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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중앙고등학교에는 유서 깊은 건물이 하나 있다. 다른 학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고풍스런 석조 도서관이다. 수령 500년 이상의 은행나무가 지키고 있는 정문을 지나면 나타나는 중앙 정원 한 켠에 우뚝서 있다. 토요일이던 지난 5일 30여명의 학생들이 이 도서관에 속속 모여들었다. 학교 수업시간에는 듣기 어려운 인문학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정독도서관이 마련한 이 날 강의는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장편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1916)’을 자아와 연결해 해석하는 자리였다. 강의를 맡은 한현숙 중앙대 영문학 강사(영문학 박사)는 “이 소설은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가 ‘나는 누구인가’의 질문과 마주하면서 성장하고 자기를 발견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한 박사는 “여러분도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 이 수업에서 느끼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주인공 스티븐의 성장단계를 유년기와 사춘기, 자기존재의 의미를 발견한 시기로 구분한 한 박사는 단계별 주인공을 성장시킨 대표 사건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유년기에 스티븐은 안경이 깨져 과제를 수행하지 못할 상황에 놓였는데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속임수나 쓰는 게으른 녀석’이라는 평가를 받고 체벌을 받게 됐다. 스티븐은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억울한 사정을 말하며 부당함을 호소했고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조치를 취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 일화에 대해 한 박사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어린 스티븐도 부당한 일에 대해 자신이 참으면 안 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며 “여러분도 상대가 자신을 오해하고 함부로 평가하며 멋대로 재단하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춘기 시절 스티븐은 집안의 몰락으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새로운 학교로 전학하면서 혼란과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이런 중에도 스티븐은 밤마다 책을 읽었다. 그가 특히 몰입했던 책은 뒤마의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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