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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86회 작성일 2008-11-24 16:54
[동아닷컴] 심정수 조각전 ‘Phantom REAL’ 21일 일민미술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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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휑한 삶 보듬어 온 40여년

심정수 조각전 ‘Phantom REAL’ 21일 일민미술관 개막

가슴 뭉클하다. 길고 앙상한 다리에 나무껍질처럼 울퉁불퉁한 힘줄과 핏줄이 불거진 발. 뒤꿈치를 약간 쳐든 발은 이제 막 비상하는 것인지, 아니면 착지하려는 것인지 모호한 표정이다. 그 옆에 자리 잡은 거대한 손. 고운 피부가 아니라 투박한 노동의 피로를 간직한 손이다. 시대의 우울과 사막 같은 세상을 헤쳐 가는 삶의 풍경이 거친 손발에 겹쳐진다.

조각가 심정수(66·사진) 씨의 브론즈 조각 ‘위를 향해 걷는 발’과 ‘내려뜨린 손’.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이 21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마련한 ‘Phantom REAL’전에 나온 작품이다. 1970년대 구상 조각부터 오늘의 기하학적 추상 조각까지, 철 브론즈 돌 스테인리스 조각 6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면서도 한국적 조형미의 본질을 탐색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던 중진 조각가의 40여 년 여정을 되짚어볼 기회다. 월요일 휴관(청소년 1000원, 어른 2000원). 02-2020-2055

#시대의 증언과 한국적 조형미의 탐구


심정수 씨의 브론즈 조각 ‘위를 향해 걷는 발’(170×34×40cm). 핏줄이 불거진 발은 모진 현실을 감내하는 삶을 떠오르게 한다. 김미옥 기자
1층 전시장 한쪽에 모여 있는 인체 조각들. 1980년대 초를 대표하는 조각으로 꼽히는 ‘가슴 뚫린 남자’는 네모난 기둥이 관통한 듯 가슴이 텅 비어 있다. 떨어져나간 제 팔을 들고 있는 ‘청년’의 표정은 처절하다. 저마다의 고통에 짓눌린 사람들. 하나하나 천천히 들여다본다. 온전한 몸이 없다. 리얼리즘이 살아 있는 이 작품들은 암울했던 시대의 갈등과 고통을 상징화한 구상 조각이다.

그는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한 작가들이 1979년 결성한 ‘현실과 발언’의 창립 멤버로 10년간 활동했다. 일그러진 사회상을 인체를 빌려 표현한 작품들을 발표한 것도 이 시기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민중미술로 보는 시각을 거부한다. 어떤 주장이든 작가는 완성도 높은 예술로 표현해야 한다고 믿는 그는 미술의 ‘정치화’에 의견을 달리했다. 이런 고집은, 시대의 그늘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예술 본연의 웅숭깊은 힘을 담은 작품으로 알찬 결실을 이룬다.

2층은 1980년대 그의 화두였던 한국적 조형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을 농축한 공간. ‘상쇠’ ‘북소리’ 등 전통을 현대화한 조각에선 둥둥 북소리, 쨍그랑 징소리 등 청각적 즐거움마저 느껴진다. 한국 조형의 본질로 바라본 농민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붉은 녹으로 뒤덮인 ‘농투산이’ 등의 작품에선 어떤 시련에도 굽히지 않는 강인한 농부의 영혼이 손으로 만져질 듯하다.

#가시적, 그리고 비가시적 세계의 공존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존재. 나뭇잎을 흔들고 옷자락을 휘날리게 하는 바람이다. 대리석 조각 ‘바람의 3여신’은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 세계의 공존을 조각의 은유를 통해 보여 준다. 이 작품과 함께한 3층에선 기()에 대한 작가 생각을 드러낸다.

“인간은 자연을 모방하거나 또는 어떤 물체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보이는 것보다 더욱 생명력 있는 또 하나의 물체로 만들 수 있는 비밀은 ‘기’다. 바람은 우주의 기, 우주의 숨결, 성스러운 정신으로 표현된다.”

요즘 그의 시선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향해 깊어지고 있다. 동시대에 대한 관심이든, 민족의 숨결이 배어든 소재든,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것이든 그의 작품엔 문학적 감수성이 스며 있다. 조각 속에 풍부한 이야기를 불어넣은 그의 작업이 보면 볼수록 긴 울림으로 와 닿는 이유다.


1980년대 암울한 시대적 현실을 일그러진 인체로 형상화했던 조각가 심정수 씨의 작품들. 가슴이 뻥 뚫린 남자와 떨어진 팔을 들고 있는 청년 등 온전치 못한 몸들이 우리가 지나온 시대의 초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김미옥 기자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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