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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신인 2차 드래프트가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다. 8개 구단 관계자들이 지명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사진 송기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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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신인 2차 드래프트가 8월 16일 서울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거문고홀에서 열렸다. 2차 지명은 8개 구단이 지역 연고와 관계 없이 지난해 성적 역순으로 지명권을 행사한다. 홀수 라운드는 하위팀에서 상위팀순으로, 짝수 라운드는 상위팀에서 하위팀 순으로 지명 선수를 부르는 방식이다. 이름을 부르기에 앞서 2분가량 ‘타임’을 부를 수도 있다. 구단별 지명 한도는 9명이다.
3라운드까지 지명이 끝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부장은 “다른 때에 비해 유달리 타임이 많다”는 말을 했다. 이번 2차 지명에는 16차례의 타임이 있었다. 그러나 8라운드가 되자 삼성을 뺀 나머지 구단은 모두 패스(지명 포기)를 불렀다. 한화는 5라운드에서 일찌감치 지명을 마무리했다. 2차 지명자는 55명으로 최종 마감됐다.
지명의 무게중심은 미래형보다는 즉시전력감으로 쏠렸다. 해마다 부침을 겪긴 하지만 2008 드래프트에서는 대졸 지명자가 많았다. 스카우트들은 그 이유를 풍부하지 못한 고교선수 자원에서 찾았다. 이번 2차 지명 대상자는 고졸 예정자 545명과 대졸 예정자 246명 그리고 실업(상무•경찰청) 2명, 해외 진출 뒤 복귀 선수 1명을 포함해 모두 794명이었다. 이 가운데 이번에 지명 받은 대졸 선수는 24명으로 2007년 13명과 2006년의 11명을 웃돌았다. 고졸 예정자는 30명, 기타 1명이었다.
그러나 프로의 문은 여전히 좁았다. 2008년 드래프트에서 프로에 지명될 확률은 6.9%(55명/794명)였다. 2007년 8.3% (59명/715명)와 2006년 9.1% (66명/729명)에 비교하면 상황은 더 나빠졌다. 관심을 모았던 해외파 안병학(27,전 시카고 화이트삭스)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선택 받지 못했다. 이번 2차 지명에서 투수는 26명, 포수는 7명, 내야수는 14명, 외야수는 8명이었다.
삼성 “우리가 뽑다니 희한한 일이다. 다른 구단이 의식적으로 피했다고 본다.” 이성근 스카우트 부장은 지명이 끝난 뒤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교 최대어로 평가 받았던 최원제(장충고)를 1라운드 8순위로 얻었기 때문이다. 이부장이 밝힌 원래 삼성의 1순위는 김건필(대구고,투수)이었다. 그러나 다른 구단이 최원제를 포기해 손쉽게 대어를 낚았다.
2순위 김경모(장충고,내야수)는 공수주 3박자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도루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3순위 김건필은 시속 146km의 묵직한 직구가 주무기다. 삼성 관계자는 “정찬헌(광주제일고)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 투수가 (김)건필이다. 올해 화랑대기대회와 봉황대기대회 때 투구를 봤다면 스카우트들의 생각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화삼성과 함께 타임을 한 차례도 부르지 않고 순조롭게 지명을 끝냈다. 5라운드에서 지명을 마무리한 이유는 내년에 복귀하는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임주택 스카우트는 “2008년에 제대하는 선수만 조규수, 신종길, 최진행 등 7명이다. 선수단 구성 측면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1순위 윤기호(천안북일고,투수)의 선택은 왼손 미들맨의 보강이다. 윤기호는 구속은 시속 137~138km로 느리지만 제구력이 돋보인다. 1군에 올라가면 리드를 지키는 셋업맨으로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2순위 이희근(성균관대,포수)은 다른 팀에서도 군침을 흘렸다. 배수희 스카우트는 “2차 지명자 포수 가운데 경기 운영능력이 최고”라고 말했다.
현대현대는 1,2순위에서 모두 오른손 정통파 투수를 뽑았다. 김진철 스카우트 팀장은 1순위 김성현(제주관광산업고,투수)을 두고 “현대 레이더망에 걸린 선수”라는 표현을 썼다. 김성현은 경험이 많고 슬라이더 각이 뛰어나다. 영리한 데다 재치가 있어 즉시전력감으로 분류되고 있다.
2순위 임창민(연세대,투수)은 국가대표 출신으로 시속 140km대 중반의 빠른 볼을 던지고 변화구도 수준급이다.
3순위인 왼손투수 민성기(중앙고)는 의외의 지명으로 꼽히지만 잘 가다듬으면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순위 전동수(덕수정보고,외야수)는 지난해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타격에 재질이 있다.
KIA1순위 나지완(단국대,외야수)은 모창민(성균관대)과 더불어 대학야구 최고의 타자다. 김경훈 스카우트 팀장은 “팀에 젊은 투수가 많고 왼손 외야수들도 넘쳐 자연스럽게 오른손 장타자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나지완은 펀치력과 어깨가 좋고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순위 최용규(원광대,내야수)는 호타준족형으로 체력이 강하다. KIA는 홍세완이 무릎 수술을 앞두고 있고 김종국도 노쇠화 기미를 나타내 최용규의 가세가 큰 힘이다. 김팀장은 “최용규는 김주형과 3루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내다봤다. 2루수와 유격수가 모두 가능한 3순위 박진영(연세대,내야수)은 수비가 뛰어나고 정신력이 강하다.
롯데롯데는 1998년 손인호 뒤로는 한 번도 2차 지명 1라운드에서 야수를 선택한 적이 없다. 2001년 이대호를 찍긴 했지만 지명 당시 이대호의 포지션은 투수였다. 올해도 전통에 따라 경남고 왼손투수 하준호를 지명했다. 하준호는 올해 최고 구속 146km를 기록했다. 평균 구속이 안정돼 있는 장점도 있다. 키(174cm)가 작은 게 단점이다.
윤동배 스카우트 팀장은 “김사율, 양성제, 김수화, 조정훈 등 오른손투수 유망주들은 많다. 허준혁도 시속 150km를 던진다. 그래서 왼손투수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팀장은 “키가 작다고 좋은 공을 던지지 못하는 건 아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2순위로 지명한 전준우(건국대)는 약점으로 꼽히는 3루 보강을 위한 지명이다. 원래는 성균관대 모창민을 노렸지만 SK가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
3라운드에서 뽑은 단국대 투수 강승현은 올해 최고 구속이 시속 145km였다. 윤팀장은 “볼을 ‘때리는’ 능력이 좋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소속으로 유일하게 뽑힌 심세준은 2년 동안 2군에서 16승을 거둔 잠재력이 평가됐다.
SK7명의 지명자 가운데 6명이 대졸자다. 1순위 모창민(성균관대,내야수)은 당장 1군 무대에 올려놓아도 통할 선수로 꼽힌다. 188cm 90kg의 당당한 체구가 눈에 띈다. 진상봉 스카우트 팀장은 “장타력과 스피드를 갖췄다. 체격도 뛰어나지만 정신력도 좋다. 가장 빠르게 1군 무대에 적응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2순위인 사이드암 백인식(제주산업대)은 의외의 지명으로 꼽혔다. 고교보다는 대학에서의 상승세가 SK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3순위 이상훈(단국대)은 왼손투수로 원포인트 릴리프가 가능하다. 4할 타율을 웃돌았던 4순위 전빈수(경성대,외야수)는 수준급 공격력을 갖췄다. 이밖에 시속 147km의 바깥쪽 공이 좋은 5순위 김준(고려대,투수)과 유격수로 기대치가 높은 안정광(제물포고)이 있다.
두산김현홍 스카우트 팀장은 “내야 자원 한 명을 빼고는 모두 만족한다”는 총평을 했다. 두산은 홍성흔과 채상병 말고는 뚜렷한 포수가 없어 포수 자원이 절실했다. 1순위 선택은 김재환(인천고,포수)이었다. 김팀장은 “강한 어깨와 듬직한 체구를 갖추고 있으며 타격도 뛰어나 대형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순위로는 백인식(SK), 정대훈(한화)과 더불어 2차 지명 ‘잠수함 투수 빅3’로 꼽히는 고창성(경성대)을 뽑았다. 고창성은 시속 140km대 중반을 던지면서도 공의 변화가 심해 공략하기 쉽지 않다. 3순위 홍상삼(충암고,투수)은 올해 초만 해도 ‘수도권 투수 4대 천왕’으로 분류됐지만 산만한 경기운영으로 순위가 밀렸다.
LG이효봉 스카우트 과장은 “1순위 정찬헌을 두고 많은 고심을 했다”고 말했다. 1학년 때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활을 거치며 큰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고 주무기인 직구 외에 슬라이더를 장착해 위력을 높였다. 이과장은 “직구 종속과 투구 메커니즘이 좋은 것이 정찬헌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LG 관계자는 “최원제와는 한 차례도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2순위 이범준(성남서고)은 지난해에는 톱3 투수로 주목 받았지만 올해 대통령배대회 1라운드 탈락 이후 페이스가 떨어지며 순위가 밀렸다. 그러나 LG는 2라운드에서 이범준을 잡은 것을 큰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3순위 김태군(부산고)은 김재박 감독이 포수수비능력을 높게 봤다.
인터뷰│2차지명 1순위 정찬헌1순위 지명 가능성은 50대50으로 봤지만 자신 있었다. 1차 지명 때는 KIA로 가고 싶었지만 이제는 LG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팀이라 기분이 좋다. LG 투수 가운데는 마무리 우규민 선배를 좋아한다. 평소 볼배합 등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1차 목표는 1군 진입이며 시간이 지나면 선발 로테이션 진입도 노리겠다. 자신 있는 공은 여전히 직구이며 슬라이더 제구력도 많이 좋아졌다. 대통령배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던 서울고 이형종과 같은 팀에서 뛰게 돼 흥미롭다.
SPORTS2.0 제 66호(발행일 08월 27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