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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58회 작성일 2012-05-03 13:03
[박동희의 입장] 고교 야구부 정원제, 본질이 아닌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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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희의 입장] 고교 야구부 정원제, 본질이 아닌 꼼수다.

기사입력 2012-05-02 15:19 |최종수정 2012-05-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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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야구소년들이 줍고 있는 건 공이 아니라 꿈이다(사진=김병준 작가)

서울시교육청이 획기적인 운동부 입시 비리근절과 학교 스포츠 평준화 방안을 내놨다. 바로 고교 운동부 정원제다.

4월 25일 시교육청은 “선수 선발이 학교 재량인 까닭에 운동부 입시 비리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일부 학교에만 학생들이 몰려 전체 운동부가 고르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까진 선수 선발 인원을 학교 재량에 맡겼지만, 앞으론 야구부는 36명, 축구부는 42명으로 총원을 제한해 비리근절과 전체 학원 스포츠 발전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서울지역 고교 야구부와 축구부에 적용하는 정원제를 2014년부터 전면 실시할 계획이다. 만약 정원제가 시행된다면 야구부는 한 학년에 12명(3학년X12=36), 축구부는 14명만 받을 수 있다.

고교 운동부 정원제 실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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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2014년부터 고교 야구부 정원제를 실시할 계획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운동부 정원제는 학원 스포츠 비리근절과 학교 운동부 평준화를 위한 중요한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고교 운동부의 비리는 위험수위에 다다랐다. 중학생 유망주를 스카우트하려고 거액의 뒷돈을 주는 고교 운동부가 있고, 반대로 유명 고교 운동부에선 뒷돈을 받고 실력이 부족한 중학생 선수를 입학시키기도 한다. 지방 유망주를 전학시키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특히나 중학생 유망주들이 특정 고교로 몰리며 여타 고교는 신입생을 받지 못해 해체 위기에 몰리기까지 한다. 이러한 문제는 학교 재량으로 선수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만약 정원제를 실시한다면 뒷돈 스카우트 파문이 줄고, 학교 운동부 평준화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고교 운동부 정원제는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2010년부터 공청회를 거쳐 꾸준하게 연구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현재 서울지역 14개 고교 가운데 야구부 정원이 36명 이상인 팀은 6개교에 불과하다”며 “2014년부터 36명 정원제를 도입해도 대부분의 학교는 여전히 정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포츠춘추>의 취재 결과 고교 운동부 정원제는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발간한 <2012년 학교 체육 업무 매뉴얼>에 명기된 내용이었다. 정식명칭은 ‘축구·야구 고입 체육특기자 배정 인원 계획’.

이 계획안이 추진된 배경은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축구·야구 종목의 부패가 심각하고, 투명성 지수가 최하위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 축구·야구 등 특정 종목에서 육성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학생선수를 초과 선발하면서 갖가지 문제가 발생한 까닭이다. 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상급학교 진학 시 기량이 부족한 선수를 끼워 넣는 등 비리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는 상급학교 배정 후, 중도 탈락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의 조사 결과 많은 학교 운동부가 초과 배정 후 1학년 1․2학기 말과 2학년 1학기 초에 학생선수 인원을 정리하고 있으며, 학생선수들은 포지션 중복 등을 이유로 철새처럼 체육특기자 이동(전·입학)이 연중 이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네 번째는 선수 과다 보유로 대회 출전 기준 및 상급학교 진학 관련 공정성 여부에 대한 시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학부모들이 과도한 후원금을 부담했음에도 벤치선수 및 중도 탈락 선수가 발생, 이와 관련한 학부모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학교 운동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학생선수 선발의 공정성을 확대할 요량으로 고교 운동부 정원제를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진단처럼 고교 운동부의 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학교 현장에서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더 비리가 증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야구가 그 중심이다. 실제로 야구는 11건의 비리로 12건의 축구에 이어 종목별 비리 발생률 2위에 올라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비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야구전문가는 시교육청이 내세운 이유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가 숨어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아마추어 야구의 기형적 구조다.

학원 스포츠 비리의 주된 배경, 피라미드식 기형적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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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도 대한야구협회 등록선수 현황. 리틀야구와 초교 야구부원을 합하면 3천998명이다. 중학교는 2천398명, 고교는 1천651명으로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  야구를 계속 할 기회가 줄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2006년 이후 프로야구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지며 직업야구 선수를 꿈꾸는 유소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05년 21개였던 전국 리틀야구팀이 2012년 현재 124개 팀으로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나 중학교 야구부원의 증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0년 중학교 야구부는 79개교였다. 2년 뒤인 올해는 85개교로 6개가 늘었다. 하지만, 중학교 야구부원은 2010년 1천907명에서 올해 2천389명으로 무려 482명이나 증가했다.

이는 중학교 야구부 증가 추세가 야구 꿈나무들의 증가세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 리틀야구부 감독은 “중학교 야구부 들어가기가 명문대 입학보다 어려운 게 리틀야구계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2006년 이후 리틀야구단이 급속도로 늘었다. 초교 야구부도 조금씩 증가했다. 하지만, 리틀야구 선수들과 초교 야구부원들을 받아줄 중학교 야구부는 거의 늘지 않았다. 2013년도 중학교 입학예정자가 리틀과 초교를 합쳐 1천400명 정도지만, 그해 중학교 졸업예정자는 733명밖에 되지 않는다. 중학교 졸업예정자들의 공백을 메울 733명을 제외한 나머지 700명 가까운 아이들은 야구를 그만둬야 한다. 중학교 야구부 진학을 위해 보이지 않는 로비와 비리가 발생하는 건 바로 이러한 피라미드식 구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중학교 야구부에 들어가도 고교 야구부에 입학하려면 또 한 번의 경쟁을 거쳐야 한다. 역시 아마추어 야구의 기형적 피라미드 구조 때문이다. 현재 전국 고교야구팀은 53교로, 총 1천651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중학생 선수들보다 738명이 적다.

모 중학교 감독은 “앞으로 졸업생 가운데 몇 명을 고교 야구부로 진학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당장 올해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게 2013년도 중학교 졸업예정자는 733명이지만, 그해 고교졸업자는 445명밖에 되지 않는다. 졸업자들의 공백을 채울 445명은 고교 야구부 진학 티켓을 손에 쥘 수 있지만, 나머지 288명은 정든 야구복을 벗어야 한다. 중학교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이 소매를 걷어 올리고 두 번째 로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많은 야구인은 “리틀야구팀의 증가에 비해 중·고교 야구부 창단이 지금처럼 더디면 아마추어 야구계의 비리는 더 광범위하고, 음성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정 야구부 쏠림 현상도 야구계에선 공공연한 사실이다. 시교육청의 2012년 체육특기학교 현황은 서울지역 14개 고교야구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료다. 14개 고교 야구부 가운데 정원이 36명을 초과하는 학교는 6개교였다. 충암고, 성남고, 장충고, 휘문고, 경기고, 덕수고다. 이 가운데 경기고와 덕수고는 44명으로 최다 인원을 자랑한다.

그러나 36명 이하 야구부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8개교나 됐다. 이 가운데 중앙고는 전체 야구부원이 15명(대한야구협회 등록선수는 17명)밖에 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주장한 ‘특정학교 쏠림 현상’이 빈말이 아니라는 소리다.

고교 야구부 정원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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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자립형 사립고 운동부가 학생선수들을 감축하고,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립형 사립고 운동부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서울 신일고처럼 자립형 사립고 야구부는 늘 야구부원이 일정했다. 학교 재단 측에서 장학금을 지원해 등록금 부담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신일고 같은 경우는 야구부장이 학부모와 상담하고, 운영비도 야구부장이 투명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비리와는 거리가 멀다. 이는 휘문고도 비슷한 상황이다. 야구계에서 "도대체 시교육청이 조사한 자립형 사립고가 어디냐"고 묻는 이유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아마추어 야구계 인사들은 학원 스포츠 비리와 특정학교 쏠림 현상이 야구발전을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데 의견을 함께한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그 대안으로 내세운 야구부 정원제에 관해선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먼저 야구부 정원제가 시교육청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지적이다. D중 학부모의 말이다.

“시교육청의 예고대로 2014년 야구부 정원제가 실시된다고 치자. 만약 정원제를 시행한다면 서울지역 14개 고교 야구부 정원은 학교당 36명씩 총 504명이 된다. 올해 대한야구협회에 등록된 466명보다 38명이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지금의 중학교 2학년생들이 고교에 입학하는 2014년엔 상황이 달라진다. 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중 2 선수들은 291명, 중 3은 220명, 고 1은 201명이다. 이 선수들이 고스란히 2014년까지 학생선수로 뛴다면 총 712명이 된다. 시교육청이 제시한 총인원 504명보다 208명이 초과하는 숫자다. 시교육청의 계획대로 2014년에 고교 야구부 정원제를 강행한다면 208명은 일찌감치 야구를 그만둬야 하거나 무리수를 써서라도 고교 야구부에 진학하려 할 것이다.”

이 학부모는 “2014년부터 36명 정원제를 도입해도 대부분의 학교는 여전히 정원에 미달할 것”이라고 예상한 시교육청 관계자의 발언을 “무지한 소리”라고 비판했다. 이 학부모는 “리틀야구팀의 폭발적인 증가 속도와 2년 후 중학교 선수들의 고교 진학까지 면밀히 추산했다면 절대 그런 예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되레 2년 후면 14개교가 정원 초과로 몸살을 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 제기되는 지적은 야구부 정원제를 통해 학원 스포츠 비리가 근절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비리를 조장할 수 있단다. E중학교 감독의 말을 들어보자.

“리틀야구팀과 초교 야구부에서 배출하는 선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교 야구부는 정체 상태다. 만약 정원제가 시행된다면 서울지역 고교 야구부에 들어가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본다면 뒷돈을 싸들고 고교 감독들에게 로비를 시도할 게 뻔하다. 정말 시교육청이 학원 스포츠 비리근절이 목적이라면 정원만 줄일 게 아니라 향후 시도될지 모르는 학원 스포츠 비리를 엄단할 수 있는 구체적 제재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고 정원만 묶으려 한다면 되레 비리만 부채질할 수 있다.”

 

세 번째 지적은 정원제로 특정학교 쏠림현상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C고 감독은 “왜 특정학교로 신입생이 몰리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입생이 많이 몰리는 학교는 대개 전력이 강한 팀들이다. 학교의 지원과 동창회의 후원도 원활한 곳이다. 상대적으로 이런 학교 출신들이 대학 진학률도 높고, 프로 입단도 많다. 단순히 정원제를 실시하면 중학교 유망주들이 골고루 14개교에 입학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환경이 좋고, 전력이 강한 고교로 몰리는 건 선수와 학부모의 원초적 욕구다.

특정학교에 최고 유망주들이 몰리면서 그 팀은 소수정예가 되고, 전력 역시 계속 좋은 상태를 유지할 게 뻔하다. 무엇보다 야구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정원제에 묶여, 원하지 않는 학교에 가고, 그 학교에서 야구를 중단한다면 야구계로선 큰 손실이다. 시교육청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부실 고교 야구부를 재정비하도록 도와주고, 해당 야구부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좋은 야구부’로 거듭나도록 노력하는 게 정원제 시행보다 시급한 일이다.”

기존 제도의 확고한 적용으로도 학원 스포츠 비리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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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과 교과부는 '학원 스포츠 정상화'만을 외칠 뿐 재정적 지원은 빈약하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야구부는 학부모들의 지갑에서 운영비가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과 교과부가 야구부 코치, 감독에 대한 처우개선과 복리증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피부로 와 닿는 체감행정은 아직 '영하'다. 일본 고교야구부는 정원이 100명 이상을 넘곤 한다. 60% 정도 되는 부원들은 취미반이다. 취미로 시작해 엘리트 학생선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시교육청이 정작 해야할 일은 엘리트 스포츠인 야구에 생활스포츠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지원하는 것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고교 야구부 지원제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 학원 스포츠 비리근절과 특정학교 쏠림현상 그리고 중도 탈락생을 최소화하겠다는 태도는 환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운동부 정원제가 아니라도 충분히 막을 제도적 장치가 준비돼 있다. 게다가 시교육청 스스로 학원 스포츠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해야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학교 체육 매뉴얼>에 보면 인권침해, 학습권, 예산 등과 관련해 민원이 발생하거나 운영상 문제가 드러난 학교는 이듬해 체육특기자 배정 및 전·입학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사안이 심각한 경우 체육 특기학교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

<학교 체육 매뉴얼> ‘전임코치 관리 규정’에 따르면 금품․향응수수, 성폭력, 회계처리 부적정 등 부정행위를 저지른 지도자는 3년간 임용이 제한되며, 체벌, 폭언 등 비교육적인 지도방법으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거나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침해한 지도자는 중도 계약해지되거나 재계약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상기 규정을 현실에서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 학원 스포츠 비리를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체육계의 중평이다. 실제로 2월 8일 서울시교육청은 운동부 운영 과정에서 금품수수와 공금유용 등으로 징계받은 학교 3곳(중학교 1곳, 고등학교 2곳)에 대해 1년간 체육특기자 전·입학을 전면 금지하는 조처를 내렸다. 당시 시교육청은 비리 관련자를 인사조처하고, 형사입건하며 강력한 비리근절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대구한의대 구강본 교수는 “비리 지도자와 학교에 대한 제재 규정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학원 스포츠 비리 전력자는 설 땅이 없다. 운동부 지도자도 교육자로 보기 때문에 엄격한 도덕적 자세를 요구한다. 비리 지도자가 발견될 시 영구히 학원 스포츠 지도자로 뛸 수 없도록 조처한다. 물론 학교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부정행위 지도자의 임용을 3년간 제한하거나 재계약 대상자에서 제외하는 제재안 이상의 강도높은 제재안을 명문화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부정을 저지르면 영구히 학원 스포츠계에서 추방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일반화될 것이다.”

비리가 일부 ‘관행’으로 용인되는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 현실에서 시교육청의 강력한 제재안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운동부 정원제를 실행하지 않아도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비리와 관련해선 대한야구협회는 할 말이 없다.

2007년 대한야구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지도자 등록규정을 수정한 바 있다. 말이 좋아 수정이지 철저한 ‘개악’이었다. 당시 이사회는 ‘형 집행 종료 또는 형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3년이 지난 자’로 제한했던 기존 지도자 등록 규정에서 3년 경과 규정을 빼고 ‘형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한 자’로 완화했다. 대학 입학을 미끼로 제자에게 거액을 수뢰하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법원에서 집행유예가 떨어지면 다시 일선 지도자로 복귀하는 길을 협회가 열어준 셈이었다.

당시 여기저기서 “부도덕한 지도자들 때문에 사회적 물의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야 하는 협회가 오히려 비리 지도자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협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개악안’은 지금도 협회 지도자 등록 규정에 엄연히 존재한다.

시교육청이 집중할 본질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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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인기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 야구계는 그 열기 때문에 되레 몸살을 앓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시교육청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느냐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0년 대한야구협회가 고교야구 정상화를 위해 주말리그제를 주창했을 때 시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고교야구 정상화가 왜곡된 학원 스포츠를 바로 잡는 초석이 되리란 믿음 때문이었다.

당시 협회는 주말리그가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대학입시 요강이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도 그럴 게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대학은 야구특기자 입학전형 시 ‘전국대회 8강, 혹은 16강 이내 입상자’를 응시 기준으로 삼았다. 과거처럼 지방개최 전국대회가 존재하고, 4개 메이저 전국대회가 운영됐을 땐 전국대회 8강 혹은 16강에 들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주말리그가 시행되면서 지방대회는 모두 폐지됐고, 전국대회도 3개로 줄었다. 선수들이 ‘전국대회 8강 혹은 16강’에 들 수 있는 기회가 ‘확’ 준 것이다. 당연히 학생선수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주말리그 때문에 대학 입학문이 더 좁아졌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협회는 ‘고교 야구선수의 대학 진학 시 주말리그 참가 실적을 대학 입시요강에 반영해줄 것’을 시교육청과 교과부에 요청했다. 또한 ‘주말리그 출전 선수 개인별 기록(출전율, 개인 성적 등)을 각 대학에 제공할 테니 이 성적을 특기자 전형 때 주요 자료로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협회의 요청대로 각 대학이 주말리그 참가 실적과 성적을 특기자 선발 자료로 활용한다면 입시 비리는 눈에 띄게 줄 수 있었다. 선발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때문이었다. 시교육청과 교과부는 협회의 요청에 최대한의 지원과 협조를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아직도 대다수 대학은 전국대회 8강 혹은 16강 입상자를 주요 전형 기준으로 삼고 있다. 주말리그 참가 실적을 지원자격으로 명문화한 대학이 많긴 하나, 이는 ‘규정 끼워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많은 대학에서 주말리그 참가 실적이 미비해도 전국대회 8강 이내 입상자나 국가대표, 청소년대표 출신을 특기자로 뽑고 있다. 왜냐? 주말리그 참가 실적이 절대 조건이 아니라 지원자격 요건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선 고교 지도자들이 “아직도 많은 대학이 주말리그 참가 실적을 형식적으로 반영하고, 전국대회 입상성적에만 집중한다”고 비판하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주말리그 개인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이 많다는 데 있다.

서울지역 모 고교 감독은 “주말리그 참가실적 제출은 요구해도, 개인성적 제출엔 별 관심이 없는 대학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여전히 대학 특기자 전형이 특별한 기준없이 대학 감독의 주관적 입맛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주관이 개입될 때 부정의 소지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교육청과 교과부가 해야할 일은 대학들이 주말리그 참가실적과 개인성적을 주요 전형기준으로 삼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그래야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정착하고, 학원 스포츠 정상화도 가능해지며, 고교 야구선수의 부정입학 비리도 줄어들 수 있다. 여기다 축구처럼 초교와 중학교도 주말리그를 시행해 ‘공부하는 학생선수’가 차근차근 성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시교육청과 교과부가 이러한 자신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지 묻고 싶다. 물론 시교육청과 교과부는 ‘특기자 입학 전형은 대학 자율’이라는 원론적 대답을 할지 모른다. 초교와 중학교 주말리그 미시행에 대해서도 ‘야구 인프라 부족’을 내세울지 모른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주말리그가 시작될 때 시교육청과 교과부는 장밋빛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학교 재량 때문에 학원 스포츠 비리가 만연했다는 진단도 시교육청이 할 말은 아니다. 학교와 학교장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은 시교육청이다. 그것이 시교육청의 할 일이다. 그렇다면 '학교 재량 때문'이 아니라 '학교와 학교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시교육청이 학원 스포츠의 비정상적 운영에 대해 반성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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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고교 운동부 정원제를 위해 조사한 초중고 특기자 현황표. 그러나 가장 학생선수가 많이 분포된 리틀야구가 빠져 있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시교육청은 “2010년부터 공청회를 열어 꾸준히 고교 운동부 정원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투명한 학교운동부 구축을 위한 공청회’가 2010년 11월에 개최된 걸 기억하는 일선 지도자와 선수 및 학부모는 없다. 이후 네 차례 더 고교 운동부 정원제 회의가 열렸지만, 이는 시교육청 자문위원회와 내부 회의에 불과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세우는 교육지표는 ‘소통하고 배려하는 창의적인 민주 시민 육성’이다. 그러나 고교 운동부 정원제와 관련해 ‘소통’은 없었다. 일방적 발표만 있을 뿐이었다. 시교육청의 주요 정책방향 가운데 하나가 ‘포기없는 책임교육’이지만, 고교야구 주말리그 정착을 위해 시교육청이 과연 얼마나 책임있는 자세를 견지해왔는지, 학원 스포츠 정상화를 위해 얼마나 관리 감독을 잘해왔는지 의문이다.

시교육청이 발간한 <학교 체육 매뉴얼>엔 초중고 체육특기자 현황이 잘 나와있다. 이 현황을 토대로 시교육청은 2014년부터 고교 야구부 정원제를 실행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중요한 게 빠져 있다. 바로 리틀야구다. 시교육청은 전국 124개, 서울지역 22개의 리틀야구팀를 빼고 현황표를 작성했다. 리틀야구팀에서 배출되는 선수가 초교보다 많다는 걸 간과했다. 그러니 ‘2014년이 되도 서울지역 고교 야구부 정원은 대부분 36명 이하일 것’이라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결론이 나온 것이다.

시교육청에게 바란다. 조사부터 다시 시작하라. 발품을 팔아 아마추어 현장을 뛰어라. 그리고, 기존에 있는 제도부터 엄격하게 적용하라. 아마추어 운동부를 재정비하고, 운동부가 아이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하면 중학교 야구부 창단 등 제도적 지원부터 고민하라. 마지막으로 대학을 설득해 대학입시 요강부터 수정하라. 무엇보다 자신들의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라.

그런 다음 고교 운동부 정원제와 같은 아이디어를 들고 나와도 늦지 않다. 지금처럼 본질은 보지 못한 채 뜬금없는 진단만 되풀이하면 되레 본질을 흐리는 ‘꼼수’란 소릴 듣기 딱 좋다. 아마추어 야구계도 전체 종목 비리 발생률 2위라는 불명예를 떨치기 위해 깊은 반성과 누가 시켜서 하기 전에 스스로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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