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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05회 작성일 2007-07-04 09:33
OSEN 기사-프로야구 기사(이광한 전 LG감독 기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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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발 없는 말]‘이영민 후예’ 김현수와 최정이 가는 길

차세대 선두주자 최정과 김현수

'슬기로운' 세대교체는 프로야구단이 늘 안고 있는 핵심과제이다. 노장과 신예의 조화도 중요하지만, 은퇴가 임박한 스타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들을 발굴, 육성하는 것 또한 구단의 중요한 몫이다.

올 시즌 상위권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SK 와이번스나 두산 베어스는 이같은 과제를 큰 무리없이 풀어가고 있는 구단이다.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유망주 가운데 SK에는 최정(20), 두산에는 김현수(19)가 그 중심에 버티고 있다. 둘은 고교야구 타자의 최고의 영예인'이영민 타격상' 수상자이다. 이를테면 '족보' 있는 선수들인 셈이다.

이영민 타격상은 고교야구 선수 가운데 그 해 가장 뛰어난 타격성적을 올린 선수에게 안겨주는 상이다.

1957년에 제정, 1958년부터 수상자를 배출한 이영민 타격상은 매년 9개 전국대회(서울의 대통령기, 청룡기, 황금사자기, 봉황기대회와 지방의 화랑기, 대붕기, 무등기, 미추홀기 대회 및 전국체육대회) 가운데 5대회 이상, 15게임, 60타석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가장 높은 타율을 올린 선수에게 준다. 상을 제정한 이래 대상자가 없었던 2000년만 빼놓고 매년 수상자를 냈다.

최정은 투수로 활약했던 유신고 3년 때인 2004년 4할6푼9리(49타수 23안타)의 고타율로 수상자가 됐고, 김현수는 신일고 3년 때인 2005년 3할7푼(55타수 20안타)의 타율로 영광을 안았다.

이영민의 후예들

이영민(1905~1954년)은 1926년에 개장한 동대문구장 제 1호 홈런을 기록한 전설적인 강타자이다. 이영민은 연희전문(연세대 전신) 시절인 1928년 6월8일 경성의학전문(서울의대 전신)과의 정기전 1회 말 3번타자로 나서 홈런을 날렸다.(홍순일 편저 < 한국야구인명사전 > 참조)

이영민은 야구는 물론 육상, 축구, 농구 등 만능선수였고 대한야구협회 이사장도 역임했다. 그러나 그는 1954년 8월12일 새벽 3남의 친구에게 피살된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대한야구협회는 1957년 그의 생애를 기리기 위해 이영민 타격상을 제정, 시상해 왔다.

한 야구인은 "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선수치고 잘 하는 것을 보지못했다 " 고 꼬집은 적이 있다. 수상자들이 상을 받은 후 야구에 정진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사라진 세태를 비판한 것이지만, 실제 수상자 가운데 야구인생을 꽃피운 선수도 그리 많지 않다.

역대 수상자 가운데 프로에서 제대로 활약한 선수는 손 꼽을 정도이다. 명성을 떨친 선수중에는 해태 타이거즈의 초창기를 이끌었던 '도루왕' 김일권(군산상고, 1973년 수상)과 SK 수석코치인 이만수(대구상고, 1977년 수상) 등이 눈에 띤다.

백인천 전 LG, 삼성 감독이 제 2대(1959년, 경동고) 수상자이고 1963년 수상자인 이철화(부산고)는 롯데 자이언츠 단장을 지냈다. 이광환 전 LG 감독은 1965년 수상자(중앙고). 유일하게 2년 연속으로 이 상을 받았던 신민기(27. 경남고. 1997~1998년)는 1999년 한화 이글스에 2차 3번으로 지명, 한양대를 마치고 2003년에 계약금 1억5000만 원을 받고 입단했으나 그 해 21타수 2안타의 기록을 남긴 채 병역비리에 연루, 선수생활이 중동무이 됐다.

현재 프로야구판에서 뛰고 있는 선수 가운데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들은 강혁(신일고, SK 2군)을 비롯 최정과 김현수 외에도 황성용(24. 부산고, 롯데 외야수)과 서정(23. 광주일고, 한화 2군 외야수), 박정태(22. 부산고, KIA 2군 투수) 등이 있다.

수상의 영예도 잠시,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가뭇없이 사라지는데 비해 최정과 김현수는 '좁은 문'을 통과, 1군의 진입장벽을 허문 소수의 선택받은 행운아다.

될성부른 떡잎 최정

고교시절 투타 양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최정은 2005년 SK 1차지명선수로 계약금 3억 원, 연봉 2000만 원에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그 해 45게임에 출장, 1홈런에 그쳤으나 2006년 92게임에 나가 12홈런을 기록하며 거포로서의 재능을 드러냈다. 그러다가 올해 김성근 체제 아래에서 주전 3루수 자리를 꿰차고 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급성장했다.

키 180㎝의 최정은 6월28일 현재 66게임에 출장, 타율(222타수 55안타, .266)은 낮지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0홈런(홈런더비 10위)과 37타점(이호준에 이어 팀내 2위), 2루타 14개(팀내 1위)를 기록하는 등 장타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SK에서 최정을 지도한 바 있는 박종훈 두산 2군 감독은 " 아주 좋은 선수이다. 대학을 가지않고 오로지 야구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으로 고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온, 타격 자질이 뛰어난 선수 " 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눈물 젖은 빵을 먹고 때를 만난 김현수

김현수는 최정과는 달리 일찌감치 '눈물젖은 빵'을 맛본 선수이다. 이영민 타격상이라는 훈장을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구단들은 그를 외면했다. 아예 지명조차 받지못했다. 타격은 소질이 있지만 발이 느린 데다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연세대 등 대학팀 몇 군데에서 그를 탐냈지만 김현수는 오기로 프로를 택했다. 그것도 계약금조차 한 푼 없이 연봉만 2000만 원인 '신고선수'로. 그는 2006년에 두산에 입단했다.

키 188㎝로 체격이 큰 김현수는 지난 해 교육리그와 가을철 팀 마무리 훈련, 올 봄 전지훈련을 통해 김경문 감독의 눈도장을 단단히 받았다. 좌익수로 몸을 사리지 않는 펜스플레이와 설사 담장에 부딪친다해도 어지간해서는 아픈 기색도 없이 씩씩하게 일어나는 모습, 1년간 2군리그에서 단련한 수비력 등이 그를 눈여겨보고 있던 김 감독을 사로잡은 것이다.

김현수는 6월28일 현재 41게임에 나가 아직 규정타석에는 미달이지만 타율 2할9푼6리(115타수 34안타)로 3할 타율을 넘보고 있고 2루타 7개, 3루타 1개, 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한 수치를 넘어 김현수는 고비 때마다 팀의 승리를 다지거나, 디딤돌을 놓는, 이른바 영양가 듬뿍실린 타격을 하고 있다. 27일 삼성 라리온즈전에서도 김현수는 2타점짜리 쐐기타를 터뜨려 선발 리오스가 11승을 올리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이처럼 김현수가 두산의 주전 좌익수로 자리잡게 된 것은 2군에서 혹독한 단련의 시간을 거쳤기 때문이다. 미흡하던 수비력도 부쩍 늘었다. 그 동안 웨이트트레이닝 등 체력훈련을 꾸준히 한 결과 힘도 한결 좋아졌다. 원체 타격에 소질이 있는 터여서 앞으로 두산의 주축 타자로 기대를 한껏 받고 있다.

아직 약관의 나이. 이들이 뻗어나갈 미래를 눈에 그려보는 것도 야구팬의 한가지 즐거움이 될 수 있겠다.

홍윤표 OSEN 대기자

< 2007 삼성 PAVV 프로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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