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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이구아수 폭포 등 ‘외유성’ 해외 시찰로 물의를 빚은 한 공기업 감사(왼쪽)가 17일 오후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이때 시민단체 활빈단 회원이 암행어사 복장을 한 채 미꾸라지 등을 뿌리며 항의하고 있다. 인천=이훈구 기자 |
이들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처음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적법한 예산으로 출장을 갔을 뿐이고 잘못이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예금보험공사 이양한(64) 감사는 “이구아수 폭포 관광을 일정에 넣은 사람들은 따로 있다”며 “회사에서 사장이 가면 그냥 따라가지 일정을 알고 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우린 대표가 따로 있지 않고 시작부터 동등한 처지로 갔다”고 말했다.
이 감사는 이번 출장이 외유성 논란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 “예산처와 감사원이 감사를 하기 때문에 잘못한 것은 밝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국 전 로스앤젤레스의 한 노래방에서 음주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세미나에) 가지 못하고, 여행도 못 가고, 그럼 어디에 있어야 하나. 소주라도 있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노래방 가지 않나”라고 대답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금승기 감사는 “각 기관이 필요해서 출장을 간 것”이라며 “그런데 한 묶음으로 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출장비에 대해 “공식 절차를 거쳐 예산이 나온 것으로 적절한 절차를 거쳐 지나치지 않은 범위에서 정당하게 결제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공기관 감사포럼’ 소속 감사 21명의 단장 격인 최동규(47·사진) 한국가스안전공사 감사는 17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물의를 빚어 죄송하지만, ‘배울 것 없는 남미로 놀러 갔다’는 일방적인 비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1명 중 가장 먼저 16일 오후 늦게 귀국한 최 감사는 “공공기관 감사는 연수 차원에서 1년에 한 번 해외를 방문하는 게 관행이었고 이번에도 그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왜 하필이면 남미로 갔느냐는 질문에 “미국 유럽 등은 이미 다녀온 사람이 많고 공공기관 감사 시스템에 대해 이미 많은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최근 관심이 높아진 ‘브릭스(BRICs)’ 국가 중 하나인 브라질,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칠레 등을 방문해 보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입국장에서는 시민단체 ‘활빈단’ 단원들이 ‘미꾸라지 몇 마리가 맑은 강물을 흙탕물로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며 귀국하는 감사 일행에게 미꾸라지를 뿌려 일대가 난장판이 되기도 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