘든거구나 깨달아야 되고. 뭐 본인이 계속 친다고 해서 늘면 계속 치게 하겠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야구는 예민한 운동이기에 기술적인 지도가 들어가 줘야 된다는 거죠. 그만큼 야구가 어려운 운동이예요. 제가 선수 출신이라고 전부 안타치고 홈런치는 게 아니예요. 비율로 따지면 이승엽 선수는 프리배팅 10개중 8개를 넘기는데 그러면 안타 100개중 80개 홈런이어야 되는데 그런 건 아니거든요.

 

Q: 겉멋이 아니라 기초에 대한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 야구는 '너 야구 잘한다' 이러기보다 '너 감(feel) 좋다'라고 하거든요. 제 야구교실은 일주일 두 번 훈련이지만 꾸준히 개인적으로도 트레이닝을 해주셔야 한다는 거죠. 이승엽이 다리드니까 나도 다리든다. 이런 얕은 지식이 아니라, 그 선수의 허리 회전이나 방망이의 위치, 이런 부분을 봐야 된다는 거죠. 가령 오가사와라가 뜨고 나면 그 다음에는 다들 다리 드는 게 틀려져요. 이치로 그립이라고 막 이렇게 잡아요. 이대호 그립이라고 걸어잡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폼이 바뀌어요. 애들이 연예인 좋아하듯이 말이죠. 이대호가 방망이 눕히잖아요. 박재홍이 스탠스 벗어나는 거 따라하고. 그럼 저는 많이들 해보시라고, 그렇게 얘기해요. 그게 맞으시면 그렇게 계속 하시면 되죠. 그러다 안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니까.

 

야구교실에서 길을 찾다

 

Q: 야구는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인 것 같습니다. 학원스포츠에서도 금전적인 부담이 야구 저변을 확대하는데 장애물이 되는 것 같은데요.

- 저 고등학교 때 IMF가 터져서 공을 꿰맨 적도 있거든요. 지금은 더 힘들다고 봐야 하는게 선수들이 없어요. 그럼 돈을 더 걷어야죠. 그리고 구장 확보가 목동, 동대문도 없어지는 바람에 쉽지가 않아요. 그럼 자연히 지방 대회가 많아지죠. 그럼 두 배로 돈을 내요. 이동비, 식사비 같은 것들. 짐이 많이 되죠. 굉장히 힘드실 거예요. 동문에서 해준다고 해도 학교에서 지원이 제일 좋은 것이기 때문에.

 

Q: 한국 학원스포츠의 문제 가운데 자주 지적되는 것이 운동선수들이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어땠는지 듣고 싶습니다.

- 수업은 솔직히 받으라곤 해요. 그런데 감독님이든 선생님이든 운동선수들한테 실질적으로 신경을 안 써요. 수업 못 듣게 한다 이런건 매스컴에서 나오는 얘기고, 실제로는 별로 신경을 안 써요. 예전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할걸, 하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저는 그 시간에 운동을 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야구 쪽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외국처럼 학업과 공부를 병행한다면 좋기는 하겠지만요.

 

Q: 고교 대회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게, 많이 보여줘야 되니까 많이 여는 거예요. 스카우터들이 항상 따라다니지는 못해요. 주요 선수들만 보러 따라 다니죠. 잘하는 선수가 있는데 위주로 가거든요. 대회가 많다는 건 게임 수가 많다는 건데, 그러다보면 그 다음 게임, 그 전 게임에서 다른 선수를 볼 수도 있는 거예요. 물론 대회가 많아지면 부모님 입장에서 힘든 것은 있겠죠. 성공이야 하면, 그 친구가 어느정도만 먹고살 길만 열린다면 그나마 지원을 하는데 괜찮을 거예요. 그런 부분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하면서도 고민에 빠지겠죠.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고. 중간에 그만둔 선수를 코치로 써주는 데도 없고.

 

Q: 신고선수가 너무 많은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요? 김현수 같은 선수가 신고선수 출신이라는 건 정말 외국에 이야기하기 창피한 일인데.

- 돈을 안 주려고 하는거죠. 그냥 내버려두면 구단을 찾아서 올 수밖에 없어요. 다른데 갈 선수만 몇 명 잡아놓고, 부상 조금 있다, 버려둬도 그냥 올 것 같다 하면 지명 안 해도 테스트 보러 올 것이다. 그때 잡으면 된다. 그런게 대부분이잖아요. 지명을 안 하잖아요. LG 이번 신고선수가 열 몇 명인가, 그게 말이 되냐는 거죠. 누가 봐도 속셈이 빤히 보이는데. 조금 분할을 해서 와서 천만원이라도, 자존심 조금만 세워주면 더 열심히 할텐데. 아쉬우면 와라는 식이니. 지금 LG 이병규 같은 선수도 진작에 나왔어야 했을 선수인데, 구단에서는 돈을 투자한 선수를 먼저 기회를 줘야 하니까, 늦게 나오게 된 거죠. 병규같은 경우는 제가 LG 있을 때 테스트를 받으러 왔는데 잘 쳤어요. 그런데 이제 군대 가야죠. 본인도 알거고. 해봐야 일년인데.

 

Q: 결국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어린 선수들에게 부모들이 점점 야구를 시키려고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일단 힘드니까요. 저도 옛날에 운동했을 때는 절대 자식 운동 안 시킨다고 했어요. 제가 힘들고 얻어맞고 돈 많이 드는 것 다 겪어 봤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에는 부모가 자기가 힘들다고 자기 아이가 재능이 있는데 안 시키는 것도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진짜 사람마다 다 그릇이 틀려요. 우스개소리로 이범호, 류현진, 약간 얼굴이 안되는 친구들 놓고 (웃음) 사람들이 "쟤들 야구 안했으면 뭐했을까" 그러잖아요. 야구 안했으면 다른거 뭐 하긴 했겠지만, 야구를 위해 태어난 친구들이잖아요. 그런걸 밀어줘야 한다는 거죠. 힘든건 알지만 그게 맞다는 거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힘들게 야구 시켰는데 잘 안되면 낙오자 되는 경우도 많죠. 지금은 전혀 아무런 보호막이 없기 때문에 솔직히 두렵다는 거죠. 저도 노가다도 해보고 맨날 술만 먹고 여관에서 밤을 새우고 했어요.

 

Q: 야구교실을 하시게 된 것도 그런 문제들의 해결책의 일환으로 봐도 좋을까요?

-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예요. 제가 다른 곳에 새로 차리게 되면 후배에게 넘겨주고, 여기 있는 후배가 잘 해서 제가 여기서 돈을 벌어서 딴데 내고 싶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후배를 넣고, 양성을 해서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렇게 이런 시설이 많이 생겨서 야구선수 출신들이 할 일을 갖고, 나중에는 실업야구를 조그맣게 만들던가. 그 안에 직장을 다니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같은 것이 갖춰졌으면 해요. 그런 조치가 있어야 부모님들도 자녀에게 야구를 마음놓고 시킬 수 있겠죠.

 

Q: 개인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칭찬할 일이지만, 사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민간이 아닌 '관'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시스템적인 지원이 받쳐줘야 현실화가 가능할 것 같은데요.

- 위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프런트도 있고 직원들도 있고, 어려운게 아닌데 신경을 안 쓸 뿐이죠.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목표가 없으니까요. 팬들도 내가 가서 야구 구경하고 맥주 한 잔 마시면 되지, 왜 2군이나 퇴출된 애들한테 돈을 써야 하느냐, 그런 생각이 대부분이니까요. 어차피 이야기를 해도 안 되는 걸 알기 때문에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를 않는 거죠.

 

Q: 군 문제를 공익근무를 통해 해결하셨는데, 결국 현역에 복귀하지는 못하셨습니다. 야구선수들의 병역 문제와 관련해서 거의 유일한 해결책은 현재로서는 상무와 경찰청 등 군인 팀뿐인 상황인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 팀이 더 늘어야죠. 갈 선수들이 못가는 경우도 많고, 부족한 것은 확실하죠. 만일 저같이 부상을 당했어요. 그럼 군부대가 많으면 거기서 2년 동안 운동을 하면서 재활하면 돼요. 밖에서 재활하는 거랑은 다르죠. 나태해지거든요. 그 안에 있으면 야구를 계속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잖아요. 그런 재활 시스템도 상무나 경찰청은 분명 있어요. 재활을 받아서, 2년 있다가 경기 감을 찾은 다음에 복귀했을 때 자기 감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아프면 일단 안받아줘요. 그러면 군대 다녀오고 나면, 선수 생활도 끝나는 거죠.

 

Q: 지금 야구 관련 일에 몸담고 계시니 다행이지만, 사실 한국에는 은퇴 뒤 야구와 떨어져서 사시는 분들이 많은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작고한 박동희 씨도 국가대표 출신임에도 사망 전에 하던 일이 야구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고, 이호성씨 경우도 그렇구요.

- 프로 출신들이 대부분 아마야구에 와서 지도를 하고 있는데 자리가 많이 부족하죠. 특히 고등학교 중학교 야구부가 없어지는 추세라 자리잡기가 더욱 힘들죠. 참 안타깝죠. 제가 처음 야구교실을 하며 의도했던게 그런 부분에서 후배들 자리를 만들어주는 거였어요. 야구하던 후배들 나가떨어지는 걸 보고 더 마음을 다잡게 되죠.

 

Q: 메이저리그의 경우를 보면 은퇴한 선수라고 해도 소속되었던 구단에서 관리를 하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구단 세탁업 같은 경우도 외부에 맡기는 게 아니라 은퇴한 선수에게 사업을 맡기는 경우가 대표적인데요. 한국의 경우에는 감독, 코치, 아니면 심판이나 프런트 외에는 야구계에 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은퇴하면 구단에서 연락처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 안타까운 부분이 있죠. 현장 사람들도 당장 팀 성적, 내 자리 유지가 급하다는 생각이 대부분이라 그런 부분을 다 신경쓰고 할 수는 없어요. 떠나간 분들이 변화가 있을 때 자연스럽게 팀에 들어올 수 있는 분위기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봐요.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 놔야 나중에 필요할 때 끌어들일 수가 있는데. 연락도 않다가 갑자기 "코치해라"고 하면 하겠어요? 그래서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아요. 연락처도 서로 모른다는게 참 말이 안되는 거죠. 못한 선수도 다 가족이었고. 데리고 있던 선수들인데.

 

Q: 야구 시구도 해당 팀 출신들이 시구나 시타를 한다면 더 의미가 깊을텐데, 전부 연예인 일색이라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유명했던 안 했던 옛 선수들이 그렇게 모임으로써 전통도 이어지고 서로간에 교류도 이루어질 수 있을텐데요.

- 그럼요. 예전 광팬들은 좋아하시거든요. 그렇게 시구하거나 팬사인회 하거나 할 분들은 굉장히 많아요. 팬들도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하면서 사인 받고 좋잖아요. 그렇게 만난 분들끼리 대화하고 연락처 주고 받으면서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연예인 쪽으로 많이 가니까 아쉽죠. 그런 문제에 대해 발언권 가진 분들이 나서는 것도 아니구요.

 

Q: 야구를 보는 사람들은 많지만 직접 하는 인구는 많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운동장에 야구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금은 보기가 힘든데요,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저희 때만 해도 찜뽕이나 테니스공으로 많이 했어요. 요즘에는 놀이터에 가도 없잖아요. 부모님들이 밖에서 노는것도 원치 않고 애들도 시간 없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금같은 상황이 오는 거죠. 안한다기 보다는 못하는 거라고 봐야죠. 저희 때는 밖에서 많이 놀아라,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는 식이었는데 말이죠. 소위 와리가리, 찜뽕도 많이 했는데 요즘에는 전혀 못 본 것 같아요. 애들 데리고 직접 나가서 하다보면 좋은 점이 많아요. 보기만 하면 알 수 없는 부분들을 많이 느끼게 되요. 하다보면 느끼는 거죠. 사람들은 직접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얘기하죠. 예를 들어 낮게 들어오는 변화구에 타자가 헛스윙을 해요. 모르시는 분은 저걸 왜 휘두르냐, 하지만 야구를 아는 분들은 변화구 기막히게 떨어졌다, 캐처가 잘 잡았다 이렇게 보죠. 물론 그런 면에서 팬들도 많이 발전하긴 했어요. 이제는 타이밍 싸움 같은 것도 아시고. 예전에는 한가운데 들어와서 타자가 가만히 있으면 욕하고 쓰레기 던지고 했지만, 지금은 팬들이 수싸움을 한다는 거죠. 투수가 변화구를 던질 것이다, 라고 뛰는 선수와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죠. 그래서 던졌는데 딱 맞아서 안타나 홈런을 치면, 바로 그 기분이예요. 나랑 생각이 같았구나. 이런 면에서 수준이 많이 올라갔죠. 저는 야구를 직접 하는 분들은 앞으로 더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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